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중동지역 호르무즈해협에 우리 군을 독자 파병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소말리아 아덴만 일대에서 작전 중인 청해부대의 파견 구역을 오만만과 페르시아만까지 한시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대신 미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호위연합(IMSC)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하기로 했다. 청해부대 31진 왕건함이 어제부터 임무 교대 형식으로 이곳에 투입됐다.

정부의 이번 결정에는 대한민국 국익은 물론, 미국·이란과의 외교관계를 고려한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엔 이론이 없을 듯하다. 미국은 자국이 주도하는 호위연합에 한국도 동참할 것을 작년 여름부터 계속 요구해왔다. 정부는 이번 파병으로 동맹국으로서의 성의는 보인 셈이다. 하지만 호위연합 참여가 아닌 독자 파병 형식을 취해 한국 국민 보호에 목적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과 일정거리를 둠으로써 이란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2003년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 결정 때처럼 우리 군의 해외 파병은 항상 논란이 돼 왔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익이다. 호르무즈해협은 한국 수입 원유 선박의 70%가 지나다니는 통로다. 우리 선박의 통항 횟수도 연간 900여 회나 된다. 현재 미국과 이란이 사실상 전시 대치 상태임을 감안한다면 유조선 피격이나 해협 봉쇄 등 극단적인 상황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이란도 우리에겐 중요한 나라다. 얼마 전 주한 이란 대사가 언급한 단교 가능성을 허투루 넘겨선 안 된다. 아무리 독자 파병이라 해도 외교 채널을 통해 충분한 설명과 설득이 필요하다. 한국군이 미국의 호위연합에 속하지 않게 되면서 원치 않는 교전 등에 휩쓸릴 가능성은 줄었다. 그러나 긴장 고조지역에서 우발적 상황 발생시 단독으로 위기와 맞서야 하는 위험성은 커졌다. 명분과 실리의 접점을 찾기 위한 정부 결정이 군과 국민의 안전 확보로 이어지도록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