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2017년 기준 평균 초미세먼지 26㎍/㎥로 7대 도시 중 1위에 올랐다. 2018년에도 2위(23㎍/㎥)의 불명예를 차지했다. 내륙도시보다 항만도시의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는 의미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주범인 중국과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그렇다. 원인은 선박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 때문이다. 바다에서 만들어진 미세먼지가 해풍을 타고 도심으로 유입되는 것이다. 부산의 경우 선박의 황산화물 배출량이 부산시 전체 배출량의 73% 수준에 이른다. 또 초미세먼지 배출량의 50% 이상이 선박에서 나오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안 근처인 부산 신항·북항과 태종대 앞바다에서도 초미세먼지가 상당히 많이 배출된다. 선박에서 기인한 미세먼지는 생성·반응 메커니즘이 다르고 미세먼지 노출에 따른 인체 위해도 역시 높게 나타나는 만큼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부산에 동남권광역대기환경청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러한 이유에 근거한다.
선박의 오염물질을 감축하기 위해 해운업계에서는 ▷배출제한구역(ECA) 지정 ▷황산화물·질소산화물을 저감하는 친환경 연료의 사용 ▷배출저감장치(스크러버) 장착 ▷LNG 연료 추진선박 건조를 포함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도 2018년 4월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에 이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08년 대비 40%(2050년까지 70%)로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다양한 대책이 추진되고 있는 시점인 만큼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도 시대적 추세다. 기존 디젤엔진이 아니라 친환경 전기추진 선박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세계의 대형 조선소들은 전기 하이브리드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다. 조선기자재 기업들도 선박에너지 저장시스템(ESS)과 배터리 시스템에 대한 개발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중대형 선박이 주로 채택하는 LNG 추진선의 경우 전체 선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5년 38%(2030년 5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추진 선박은 소형선박을 중심으로 확대되어 2025년 6%(2030년 11%)를 차지할 전망이다. 수소연료전지 선박은 2025년 이후 상용화되어 2030년 32%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기추진 선박은 전기모터로 움직이는 선박을 말한다. 발전방식에 따라 ▷발전기만을 이용하거나 ▷발전기와 연료전지를 이용한 복합(하이브리드) 발전 ▷선박에너지 저장시스템 또는 수소연료전지 방식으로 분류할 수 있다. 여기서 연료전지란 각종 연료의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직접 변화시키는 고효율의 무공해 발전장치를 말한다. 선박에너지 저장시스템은 유휴 전기에너지를 저장하였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장치이다. 최근 개발되고 있는 자율운항선박에는 완전 전기동력 방식이 채택돼 ‘탄소배출제로(Zero-Emission)’가 가능하게 된다. 소형 연안선박이 저장시스템의 전원을 주전력원으로 사용하면 연안의 대기오염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대형선박은 연료전지로 배터리를 충전해 장거리 항해가 가능하다.
이미 노르웨이·덴마크·네덜란드 같은 유럽뿐 아니라 중국의 연안 해역에서는 전기로 운항하는 친환경 선박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노르웨이를 중심으로 순수 전기로만 운항하는 친환경 연안 여객선이 잇달아 취역하고 있다. 중국은 2017년 전기추진 화물선을 개발해 시험운항에 들어가는 등 저마다 ‘세계 최초 전기추진선박’ 상용화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영국의 조선해운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2029년까지 전 세계 전기추진선박이 전체 선박의 4.5%인 2369척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신조선을 중심으로 한 전기추진선박의 비율이 급성장하고 있다. 선종별로는 연안(offshore) 공급 및 지원선이 64%를 차지했다. 다음은 크루즈선(8%) LNG 운반선(6%) 드릴십(5%) 여객선(5%)의 순이다.
우리나라도 2009년부터 국책연구소를 중심으로 전기추진선박의 시스템 설계에 관심을 보였으나 아직 구체적인 전력시스템 설계·운용기술에 대한 연구는 미흡하다. 선박 운항의 효율 향상뿐 아니라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대체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증가 추세인 만큼 단편적이고 개별적인 연구에서 벗어나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인 전기추진선 기술개발과 실용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전기추진선 운항과 관련된 제도 마련이나 전문 인력 양성, 연구개발 역량 강화, 선진 비즈니스 모델 도입 역시 시급하다. 미래 선박 환경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해 해운·조선강국으로 재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국해양조선기자재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