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청년 졸업생 김지훈·김지혜 /권혁범

  • 기획탐사부장
  •  |   입력 : 2020-01-08 19:55:50
  •  |   본지 3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이 나이에 연봉 3500만 원이 안 되는 것도 슬프고, 3500만 원을 간신히 넘겨 대출(중소기업 청년 전세자금)을 못 받는 것 역시 슬픈 일이죠. 부산에서 청년으로 살아온 삶은 ‘그저 존재만 할 뿐’입니다.”

국제신문 설문조사에 참여한 ‘청년 졸업생’ 김지혜 씨가 탄식한다. 그녀는 1985년 부산에서 태어나 지난해 청년(만 34세까지)을 졸업했다. 고향에서 초중고와 대학을 나왔다. 부산의 한 중소기업에서 10년 넘게 일한다. 아직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30만 원짜리 방에 홀로 산다. 지난해 격주 주말 근무까지 더해 직장생활 10년 차에 받은 연봉은 세전 3546만 원. 46만 원이 초과해 청년 대출을 못 받았다. 이젠 만 34세가 넘어 청년 대출 대상조차 안 된다.

34년을 산 고향 부산은 따뜻하지도, 넉넉한 삶을 선물하지도 않았다. 언제쯤 월세방을 벗어나 1억 원짜리 전셋집으로라도 이사하고, 여윳돈을 모아 결혼할 수 있을지 기약 없다. 그렇게 부산에서 청년으로 살아온 삶은 그저 존재할 뿐, 특별한 의미가 없다. ‘쌔빠지게’ 공부하고 일했지만, 외롭고 고달픈 기억만 남았다.

1985년 부산이란 도시에서 세상을 처음 마주한 5만7212명의 김지훈·김지혜 씨는 이제 더는 청년이 아니다.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란 사회 분위기가 출생 때부터 그들을 잔뜩 주눅 들게 했다. 기성세대가 시키는 대로 힘든 경쟁을 뚫고 죽을 둥 살 둥 공부했다.

그러나 기성세대가 약속한 성공은 쉬이 찾아오지 않았다. 취업 전선에 뛰어든 때는 ‘세계 금융 위기’로 불린 무지막지한 불황이 덮쳤다. 부산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배운 대로, 생각한 대로 되는 일이 별로 없는 삶이었다.

수많은 김지훈·김지혜 씨가 ‘살기 위해’ 부산을 떠났다. 부산에 남은 김지훈·김지혜 씨도 원도심 등 부모 세대가 삶을 일궜던 곳을 벗어나 ‘그들만의 공간’으로 옮겼다. 그리고 높은 벽에 갇혔다.

김지훈·김지혜 씨가 빠져나간 동네마다 소멸 위기에 놓였다. 순서는 이렇다. 청년이 나가고 아기 울음이 끊기면, 취학 아동이 급감하고 학교가 문을 닫는다.

학교가 없어지는 건 소멸의 신호탄이다. 출산·육아·교육·문화·의료·교통 인프라가 줄줄이 사라진다. 일자리도 씨가 마른다. 그러면 동네에 더는 청년이 들지 않는다. 동네를 시작으로 구·군, 나아가 부산시가 위기를 겪는다. 부산은 청년이 꿈꿀 수 없는 도시가 된다. 반대로 청년이 모이고, 사람이 늘고, 인프라가 확충되는 ‘수도권 공화국’만 살 만한 세상이 된다. 김지훈·김지혜 씨의 고향은 갈수록 낡고 병들어 간다.

국제신문은 새해 기획 시리즈로 ‘청년 졸업 에세이 - 1985년생 김지훈·김지혜’를 보도하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또 진부한 청년 얘기냐”며 “라떼(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일장 훈시를 하고 싶은 분도 있겠다. 그러나 누가 김지훈·김지혜 씨의 34년간 삶을 치열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단지 그들이 나약해서, 배가 불러서, 욕심이 지나쳐서 고향을 등진 것일까. 청년이 부산을, 원도심을 빠져나간 게 아니다. 부산이 청년을 밀어냈다. 과연 우리는 청년에게 “부산에 사는 게 좋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청년이 없으면 지역이 죽으니 제발 남아 달라”고 부탁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청소년의 가장 큰 고민이 ‘공부’나 ‘외모’가 아니라 ‘직업’인 시대가 됐다(통계청 2018년 사회조사).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한창 멋 부리고, 이성에 관심을 가질 시기에 취업은 할 수 있을지, 연봉은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를 걱정하는 상황이 정상적이라고 볼 수는 없잖은가. 적어도 ‘라떼’는 허황한 꿈이라도 꿀 수 있지 않았나.

더 살기 좋은 곳, 더 좋은 일자리가 있는 곳, 더 많은 기회가 있는 곳으로 떠나는 김지훈·김지혜 씨를 탓할 수 없다. 그들에게 부산에 남아 지역을 살려 달라고 억지 부릴 수도 없다. 먼저 부산을 청년이 꿈꿀 수 있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청년이 돌아온다. 부산의 미래가 걸린 일이다.

