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상교(長短相較)’라는 말이 있다. 글자 그대로 길고 짧은 것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상대적인 개념이라는 뜻이다. 10m 길이의 철근도 100m와 비교하면 긴 것이 아니라 짧은 것이고, 1㎝밖에 안 되는 짧은 철사도 1㎜의 철사에 비하면 엄청나게 긴 것이 된다.

장단상교에는 길고 짧음을 자신의 눈이나 생각에 맞춰 결론을 지어서는 안 된다는, 속단과 교만함을 경계하는 교훈이 내포되어 있다.

하안거를 마친 노스님이 적당한 크기의 대지팡이를 앞에 놓고는 젊은 승려들에게 문제를 냈다. “이 지팡이를 톱이나 도끼, 칼 등을 사용하지 않고 짧게 만들어 보라.” 모두 갸우뚱하면서 어쩌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웬 승려 하나가 슬며시 나가서는 긴 지팡이를 구해 와서 원래 지팡이 옆에다 놓았다. 노스님은 빙그레 웃으시며 “그래, 정답이다. 길고 짧은 것은 모두 상대적 개념이지”라고 하셨다.

그렇다. 길이뿐만 아니라 크고 작음, 많고 적음, 높고 낮음, 깊고 얕음이 모두 상대적 비교개념일 뿐이다. 우리 인생에서 잘살고 못사는 것, 행복하고 불행한 것, 만족과 불만족, 오래 살고 일찍 죽는 것 역시 모두 상대적 개념이다. 오죽하면 길어야 백 년인 한평생도 억겁의 세월에 비하면 찰나에 불과하다고 할까! 권력이 강력하고 높아서, 돈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많아서, 명예가 하늘처럼 높아서, 학문이 범접할 수 없을 만큼 깊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하고 만족한 삶을 산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사회가 발전하고 생활이 윤택해지려면 끊임없는 개선과 함께 비교도 필요하다. 사람도 비교에 의해 우열이 가려진다. 그 비교에 따라 부족하거나 뒤처진 사람은 분발하여 더 나아지게 된다. 따라서 비교 그 자체를 부정하거나 거부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비교를 개선이나 발전을 위한 잣대로 활용하는 선을 넘어, 비인간적인 비교우월의 잣대로 악용하는 세태는 경계해야 한다.

부모가 내 자식의 능력이나 한계를 감안하지 않고 전교 1, 2등과 비교·닦달해 자식을 오히려 망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에서 고달픈 배우자의 처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도를 넘는 요구를 해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하거나, 친구의 고급승용차나 명품 옷·가방·보석을 부러워하며 스스로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인생의 구렁텅이에 빠지는 어리석음도 주위에서 간혹 보게 된다.

어느 대학교수가 강을 건너기 위해 부득이 사공이 노를 젓는 나룻배를 타게 되었다. 호젓하게 혼자 탄 이 교수, 심심하던 차에 사공에게 말을 걸었다. “여보시오 사공, 혹시 셰익스피어의 책들은 읽어보았소?” 사공은 무슨 말인지를 몰라 눈만 껌뻑거렸다. “이 양반, 인생의 3분의 1은 잘못 살았군! 그러면 컴퓨터는 좀 아시는가?” 그러자 사공은 “평생 노만 젓고 밭만 갈아 그런 건 몰라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교수는 “어허, 그럼 인생의 3분의 1을 또 잘못 살았군. 쯧쯧쯧….”

이윽고 나룻배는 강 복판에 이르렀다. 이때 갑자기 불어 닥친 돌풍과 거센 물결 때문에 배가 뒤집혔다. 교수는 수심이 깊은 강물에 빠져 정신 없이 허우적거렸다.

함께 강물에 빠진 뱃사공이 몸부림 치는 교수에게 조용히, 그리고 여유 있게 건네는 말. “교수 양반, 헤엄은 칠 줄 아시우?” “아, 아니 전혀. 사, 살려주세요!!” 그러자 이 사공, 냉정하게 내뱉는 말. “이 사람, 인생을 완전히 헛살았구먼!”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반드시 남보다 나을 수는 없다. 반대로 남이 나보다 나은 것이 있다면 나 또한 남보다 나은 것이 있을 것이다. 이게 세상의 이치다. 따라서 남보다 모든 것이 낫고 싶은 욕망은 우리 인간의 부질없는 욕심일 뿐이다.

긍정적인 비교가 아니라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비교의 함정에 빠지면 모든 사람이 자신의 곁을 떠나버리고 ‘불행’이라는 나쁜 손님이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자고 유혹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학문에 뛰어난 소질이 있는 사람, 예술적 감각이 남다르게 뛰어난 사람, 기능이나 기술에 천부적인 재능과 적성을 타고난 사람, 요리든 무엇이든 만지고 만들기에 대단히 능숙한 사람 등등,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마다 타고난 소질이나 재능은 각각 다른 것이다.

그러므로 제반 능력이나 학식은 한갓 편리한 도구에 불과할 뿐이며 많은 재물이나, 높은 권력이나, 빛나는 명예는 한때 입었다가 언젠가는 벗어야 하는 돋보이는 겉옷에 불과하다. 우리가 숨 쉬고 있는 대자연이나 광활한 우주가 우리에게 말없이 가르치듯이 부정적인 비교나 불필요한 비교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우리 모두 더불어 알콩달콩 아름답게 살자.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