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는 두 얼굴을 지녔다. 문명의 전파를 통해 인류의 생산력과 삶의 질을 높인 건 긍정적 측면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강대국에 의한 약소국의 침략과 수탈, 질병 교환에 따른 전염병의 창궐 같은 부정적 측면도 있다. ‘전염병 세계화’의 첫 사례는 스토아학파 철학자이자 로마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재위(161~180년) 시절에 발생했다. 지금의 중동 지방으로 파병된 로마 군인이 귀국한 뒤 천연두나 홍역으로 추정되는 전염병을 이탈리아 반도 전역으로 퍼뜨려 500만 명 이상 숨진 참사였다.
전염병의 확산과 피해 규모는 세계화 정도와 비례한다. 1346년 몽골군이 흑해 연안의 크림반도를 공격하면서 옮긴 흑사병은 불과 4년 만에 당시 유럽 인구의 30%에 달하는 7000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유럽이 몽골의 말발굽에 유린된 건 전투력의 열세만이 아니었던 셈이다. 1521년 스페인 출신 코르테스가 고작 500여 명의 병력으로 수백 만 인구의 남미 아즈텍 제국을 정복한 건 전염병의 힘이 거의 절대적이었다. 정복 후 그곳 원주민의 90% 이상이 천연두 등 침략자들이 옮긴 각종 전염병에 희생됐다. ‘전염병의 세계사’를 쓴 윌리엄 맥닐이나 ‘총, 균, 쇠’의 저자 제레미 다이아몬드가 한목소리로 “전염병이 역사를 바꿨다”고 역설한 이유다.
교통수단의 발달로 대륙 간 이동시간이 하루 이내로 줄어든 오늘날에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중국 우한에서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서 그 가공할 위력을 목격한다. 중국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지 두 달도 안 돼 질병이 전 세계로 번지면서 지구촌을 공황 상태로 몰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오는 7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하계 올림픽이 열리는 도쿄가 위기의 정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한 폐렴과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의 전염병인 ‘사스’와 ‘메르스’의 유행기간이 최장 9개월이었던 것을 고려한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발 신종 바이러스 때문에 도쿄올림픽이 심각한 전염과 중단 가능성에 직면했다”고 보도했고, 일본 올림픽위원회도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지구촌의 최대 축제인 올림픽이 최대 재앙 우려장소로 부각된다는 건 지독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양적 확대에 쏠린 현대 문명이 안전 결핍이란 질적 부실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에서다. 해서, 도쿄올림픽의 위기는 현대 문명의 위기를 상징한다. 중국은 물론 세계 모든 나라가 직시하고 성찰해야 할 세계화의 진실이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