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문태준 칼럼] 상월선원의 천막결사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1-09 18:57:04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오동나무는 천년을 묵어도 곡조를 간직하고, 매화는 평생을 추위 속에 살아도 그 향기를 팔지 않네.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본바탕이 남아 있고, 버드나무는 백 번을 꺾여도 다시 새 가지가 돋네.” 이 문장은 조선 시대 문장가 신흠이 쓴 시의 구절이다.
새해를 맞아 이 시를 떠올리는 까닭은 우리 마음이 지녀야 할, 굳게 믿어서 지켜야 할 어떤 숭고한 뜻에 대해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 해의 시작과 중간과 끝에 여일하게 지녀야 할 엄숙한 마음의 결기 같은 것을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며칠 전 위례신도시에 위치한 상월선원(霜月禪院)에 다녀왔다. 상월(霜月)은 서리가 내리는 밤의 차가운 달이라는 뜻이다. 밤에도 빛을 잃지 않고 높이 떠 있는 한월(寒月)처럼 결연하게 마음과 행위를 단속하는 일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러고 보면 상월(霜月)은 선원에서 참선 수행하는 수좌(首座) 혹은 수좌의 정신으로 이해해도 무방할 것이다. 또한 오동나무의 곡조와 매화의 향기와 어둠 속에서도 고유하게 달이 지니고 있는 빛이라는 본래면목과 버드나무의 불굴의 움틈 등이 ‘상월(霜月)’이 지닌 함의와 다르지 않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상월선원은 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한 자승 스님 등 아홉 분의 스님이 동안거 정진을 하는 곳이다. 선원이라고는 하지만 시설이 갖춰 있지 않은 임시 천막의 도량이다. 위례신도시에 향후 법당이 들어설 부지에서 스님들이 지금 용맹정진을 하는 것이다. 스님들이 상월성원에 방부를 들이고 동안거 정진에 들어간 것은 지난해 11월 11일이었다.

동안거에 들어가며 아홉 분의 스님은 다음과 같은 서원을 세웠다. “당신이 보리수 아래서 선정에 들며 맹세하듯 저희도 당신을 따라 맹세합니다. 이 자리에서 내 몸은 말라버려도 좋다. 가죽과 뼈와 살이 녹아버려도 좋다. 이 자리에서 죽어도 절대 일어서지 않으리라.”

목숨을 걸고 정진하겠다는 결지(決志)로 꽉 채워진 서원이었다. 특히 상월선원은 무문관 수행처로서 선방의 배식구로 간단한 음식만을 전달받을 뿐 바깥과의 통로를 차단하고 자물쇠를 채웠다. 게다가 상월선원의 청규(淸規), 즉 상월선원에서의 의식주 생활과 수행 방법, 제도 등을 정한 청규는 매우 엄격하다. 하루 14시간 이상 앉아서 정진하고, 하루에 한 끼만 먹고, 옷 한 벌로 지내고, 양치만 하고 삭발과 목욕을 금하고, 외부인과 접촉을 하지 않아 천막을 벗어나지 않고, 말을 하지 않는다는 매우 엄격한 규약을 적용하고 있다. 이 규약을 지키지 않을 때는 조계종 승적에서 제외한다는 각서와 제적원을 총무원에 제출하기도 했다고 한다. 물러설 수 있는 퇴로마저 차단하고 정진에 들어간 것이니 그야말로 천 길이나 되는 위태로운 절벽 위에 자신을 세운 것이다.

스님들이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은 새벽 두 시고 하루 14시간을 정진하는데 50분 동안 참선하고 10분 동안 포행(布行), 즉 잠시 천막 안을 걷는 방식으로 수행은 이어진다. 천막의 시설이니 추위가 가장 큰 문제이다. 스님들은 대중이 넣어드리려는 발열조끼와 같은 보온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도 거부한 채 수행의 열기로써 이 엄동의 한파를 이겨내고 있다. 하루 한 끼 식사를 하는데 그 양도 많지가 않다. 쌀밥의 경우 이백 그램을 채 넘지 않는 양이니 몸을 지탱할 만큼만 공양을 하는 셈이다.

