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옴부즈맨 칼럼] 선비 건달 악당 /권재창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1-14 19:25:52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선비가 드문 세상이다. 선비의 생명은 지조에 있다. 그러나 지조를 지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조지훈 선생이 “지조란 것은 순일(純一)한 정신을 지키기 위한 불타는 신념이고, 눈물겨운 정성이며, 냉철한 확집(確執)이요, 고귀한 투쟁이기까지 하다”고 설파하기까지 했으니 지조 있는 선비가 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만하다. 부드럽지만 단호하고, 남에겐 봄바람처럼 자상하지만 자신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한 사람도 드물다.

그 반대인 사람들이 넘치는 세상이다. 시끄럽지만 공허하고, 남에겐 엄격하면서 자신에게만 온화한 사람이 넘쳐난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움쩍하지 않고 바른말을 하는 기개 있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칼은 보이지도 않는데 지레 겁을 먹고 시류에 영합하는 사람이 더 많다. 아닌 것은 아니고, 틀린 것은 틀렸다고 해야 하는데 그 뻔한 소리를 못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현대사회에서 선비란 누굴까?

모든 직업에 선비는 있다. 자신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인식하고, 항상 그 의식 아래 행동하는 사람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이 손님에게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려 골몰하고 그에 충실하면 선비라 하겠다. 여론이 아무리 아우성쳐도 법관이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재판할 때 선비라 할 만하다. 그러나 선비는 참으로 드물다. 본래 선비의 삶이 고단하니 선비가 드문 건 인지상정이라 하겠다.

건달은 선비보다 좀 더 많다. 여기서 건달은 조직폭력배를 연상시키는 그 건달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특별히 중요한 일을 하지 않고 그럭저럭 살면서 때로 빈둥빈둥 놀거나 게으름 피우는 사람 정도로 해두자. 이런 의미의 건달에게 악의는 없다. 그냥 특별히 주목할 대상이 아닐 뿐이다. 옆에서 보는 사람은 답답해할 수 있지만 그래도 밉게만 볼 수는 없다. 대충 일하고 대충 살고자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인간 본성이기 때문이다. 식당을 하는 사람에게, 밥이 설익거나 반찬이 덜 싱싱하면 손님을 받지 말라고 하는 것은 어찌 보면 가혹하다. 그래도 식당을 해야 하고 그래도 손님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미안한 마음에 다음에는 좀 더 싱싱한 식재료를 써야겠다고 다짐한다. 건달적 성품은 그래서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므로 자기 잣대만으로 그들을 매도하지는 않는 것이 좋다. 사실 본인이 선비류라고 생각하는 대부분 사람은 실은 건달류에 가까울 수 있고, 많은 경우 악당류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이치를 몰라 곤경에 처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마지막으로 악당이 있다. 악당으로 표현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한데, 대체로 다음과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라고 하자.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면서도 남에게는 더없이 엄격한 사람은 악당이다. 자신이 하는 일의 본질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은 악당이다. 식당을 하는 사람이 매출을 올리기 위해 음식에 몸에 해로운 물질을 넣으면 악당이 된다. 법관이 의도적으로 증거를 무시하고 증거와 반대의 사실을 인정하여 결론을 내리면 악당이 된다. 언론사 기자가 본인이 속한 회사의 방침과 어긋난다고 하여 사실관계를 왜곡해 보도하면 악당이 된다. 논리를 존재이유로 삼아야 하는 논객이 자기 논리를 부정하는 말을 하면 악당이다. 바야흐로 악당 전성시대인 것 같다. 악당이 너무 많다.

21세기는 정치의 시대이고, 광장의 시대이고, 자기언론의 시대이다. 그래서 그런지 말이 넘쳐난다. 그렇게 말이 무성한 시대가 되었는데 갈수록 공허하게만 들린다.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 분별하기도 어렵다. 그 분별의 어려움을 틈타 거짓을 퍼뜨리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지조를 지키고 삶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선비는 있다. 찾아내기 쉽지 않을 뿐이다. 선비는 존경받아야 한다. 욕심을 내 선비가 되도록 애쓰는 일도 권장돼야 한다.

