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고 했다. 밥그릇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 같은 큰 밥그릇이 많다. 그래서 예부터 서울 입성은 성공으로 가는 첫걸음이었다. 저마다 서울로 모여드니 살 집이 문제다. 무엇보다 일자리 접근성이 중요하다. 수요가 많으니 서울 집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래서 서울 주변 땅값이 상대적으로 싼 곳에 신도시를 조성한다. 신도시가 성공하려면 학교 병원 등 인프라가 기본이다. 그중 핵심은 도로다. 출퇴근의 효율성은 곧 도시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경기도로 확대됐다. 이제는 수도권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몰랐다. 서울이든, 부산이든 길만 뚫으면 좋은 줄 알았다. 중요한 건 그 길이 어디로 통하느냐였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길은 서울로 통했다. 많은 길은 서울 접근성을 위해 뚫렸다. 그물망 같은 수도권 전철은 경기도와 인천을 넘어 강원도 춘천과 충청남도 아산까지 이어졌다. 이것도 모자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가 3곳이나 건설된다. GTX는 경기도와 인천에서 서울 강남까지 30분대 이내에 도달할 수 있게 만든다. 그렇게 서울은 강원도와 충청도까지 확대될 판이다.
새 길과 새 밥그릇이 사람을 불러모으다 보니 수도권 인구는 어느덧 전체의 50%를 넘었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인구 통계 결과 지난해 12월 말 기준 수도권 인구는 2592만5799명으로 전체 인구의 50.002%였다. 반세기 전인 1970년 수도권 인구가 28.3%였던 것을 고려하면 격세지감이다. 이는 세종시 신설,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 지난 15년간의 정부 균형발전 정책이 큰 효과가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소한의 정책에 불과했다.
모두 먹고살 게 불평등해 벌어진 일이다. 밥그릇이 적으니 사람이 모이지 않고, 사람이 적으니 밥그릇이 더 줄어드는 악순환은 반복된다. 지금 비수도권의 상황이 그렇다. 앞으로 30년 내 3500개 읍·면·동 중 40%가 없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예사롭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세계적인 기업인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까지 경기도 용인에 조성하는 것은 아쉽다.
수도권에는 대기업의 75%가 몰려 있으니 현재로서는 사람이 줄어들 전망이 없어 보인다. 도리어 국민의 70~80%가 수도권에 사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진단이 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런 극단적인 국토 불균형은 현실이 되지 말아야 한다. 불평등은 차이의 문제이고, 그 차이만큼 갈등이 심하며, 이는 사회 효율성과 직결된다. 다시 한번 되새겼으면 한다.
정순백 논설위원 sbj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