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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달팽이 뿔 위의 싸움 /강명관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1-19 19:35:41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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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莊子)’에 나오는 이야기다. 위(魏)나라 왕과 제(齊)나라 왕이 약속을 했는데, 제나라 왕이 약속 장소에 나가지 않았다. 위나라 왕은 화가 꼭지까지 올라 보복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궁리 끝에 자객을 보내 제나라 왕을 암살하기로 했다. 계획을 들은 신하 서수(犀首)가 반대하고 나섰다. 만승(萬乘)의 큰 나라 왕이 졸렬하게 자객이 뭐냐는 것이었다. 정 보복을 하고 싶으면 아주 때깔 나는 방법이 있다! 자기에게 군사 20만 명을 주면 제나라를 아주 박살을 내고 돌아오겠다는 것이다.

서수의 말을 들은 또 다른 신하 계자(季子)가 펄쩍 뛰며 반대했다. 우리나라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은 지가 7년째다. 이 사나운 전쟁의 시대에 전쟁을 하지 않은 사실만으로도 존경받고 있다. 이야말로 천하를 통일할 가장 든든한 자산이 아닌가. 시답잖은 일로 전쟁을 벌여 성을 쌓고 군사를 동원한다면, 그것은 백성을 괴롭히는 일일 뿐이다. 서수의 말은 나라를 어지럽히는 말이니 따라서는 안 된다.

서수와 계자의 말을 들은 화자(華子)가 전혀 다른 말을 꺼냈다. 제나라를 공격하자고 말을 하는 사람도 나라를 어지럽히는 사람이고, 공격하지 말자고 말하는 사람도 나라를 어지럽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럼 어쩌자는 것인가. 위나라 왕이 답답해서 물었더니, 화자는 임금은 ‘도(道)’를 구해야만 한단다. ‘도’라니! 근사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이 말만큼 애매한 말도 없다.

아마도 ‘도’를 구하는 방법을 두고 설왕설래가 있었을 것이지만, ‘장자’는 그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고, 갑자기 위나라 재상 혜자(惠子)가 대진인(戴晉人)이란 사람을 위나라 왕에게 데려갔다고만 쓰고 있다. 혜자는 ‘도’에 대해 가장 정확하게 말해줄 사람으로 생각했던 것이 틀림없다. 대진인은 위나라 왕에게 달팽이를 아느냐고 물었다. 당연히 알고 있다고 답하자, 대진인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달팽이의 왼쪽 뿔에 촉씨(蜀氏)란 나라가 있고, 오른쪽 뿔에 만씨(蠻氏)란 나라가 있습니다. 두 나라는 땅을 빼앗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데, 싸웠다 하면 전쟁터에서 죽은 시신이 백 만이나 되고, 달아나는 적군을 추격하여 15일을 지나 돌아오곤 합니다.”

위나라 왕이 “뭐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구만!” 하자, 대진인은 사실임을 입증해 보이겠단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가 사는 세상 동·서·남·북과 위와 아래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한계가 있을 리 없지!”

“그렇다면 이 세상은 무한하지요. 이 무한한 세상을 돌아다니다가 우리들이 날마다 오가는 이 나라를 본다면, 이런 나라는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겠지요?”

“그렇네.”

“그렇다면 무한한 세상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 안에 위나라가 있고, 위나라 안에 대량(大梁, 위나라의 수도)이 있고, 대량 안에 왕께서 계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것이 달팽이 뿔 위의 촉씨나 만씨와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다를 것이 없겠지.”

이야기는 조금 더 이어지지만 여기서 그치자. 우리가 일상에서 골몰하는 일은 대부분 달팽이 뿔 위에 있는 촉씨와 만씨의 싸움 같은 것이다. 나라와 나라가 군대를 동원해 피를 흘리며 싸우는 전쟁의 이유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 걸음 떨어져서 보면 사소하기 짝이 없는 일에 목숨을 거는 것이다.

‘장자’ 첫머리 ‘소요유’는 북쪽 바다에 사는 ‘곤(鯀)’이란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곤’은 ‘붕(鵬)’이란 새로 변하여 날아가는데, 등의 너비가 몇천 리가 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붕’이 한 번 날갯짓하면 3000리의 물결이 생긴다. ‘붕’은 하늘에 오르면 회오리바람을 타고 9만 리를 올라가 6달 만에 한 번을 쉰다. 참으로 거대한 상상력이다.

새해에는 달팽이 뿔의 싸움 같은 시답잖은 일로 번민할 때마다 대붕(大鵬)을 떠올려 보자.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 듯 덤비지 말자. 무엇보다 나를 두고 하는 다짐이다.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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