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렉’은 2151년부터 2400년대까지 우주탐험을 그린 공상과학 드라마이다. 미국 NBC 방송에서 1966년 방영을 시작해 2000년대까지 총 6개의 시리즈(700여 편)이 방영됐다. 최근까지 영화로도 13편이 개봉됐다. 마니아층도 굳건하다.
드라마와 영화의 성공요인은 우주를 향한 인류의 꿈과 모험을 그렸기도 하지만 미래 첨단기술에 대한 상상과 열망을 다루었기 때문이다. 거리에 상관없이 빛보다 빨리 통신하는 장치나 ▷빛보다 빨리 순간이동이 가능한 초고속 비행 ▷웜홀을 통한 시간여행 ▷양자에너지 원격전송 ▷사람을 포함한 모든 물체를 에너지 패턴으로 변환하여 빔으로 전송하고 다시 복구하는 순간 이동장치 ▷음식을 포함해 어떤 것이라도 복사해내는 만능복제기 ▷원격에서 물체를 끌어당기는 빔은 오늘날에도 아직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미래 과학기술이다.
이 중 일부는 상용화됐다. 3D 프린터처럼 유사한 개념의 기술로 개발된 것도 있다. 영화에 나오는 휴대전화·무선헤드셋·태블릿PC·영상통화·디지털음악플레이어·만국 번역기·레이저무기·가상현실공간이나 투명 스텔스기술은 이미 보편화되었거나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했다.
극중 만물박사 로봇인 ‘데이터맨’은 오늘날 급속히 실용화되고 있는 인공지능(AI) 및 로봇의 미래를 보여준다. 스타트렉에 등장하는 기술이 현실화될 수 있었던 이유는 시나리오 작가와 제작자들이 미래를 정확히 예측한 과학기술자들의 자문과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공상 과학’ 기술을 현실화시킨 창의적인 과학기술자가 많아서다. 스타트렉이나 스타워즈를 만든 창의성과 탄탄한 과학기술 저변이 바로 미국의 힘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과학기술을 소재로 한 영화가 많아졌지만 대부분은 과학기술을 잘못 이해하거나 과장하고 왜곡하는 재난·괴물·공포 영화다. 과학기술에 대한 막연한 과잉 기대나 검증되지 않은 사이비 과학을 그럴듯하게 포장한 영화·드라마는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키운다. 더 큰 문제는 청소년들이 과학기술의 길을 회피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직까지 과학기술의 저변이 약하고 과학기술 교육 및 대중화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스타트렉에 등장한 과학기술을 연구개발한다고 했으면 미친 사람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과학 난제에 도전하는 연구를 많이 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서 ‘과학난제’ 연구·개발사업을 준비하여 곧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KAIST에서도 ‘궁극의 질문’에 대한 공모를 진행 중이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되지만 사실 가장 어려운 과학적 난제는 ‘무엇을 연구할 것인가’를 찾아내고 정의하는 것이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절실한 부분이다.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업적도 남이 하지 않은 중요하면서도 새로운 문제를 찾아내어 자유롭게 연구한 결과물이다.
우리에게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있는가. 갑자기 머리를 짜낸다고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과학적 상상과 창의성을 접해야 한다. 학교 교육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또한 과학기술 교육 못지 않게 과학적 상상력과 창의성이 넘치는 소설 영화 드라마 웹툰 뉴스 등을 포함한 사회적·문화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요즘 국내 드라마의 소재는 십중팔구 재벌 가족 연애 등이다. 제대로 된 과학기술 드라마는 없었다. 인기가 없어 폐지될 위험도 높겠지만 멀리 내다보는 철학과 소신이 없고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와 상상력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공영방송, 특히 시청료까지 받는 방송사는 제대로 된 공상과학 드라마를 만들 책임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언제쯤 스타트렉 같은 창작물이 나올 것인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같은 작가는 언제쯤 나올 것인가. 한국과학문화재단·한국과학창의재단의 숙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사회 전체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KAIST 산업 및 시스템 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