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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소리] 생명 살리는 ‘정의로운 아이디어’ /이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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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1-21 19:31:14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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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의사이자 아프가니스탄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했던 나카무라 테츠가 지난해 12월 4일 무장괴한의 습격을 받아 세상을 떠났다. 그는 1984년부터 아프간 국경 페샤와르 병원에서 한센병 환자를 치료했고, 2000년대에는 극심한 가뭄으로 사람이 죽어 나가자 우물을 파고 수로를 만들어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

아프가니스탄은 전쟁, 테러, 가난, 자연재해가 끊이지 않던 곳이기에 나카무라는 언제라도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그만둘 수 없다”며 아프간을 향해 길을 떠났고, 그렇게 마지막을 그곳에서 맞게 된 것이다.

나카무라 테츠는 저서 ‘의술은 국경을 넘어’의 마지막에 “표면의 격렬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변하지 않는 것은 결국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과학기술이 발전해 모든 것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처럼 보여도 가장 중요한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 기술을 누구를 위해 어떻게 사용할지는 결국 인간이 선택하는 것이고, 그러니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본질적이고 보편적인 가치에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생명의 존엄성이었고, 인간 존재 그 자체에 대한 근원적인 사랑이었다. 의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그것이 필요한 사람에게 가닿지 못하면 아무 쓸모가 없듯, 국경을 넘어, 장벽을 넘어, 차별을 넘어 그 누군가에게 가닿도록 할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필자가 일하는 인디고 서원에서는 나카무라 테츠를 이번 여름에 한국으로 초대할 예정이었다. 대부분 시간을 봉사활동으로 아프간에서 보내지만, 잠시 일본에 와 있는 기간 기꺼이 한국 청소년들을 만나러 오겠다는 답장까지 받은 상태였다. 이제 그를 만날 수 없게 되었지만, 운명일까, 그가 목숨을 걸고 살려내고자 했던 아프가니스탄의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다른 ‘의술(義術)’을 펼치는 한 젊은이가 곧 부산에 온다. 아프가니스탄 출신 예술가 마수드 하사니(Massoud Hassani)이다.

마수드 하사니는 ‘마인 카폰(Mind Kafon)’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디자이너다. 마인 카폰은 지뢰(Mine)를 폭발(Kafon)시킨다는 뜻의 둥근 공인데, 평평한 대지에 놓으면 바람에 저절로 굴러다니며 대인지뢰를 터뜨린다. 제품 디자이너인 하사니가 이것을 만든 이유는 어릴 적 기억 때문이다. 아프간 곳곳에는 전쟁의 흔적으로 수거하지 않은 지뢰가 많았고, 그 탓에 하사니는 이웃 사람들이 다리가 잘리고 목숨까지 잃는 모습을 늘 보았다.

자신과 동생은 어머니의 권유로 아프간을 떠나 난민 생활 끝에 네덜란드에 정착해 안전하게 살 수 있었지만, 고통받는 사람들 얼굴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값싼 재료와 간단한 제작 방법으로 가난한 이도 쉽게 만들 수 있는 지뢰 제거 방법을 찾고 싶었고, 그 간절한 마음은 어릴 적 가지고 놀던, 바람에 날리는 모빌에서 착안해 마인 카폰을 창조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제품 디자이너인 마수드 하사니에게 아름다움이란 생명을 살리는 것이었다.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없는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진짜 예술이었다.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전치형은 ‘사람의 자리’에서 “과학은 비루한 현실 속에서 우리가 믿고 쓸 수 있는 도구라는 점에서 아름답고 귀하다. 사회의 필요를 알아내고 마련하려는 과학은 결국 사람의 자리로 우리를 이끈다”고 말한다. 거꾸로 아무리 고도로 발달한 기술이라도 누구에게 필요하고 어떤 상황에 적합한지 묻지 않는다면, 사람의 자리는 사라지고 만다. 인간의 손으로 탄생시킨 도구가 사람 자리를 비추고 사람을 사람답게 해야만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우리는 과학 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시대에 이미 살고 있고, 그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질 것이다. 하지만 나카무라 테츠가 삶으로 보여준 것처럼, 마수드 하사니의 디자인이 생명을 살린 것처럼,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시공간을 초월해 모두에게 적용되는 생명에 대한 사랑, 타인에 대한 연민, 정의로운 세상을 향한 희망, 바로 인류가 추구하는 가장 보편의 가치이다. 오는 2월 22일 마수드 하사니가 부산에 온다. 생명을 살리는 정의로운 아이디어를 만든 의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를 함께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인디고잉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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