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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울해서’ 죽어가는 사회 /이혜나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1-15 19:58:10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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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아이돌 그룹 f(x) 멤버였던 설리, 11월 카라의 멤버였던 구하라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원인은 ‘우울증’으로 밝혀졌지만, 어쩐지 여론이 ‘악플’에만 맞춰졌다. 악플만이 모든 문제의 원흉인 것처럼 다뤄지고, 직접적 사인(死因)인 우울증에 대해서는 이상할 정도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필자는 우울증으로 인해 주변 사람을 또 한 명 잃었다. 이 글을 쓰게 된 발단이다.

일반인 중 우울증에 대한 올바른 대처 방법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자살 원인 중 높은 비율을 차지함에도 우울증에 관한 대중의 인식은 아직 미약하다. 대부분 우울증 환자를 그저 ‘우울한 기분에 오래 빠져 있는 사람’ ‘정신력이 약해 마인드 컨트롤을 못 하는 나약한 사람’ 정도로 인식한다.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우울감을 겪고, 극복한다. 그래서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사람에게 본인의 우울감 극복 경험을 얘기하며 ‘이런 식으로 극복해라’ 조언하거나, 우울증 환자의 처지를 다른 사람 처지에 견주어 ‘너만 힘든 거 아니다’ ‘넌 누구누구보다는 낫다’라며 ‘위안’을 주려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태도는 많은 사람이 우울증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없으며, 우울증 환자에게 ‘꼭 해주어야 하는 말’과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과 같은 기초 지식이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우울증은 누구나 살면서 느끼는 우울감과는 완전히 다른 ‘질병’이다. 감기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질병의 증상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찾아온다. 우울증 환자가 우울한 기분에 빠져드는 것은 감기 환자가 기침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우울증 환자에게 ‘밝은 생각을 해라’고 말하는 것은 감기로 기침이 끊이지 않는 사람에게 ‘기침을 하지 마라’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증상을 정신력으로 제어하라고 종용하는 것은 우울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우울증은 원인이 다양하다. 극단적이고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사람만 걸리는 것이 아니다. 눈부신 외모와 수많은 팬의 사랑에 막대한 재산까지 가져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연예인에게도 우울증은 찾아간다. 아무리 예방한다고 해도 우울증의 모든 원인을 사전에 차단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울증이 찾아왔을 때 당사자와 주변 인물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필자는 이에 대한 국가 차원 매뉴얼 정비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우선 우울증에 대한 인식 개선이 매우 중요한 과제다. 개인 의지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질병으로 인지하도록, 사회적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 우울증을 인지했을 때 바로 접근할 수 있는 전문기관을 지역별로 마련해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게 해야 한다. 병원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순전히 개인의 노력으로 이겨내야 한다. 이때 주변 사람의 도움을 기대할 수 있지만, 여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자기 앞가림도 힘든 세상살이 속에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위로하고 곁에서 끊임없이 돌보아주는 것은 개인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렇게 충분한 노력을 해주지 못하다가 우울증 환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면, 죄책감과 고통은 오롯이 주변 사람의 몫이 된다. 국가 차원에서 사회복지 측면으로 접근해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신속히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꼭 필요하다.

우울증 대처 매뉴얼을 확립하고 국민이 알게 해야 한다. 요즘 심폐소생술 응급처치 교육이 보편화돼 누군가에게 심정지가 왔을 때 예전보다 빠르고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우울증도 신속하고 올바른 대처 방법을 누구나 알 수 있도록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각박하고 우울한 사회다.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원인은 도처에 있다. 누구나 우울에 노출되어 있다. 모두가 우울하지 않은 사회를 당장 만들 수 없다면, 적어도 우울함을 함께 헤쳐나갈 수 있는 사회는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부디 우울증의 심각성을 국가 차원에서 인지하고, 극단적 선택이 더는 없게 예방·관리 체계를 정비해 사회 안전망을 확충해주기 바란다.

부산공업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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