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부산시장이 약속했던 영화·영상 발전기금 1000억 원 조성 계획이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오 시장은 민선 7기 시정 출범 직후인 재작년 9월 국·시비와 기업체 출연 등의 방법으로 해마다 250억 원, 임기 4년 내 1000억 원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공표했다. 그러나 이만한 규모의 예산을 마련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지자 내부적으로 은근슬쩍 포기해버린 것이다. 영화도시 부산의 위상이 날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구호뿐인 시정에 대한 우려가 높다.
당초 부산시가 영화·영상 산업 지원과 육성을 위해 추진키로 했던 세부과제는 22가지나 된다. 하지만 1년4개월이 지난 지금 실현된 것이라곤 손에 꼽을 정도다. 시민참여형 정책기구인 부산영화영상정책위원회의 구성은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다. 관련 산업의 시너지를 위한 부산국제영화제와 영화의전당의 통합도 지지부진하다. 국립영화박물관 유치 작업은 아예 말도 없다. 구체적인 예산 조달 계획없이 발표된 1000억 원 기금 조성 공약은 당시부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많았다. 최종 무산 소식에 “그럴 줄 알았다”는 냉소만 영화계에 가득하다.
“영화도시 부산에는 축제만 있고 산업은 없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부산 영상산업의 주축인 부산영상위원회의 운영위원장은 3개월째 공석이다. 영화 후반작업을 위해 설립한 에이지웍스는 10년째 경영난이다. 부산종합촬영소의 기장 건립 계획이 확정되자마자 작년에 폐쇄된 경기도 남양주종합촬영소가 운영을 재개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기획에서 상영까지 과정에서 그나마 부산이 강점을 가졌던 분야에서조차 확실한 자리매김을 못 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축제 가치가 전성기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는 연구결과는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라는 자부심에도 실금을 내고 있다.
부산은 한국영화의 뿌리가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영화도시라는 타이틀을 안착시키는 데 20년 이상 걸렸다. 섣부른 약속이나 구호로는 탑을 더 높이 쌓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포장만 그럴듯한 공약(空約)이 아니라 분명한 정책적 의지와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다. 30년 공든 탑도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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