회진 가려고 병원 중앙 승강기를 탔다. 보호자 출입증을 목에 건 한 아주머니가 “여기는 왜 이렇게 해 놨어요? 뭘 이렇게 유별나게 해 놨는고?”라며 투덜거렸다. 귀찮게 보호자 출입증도 받아야 하고, 승강기 내부 인증기에 출입증을 대고 확인받아야 승강기 버튼을 누를 수 있어서 그렇다. “안전하고 관리가 잘 되는 수준 높은 병원이라서 그래요.” 반은 우스개로 반은 진심으로 말을 건넸다. “아무나 드나들면 병원의 감염 관리가 안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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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서상균 |
확산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공포로 세계가 떨고 있는 지금, 한 달 전 승강기 속 그 대화가 생각난다. 2015년 일명 메르스 사태라 불리는 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때 대한민국은 어두운 광풍이 한바탕 휩쓸고 간 상처로 국민이 크게 힘들었다. 메르스 사태 때 최일선에서 그 폭풍을 직접 맞닥뜨린 병원의 일원으로서 신종 감염병을 대하는 정부, 국민, 의료진의 자세와 의식이 이전보다 많이 발전했다고 본다.
전염병 퇴치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병원체와 감염경로를 확증하는 일이고 그다음은 확산 범위를 예측하고 중요 길목을 지켜 더 번지는 것을 막는 것이다. 당시 발생지역과 병원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시민의 불안감과 혼란을 가중시키고, 확산을 막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환자가 발생하는 즉시 동선과 지역을 발표해 더는 번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의사환자 또는 호흡기 증상이 있는 대부분 환자도 마스크를 쓰고 기침 예절도 지키며 1339에 스스로 먼저 연락하는 등 이전과 다른 성숙한 모습에 ‘와! 메르스 사태의 교훈이 컸구나’ 한다.
병원 시설 보완과 감염병 방지 체계 마련도 메르스 사태의 역할이 컸다. 병원 침상 간 간격, 감염병 의심 환자 내원 시 매뉴얼 마련 및 이동경로 확보, 확산 방지를 위한 경로 확보, 감염병 전파를 막기 위한 출입문통제장치 설치, 음압병상 확보, 병문안객 출입제한과 같은 병원문화 조성도 이뤄졌다. 중앙과 지자체, 의료기관 간 감염병 관리 네트워크도 구축됐다.
이 위기가 언제 종료될지 모르지만 기본적인 원칙만 지킨다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먼저 신종 코로나 감염 여부가 의심될 때는 병원에 오는 것이 아니라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1339에 연락해야 한다. 이전에 환자가 응급실로 와서 의사 및 응급실 환자 몇 명에게 병을 전파해 슈퍼전파자가 된 사건이 기억날 것이다. 현재 무증상 또는 가벼운 증상이 있을 때도 전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스스로를 보호하고 타인도 보호하는 차원에서 마스크 착용 등 미리 조심하는 것도 필요하다. 근거 없는 SNS 카더라소식통이나 가짜뉴스에 휘둘리지 말고 선동하지도 말자. 정부도 강력하게 단속할 정도로 가짜뉴스의 심각성이 크다. 이런 불안감과 공포를 기회로 보고 이익을 보려는 집단이 존재한다는 것은 슬픈지만 사실이다. 이들의 선동에 놀아나 원하는 방향대로 움직여주는 바보가 되지 말자.
‘시작이 반이다’. 감염병에 있어서는 ‘기본이 반 이상이다’. 꼼꼼하게 손 씻기, 기침 예절 지키기, 마스크 착용 등 기본만 지켜도 감염병 확산 방지와 본인 스스로를 지키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한다. 며칠 전 마트를 갔는데 많은 이가 마스크를 하고 있어 감염병이 바꿔놓은 일상이 무섭게 다가왔다. 한편으로는 올해 독감 유행은 여기서 끝이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메르스 사태를 통해 우리나라 감염병 방지체계가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듯 이번 위기도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다같이 극복하고 감염병 방지 매뉴얼에 대한 점검 및 수정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미래학자는 이런 신종 감염병 발생이 계속될 거라고 예상한다. 이제는 한 나라에서 발생한 감염병이 내일은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일일지구권에서 사는 현재로는 한 나라가 잘한다고 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범세계적으로 신종 감염병의 출현에 대비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방역 및 치료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부산의료원 비뇨의학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