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컬러TV가 처음 만들어져 나오던 때였을 것이다. 그 당시 모 가전회사의 컬러 TV 광고 카피 중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나는 것이 하나 있는데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가 그것이다. 그 시절 우리네 어른들은 TV 한 대, 냉장고 한 대를 살 때도 십 년 사용은 기본으로 고려하며 신중히 구입했던 것이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지난 6일이 D-100일이었다. 그런데 선거정국은 최근 선거법 개정에 따른 선거연령 하향, 연동형 비례제 도입 등 돌발 변수로 큰 혼란에 휩싸여 있다.

정치권의 셈법은 흡사 상대의 수를 몇 수 앞서 읽어 내야 하는 바둑기사의 고뇌를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요동치는 정국의 소용돌이 속에 유권자가 휘말리면 정치에 환멸을 느끼게 되고 결국 정치 외면과 무관심이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지게 된다. 어쩌면 이러한 난맥상은 게임의 룰을 참가자가 직접 만드는 데서 비롯되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정치인들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정치의 한 축을 담당하는 주체인 유권자의 책임 또한 가볍지 않다.

혹시 우리는 정치를 바라볼 때 뽑아놓기만 하면 알아서 잘해 줄 거라고 생각하고 정치에 대한 관심을 끊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선거 과정 중에는 국민의 종 노릇을 하겠다던 사람이 선거만 끝나면 상전으로 등극하는 드라마틱한 신분 상승 드라마를 우리는 왜 관전만 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우리 의사를 대변해서 일해 달라고 뽑아 놓은 사람들에게 실망하는 일을 수십 년째 되풀이해오고 있는 것은 유권자인 우리에게도 절반의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닌지 냉철하게 반성해 보아야 한다. 우리가 진정 주권자로서 참정권을 가치 있게 행사하였는지, 균형 있는 시각으로 정치권을 잘 지켜보고 있었는지. 자문하고 또 반문해 보아야 한다. 정치는 선거로부터 태동하고 싹을 틔운다. 선거 자체만으로도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대단하지만, 그 결과가 만들어 내는 시스템과 제도가 국민 일상에 끼치는 파급력은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마어마한 것임을 우리는 잘 안다. 국민의 정치 무관심이 고질화될수록 정치의 영향은 나쁜 쪽으로 작용할 것이고, 그에 따라 우리 일상생활은 점점 더 힘들거나 답답해질 것이며, 나아가 국가 운영 시스템 자체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

결국 유권자 한 표, 한 표의 힘이 선거의 힘이 되고 정치의 저력이 되며 우리 삶을 좀 더 나아지게 만드는 원천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오히려 퇴행하는 듯한 오늘의 정치문화를 국민 눈높이에 걸맞도록 업그레이드할 방법은 무엇일까. 퍼스널 컴퓨터의 아버지라 불리는 앨런 케이는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견주어 생각해 보면 최선의 것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기보다 최선의 것을 선택하고 더 나아가 성취해 가는 것은 어떨까. 그러기 위해 유권자들은 정치에 대해 책임의식을 가지고 적극적 관심으로 모니터링하고 걸러내고 과감하게 질타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정치인은 아무 유권자나 두려워하지는 않으며 신념과 용기를 갖고 투표하는 똑똑하고 현명한 유권자만을 두려워할 뿐이다. 다가오는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선거는 서로에게 생채기만 남기는 소모적 선거가 아니라 주인의식을 토대로 생산적인 선거로 치르자. 똑똑하고 현명한 유권자가 되어 보자.

부산서구선거관리위원회 홍보주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