아홉 분 스님의 정진을 ‘천막 수행 결사’라고 일컫는 데에는 이러한 수행의 엄격한 조건과 계목에도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스님들의 용맹정진이 우리나라 불교의 선풍을 다시 진작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며칠 전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상월선원을 방문해 설한 법문에서 “상월선원 천막결사는 무엇으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귀감이 되는 결사입니다. 엄동설한 속에서 스님들이 한국불교 중흥을 위해 용맹정진하고 있습니다. 이제 해제하는 날 큰 해가 아홉 개가 뜰 것입니다”고 이른 뜻도 이러한 데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불교의 역사에서 대표적인 결사 운동으로는 잘 알려진 대로 고려 시대의 지눌 스님이 벌인 정혜결사를 꼽을 수 있다. 지눌 스님은 “부처가 입으로 말한 것은 교(敎)요, 조사가 마음에 전한 것은 선(禪)이다”며 선교 간의 갈등을 극복하려 했고, 또 불교계 내부를 혁신하려고 했다. 성철 스님과 청담 스님, 자운 스님, 우봉 스님 등이 일으킨 봉암사 결사도 청정한 수행을 실천에 옮긴 대표적인 결사운동이었다. ‘부처님 법대로만 살자’며 수행자 본연의 모습을 되찾으려 했다. 그리고 공주규약(共住規約)을 만들어 그대로 실천했다. 공주규약의 내용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포함되었다. “일상에 필요한 물품은 스스로 해결한다는 목표 아래 물 긷고 나무하고 밭일하고 탁발하는 등 어떠한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소작인의 세금과 신도의 특별한 보시에 의존하는 생활은 완전히 청산한다. 용변 볼 때와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늘 장삼과 가사를 입는다. 사찰을 벗어날 때는 삿갓을 쓰고 죽장을 짚으며 반드시 함께 다닌다. 가사는 마나 면으로 한정하고 이것을 괴색(壞色)한다. 날마다 한 번 능엄대주를 독송한다. 날마다 두 시간 이상의 노동을 한다. 공양은 정오가 넘으면 할 수 없으며 아침은 죽으로 한다. 앉는 순서는 법랍에 따른다. 방사 안에서는 늘 면벽좌선하고 서로 잡담은 절대 금한다. 정해진 시간 이외에 누워 자는 일은 허용되지 않는다. 필요한 모든 물건은 스스로 해결한다.”

이처럼 결사 운동은 한국불교의 청정가풍을 선양하고 발심수행의 의욕을 다시 불러 일으켜온 자정과 쇄신의 운동이었다. 상월선원의 천막결사는 불교 신도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전국의 불자들이 상원선원을 찾아 기도와 철야 정진을 하며 아홉 분 스님의 뜻을 받들어 이어가고 있다. 한국불교의 밝은 미래를 위한 초석을 놓을 아홉 분 스님의 상월선원 천막결사가 보다 많은 대중의 관심과 외호(外護) 속에 원만하게 회향되기를 기원한다.

