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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겨울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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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나 기후와 관련된 속설 중에는 실제와 부합하지 않는 게 제법 많다. 그중 하나가 ‘여름 폭염 뒤엔 겨울 혹한이 온다’는 것이다. 이는 통계상으로나 이론상으로나 근거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기상관측 사상 두 번째로 더웠던 1994년의 경우 그해 겨울 평균기온은 평년 대비 0.6도 높아 비교적 따뜻했다. 열대야일수(13.4일) 기준으로 역대 3위를 기록했던 2013년에도 겨울은 평년보다 오히려 0.7도 높았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폭염과 혹한이 교차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짧은 주기만 놓고 보면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는 셈이다.

   

한반도의 봄과 가을이 실종됐다는 말이 많지만 이것도 틀렸다. 국립기상과학원이 과거 30년(1912~1941년)과 최근 30년(1988~2017년)을 비교한 결과 봄은 88일에서 85일, 가을은 73일에서 69일로 3~4일 준 데 그쳤다. 그 대신 여름은 98일에서 117일로 19일이나 길어졌다. 여름이 길다는 건 봄의 시작은 빨라지고 가을의 시작은 늦어졌다는 걸 의미한다. 그 결과 진짜 사라진 건 겨울이다. 같은 기간 겨울은 109일에서 91일로 18일이나 줄어들었다. 지난 106년간 겨울 평균기온은 10년마다 0.25도씩 올랐다. 겨울은 점점 따뜻하면서도 짧게 지나가는 계절이 되고 있다.

올겨울도 이례적인 온난함의 연속이다. 지난 7일 부산의 아침 최저기온은 9도, 낮 최고기온은 무려 17.7도까지 치솟았다. 평년값보다 10도 가량 높은 온도다. 올 들어 부산의 1월 평균 최고기온은 11.7도로 평년(8.3도)보다 4.3도 높고, 최저기온은 3.4도로 이것 역시 평년(영하 0.2도)보다 3.6도나 높다. 눈은 아예 실종 상태다. 지난달 전국의 적설량은 0.3㎝로 12월 수치로는 관측 이래 가장 적었다. 태종대 온천천 등에선 계절을 착각한 벚나무 가로수가 꽃망울을 맺고 있다.

‘동짓달이 추워야 풍년이 든다’는 말처럼 겨울이 따뜻하면 당장 걱정되는 것은 농사다. 겨우내 죽지 않은 병해충이 봄도 되기 전에 기승을 부리기 십상이다. ‘소한(小寒) 추위는 꾸어서라도 한다’는 속담이 있다. 소한이 1년 중 가장 추운 절기인데 아무리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더라도 이때가 되면 반드시 기온이 뚝 떨어진다는 의미다. ‘대한(大寒)이 놀러갔다가 얼어 죽었다’던 그 소한이 지난 6일이었다. 하지만 이날도 부산은 아침 최저 5.5도, 낮 최고 8도로 봄날 같았다. 겨울이 사라지고 있으니 이런 속담도 이제는 바뀔 때가 된 것인가.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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