그런 노력을 하는 이가 많을수록 희망 있는 나라가 될 것이다. 적어도 선비가 되기 어렵다고 악당이 되면 안 되겠다. 선비 되기가 힘들면 건달 정도로 살자. 건달 정도로 살면서 선비를 존경하고 대우해주면 어떨까? 악당이 되어 남에게 해악을 끼치는 것보다 낫다. 악당은 멀리하는 것이 상책이다. 악당에게 관심을 주면 안 된다. 악당은 무시하면 없어진다. 국제신문이 악당은 무시하고 선비적 정신을 소개하는 기사를 많이 보도해 주었으면 좋겠다.

변호사·법무법인 청률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2. 2“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3. 3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4. 46일 부산국제영화제 팡파르…사상 첫 화요일 개막
  5. 5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6. 6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7. 7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8. 8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9. 9해킹 피해 신한은행 2만5727건 vs 우리·농협 0건…금융기관 ‘보안 체력’이 갈랐다
  10. 10“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1. 1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2. 2‘맹탕 청문’ 의식 부산시의회, 교통·시설公 송곳검증 벼른다
  3. 3부울경 펀드인데 절반가량은 수도권 투자…제도취지 무색
  4. 4장동혁, 육영수 생가 방문…‘암살자(들)’로 진보 맹공
  5. 5軍 “北 지뢰 터져 장병 부상” 결론…군사분계선 이남 제거작전 돌입(종합)
  6. 6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7. 7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8. 8[속보] 李 대통령 지지율 37.4%.. 민주 42.5%, 국힘 38.4%
  9. 9[속보] ‘실탄 없이 경계 근무’ 사례 추가 확인, 국방부 기관 경고 방침
  10. 10‘盧 수사’ 與-한동훈 논쟁 확전…“석고대죄하라”-“성역화 말라”
  1. 1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2. 2해킹 피해 신한은행 2만5727건 vs 우리·농협 0건…금융기관 ‘보안 체력’이 갈랐다
  3. 3지역상품 우선구매 ‘부산이 삽니다’ 민간 확산 드라이브
  4. 4증권·산업계도 AI 해킹 포비아…휴일 반납 하고 긴급 점검
  5. 5누리호 7일 발사 앞두고 6일 기립(종합)
  6. 6SNS레시피가 제품으로…농심 스낵 ‘너구링’ 선봬
  7. 7“북항 더 핫하게” 시민과 명소화 모색
  8. 8[한 손 뉴스] 양양 송이 ㎏당 171만 원…생산량 줄어 역대 최고가
  9. 9어선원 직불금, 60일 승선하면 받는다
  10. 10주민번호 대량 유출 빈번, 최근 6년 505만 건 털려…‘온라인 번호’는 278만 건
  1. 1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2. 2“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3. 3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4. 4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5. 5“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6일
  7. 7김해시의원 활동비는 1만 원 깎였다
  8. 83년 표류 창원 제2국가산단…LH 사업비 낮추나
  9. 9출소 한 달 만에 또…유치장 난동 40대 징역형
  10. 10“디지털농업·특화브랜드로 청년농부 유입 이끌 것”
  1. 1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2. 2“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3. 3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4. 4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5. 5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6. 6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7. 7“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8. 8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9. 9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10. 10‘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국제칼럼 [전체보기]
누구도 법 앞에 국민보다 ‘더 평등’할 수 없다
배지의 실력행사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논란의 AG
상표권 알박기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중수청·공소청 혼란 땐 수정 보완 주저 말아야
북 미사일 위협 속 ‘빈총 경계’ 안보 불안 키워선 안 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드골 대통령과 군복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