시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5배까지 뛴 불꽃축제 숙박료…지긋지긋한 ‘바가지’
  2. 2은행점포 영업시간 30분 단축…내년 4월부터 9시30분 개점(종합)
  3. 3기장의 1/10…부산 북구 참전수당 월 2만 원 ‘서러운 대접’
  4. 4에코델타시티 마을버스…강서 17년 만에 새 노선
  5. 5‘부캉이’ 보낸다…29일 선박·워터펌프로 외해 유도(종합)
  6. 6“보조금 심의 결정권자는 나” 부산 중구 부구청장 논란
  7. 7찜질방·호텔 빈대 출몰에 화들짝…관광도시 부산 이미지 훼손 우려
  8. 8경로당 어르신·어린이집 아동들 “홀몸 어르신 고소한 전 드세요”
  9. 9큰 日날 뻔한 韓야구…日 아마추어 상대로 3-1 설욕전
  10. 10부산서 하루 더…오버나잇 크루즈 성황
  1. 1靑 “北포로 비공개 합의 부인 강력 유감” 우크라에 사과 요구(종합)
  2. 2“BPA, 1년간 1조원대 채권 발행…항만공사 통폐합 강행 땐 빚 전가”
  3. 3“피지컬AI 항만 실증사업, 광양항 아닌 부산항서 해야”
  4. 4李 지지율 2주째 상승 37.9%…양당 지지도 오차범위 접전
  5. 5여야 만난 강신철 국방부 장관 “北 지뢰 확인 땐 상응 조치…은폐 없다”(종합)
  6. 6靑 재제청 요구 거부 조희대 “국감서 밝히겠다”(종합)
  7. 7부산시 ‘도시계획’ 조직개편 여파…시의회 상임위 간 신경전
  8. 8北 외무부상 "핵보유국 지위 무엇으로도 되돌릴 수 없어"
  9. 9‘인천대 교수 임용 특혜 의혹’ 유승민 딸, 입건없이 10개월째 수사만
  10. 10이재명 대통령 넘어선 민주당 지지율에 분열 확대
  1. 1은행점포 영업시간 30분 단축…내년 4월부터 9시30분 개점(종합)
  2. 2부산서 하루 더…오버나잇 크루즈 성황
  3. 3HJ중공업 조선업계 첫 올해 임단협 타결
  4. 4안주고 덜준 보험금, 5년간 1000건 육박
  5. 53년물 국고채 4.1% 돌파…美 금리 급등 여파
  6. 6빚 갚으려고 또 빚…카드론 대환 23%↑
  7. 7“금융위 경험·네트워크로 부산 금융생태계 강화”
  8. 8부산 유주택 신혼 반토막…‘6억 초과’ 보유는 2.5배 급증(종합)
  9. 9시중銀, 부울경 전략산업 금융 확대…지역銀 영역침범 우려도
  10. 10AI로 ‘해상 교통 혼잡도’ 예측한다
  1. 15배까지 뛴 불꽃축제 숙박료…지긋지긋한 ‘바가지’
  2. 2기장의 1/10…부산 북구 참전수당 월 2만 원 ‘서러운 대접’
  3. 3에코델타시티 마을버스…강서 17년 만에 새 노선
  4. 4‘부캉이’ 보낸다…29일 선박·워터펌프로 외해 유도(종합)
  5. 5“보조금 심의 결정권자는 나” 부산 중구 부구청장 논란
  6. 6찜질방·호텔 빈대 출몰에 화들짝…관광도시 부산 이미지 훼손 우려
  7. 7약발 없는 바가지 대책…인센티브·숙박세로 실효성 키워야
  8. 8약사 면허 빌려 28억 부당이득…환수 거부에 法 “토해내라” 쐐기
  9. 9공소시효 이틀 앞두고 세금 포탈 업자 송치…검·경 합동수사 빛 발해
  10. 10부산대 양산캠 유휴부지, 양산시도 나섰다…개발 TF 꾸려 대응
  1. 1큰 日날 뻔한 韓야구…日 아마추어 상대로 3-1 설욕전
  2. 2큰 日낸 女핸드볼…결승서 일본 꺾고 8년 만에 우승
  3. 3중국에 두 번 진 이민성호, 이번엔 벼른다
  4. 4수영·탁구·사격 부진…양궁이 ‘금빛 갈증’ 풀어줄까
  5. 5오상욱 끝냈다…펜싱 男 단체 우승…승마 남동헌, 12년 만에 정상 탈환(종합)
  6. 6안세영, 천위페이도 가볍게 압승…결승 진출
  7. 7K-농구 황금시대…남녀 동반 우승, 3대3도 첫 金(종합)
  8. 8이강인·황인범 활용법 찾아라
  9. 9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10. 10[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AI 설계 어선
부캉이가 띄운 북항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법과 원칙 외면한 시유재산 관리, 책임 물어야 한다
금고 선정, 금리 경쟁 넘어 지역자금 선순환이 중요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북항 찾은 상어 ‘부캉이’와 잊힌 갈매기 ‘부기’
‘지방시대위’ 부산 이전, 다시 뛰는 대한민국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청년·노인 예산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