기획탐사부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진주, 3대 가을축제로 물든다
  2. 2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3. 3[속보] 박홍근 “호남 반도체, 기업 팔 비틀기 아냐…성과 내야 해”
  4. 4[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5. 5올해 초과세수 '최소 50조원'…내년 미래대응기금 200조원대
  6. 6제주 천지연폭포서 사진 촬영 중 추락…50대 관광객 숨져
  7. 7부산·울산·경남 흐리고 일부 지역은 비
  8. 8추석연휴 마지막날도 상어 ‘부캉이’ 인기
  9. 9만남 거부했다고 차에 감금 후 고속도로서 여자친구 때린 60대
  10. 10충남 부여 남서쪽서 규모 2.6 지진 발생
  1. 1[2026 국감 브리핑] 김희정 "'대입 원서 접수번호로 경쟁률 유추 가능' 사실로 확인…정부 대책마련해야"
  2. 2연휴 강타한 우크라 포로 송환· DMZ 지뢰사고 늑장조사 논란
  3. 3李대통령, 미국·멕시코 순방 후 귀국…한미회담 등 성과 점검
  4. 4울산 북구·구의회, 노동자 권익 보호 위해 맞손 잡았다
  5. 5장동혁 “국민 분노 폭발 직전…재산 약탈중지하라”
  6. 6민주 “국힘, 장병 부상 앞에서 정쟁 멈추라”
  7. 7오세훈 “李대통령 실거주 이어 실경작 집착…국민 싸울 대상 아냐”
  8. 8[2026 국감 브리핑]미래기금 사업 95% 원안 그대로 수용·증액…박수영 “방만 편성” 지적
  9. 9李 대통령, 미국·멕시코 순방 마치고 귀국…국내 현안 산적
  10. 10[속보] 軍·유엔사, DMZ 폭발현장 조사…“추가 조사 예정”
  1. 1[속보] 박홍근 “호남 반도체, 기업 팔 비틀기 아냐…성과 내야 해”
  2. 2올해 초과세수 '최소 50조원'…내년 미래대응기금 200조원대
  3. 3한화에어로, ‘경력직 채용 지침’ 사과…재발방지책 마련키로
  4. 4제주항공 부산~중국 구이린 주 4회 신규 취항
  5. 5제주항공 부산~중국 구이린 주 4회 신규 취항
  6. 6“문제 없을까?”… 공정위 퇴직자들, 대형 로펌에 대거 취업
  7. 7미국의 몽니?… 공식 발표 계속 미뤄지는 ‘대미(對美) 투자 1호’
  8. 8숙박업 세금체납 4년간 3.4배↑…주요 업종 중 최대폭 증가
  9. 9‘말로만 자율주행 기술 육성’… 관련 부처 예산 오히려 삭감돼
  10. 10"미래기금 사업 131건 중 95%는 부처 요구대로…감액 6건 불과"
  1. 1진주, 3대 가을축제로 물든다
  2. 2제주 천지연폭포서 사진 촬영 중 추락…50대 관광객 숨져
  3. 3부산·울산·경남 흐리고 일부 지역은 비
  4. 4추석연휴 마지막날도 상어 ‘부캉이’ 인기
  5. 5만남 거부했다고 차에 감금 후 고속도로서 여자친구 때린 60대
  6. 6충남 부여 남서쪽서 규모 2.6 지진 발생
  7. 7부산항 앞바다서 60대 여성 심정지 상태로 구조
  8. 8“죽여버리겠다” 음주운전 출소 나흘만에 신고자 협박한 60대
  9. 9소주 탄 분유 먹이고 딸 강제추행…자녀 3명 학대한 40대 징역 7년
  10. 10DMZ 사고 관련 대통령·軍지휘부 대상 고발 잇따라
  1. 1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2. 2[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3. 3우승 타이틀 박탈 위기…맨시티 ‘유죄 판단’보도에도 회장 “결백 입증하겠다”
  4. 4높이뛰기 우상혁, 2m22로 동메달
  5. 5남동헌,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금메달
  6. 6AG 펜싱 남자 에페, 일본 38-37 꺾고 단체전 결승…銀 확보
  7. 7한국 양궁…단체전 6종목 모두 4강행
  8. 8AG 한국 여자핸드볼 일본에 설욕하고 금…8년 만에 정상 탈환
  9. 9[속보]'약속의 8회’ 한국 야구, 일본 3-1로 꺾고 AG 5연패
  10. 10한국 야구, 일본 꺾고 금메달…아시안게임 5연패 달성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인간만의 영역 ‘관광과 과학’의 결합
국제칼럼 [전체보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추석 밥상에 오를 이재명 정부의 성적표
기고 [전체보기]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복합재난에 강한 도시의 조건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부캉이가 띄운 북항
작자 미상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DMZ 지뢰 추정 폭발 사고, 엄정·신속한 진상 규명을
미중 한반도 논의…북미 대화 국면서 한국 역할 중요
세상읽기 [전체보기]
북항 찾은 상어 ‘부캉이’와 잊힌 갈매기 ‘부기’
‘지방시대위’ 부산 이전, 다시 뛰는 대한민국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청년·노인 예산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