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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물리학의 정석 깬 스웨덴 전투기 /황선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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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1-07 19:15:30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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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이 세계 최고 성능의 전투기를 생산하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인구 1000만 명으로 남한 인구의 5분의 1, 2차 세계대전까지만 해도 가난했던 나라, 그런 나라에서 최첨단 기술과 자본이 요구되는 전투기를 생산한다. 며칠 전 SAAB사가 차세대 전투기 JAS 그리펜(Gripen) E 모델을 본국 스웨덴에 60대, 브라질에 36대 공급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 E 모델이 조종사에게 아주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해 세계 어느 전투기보다 공중전에 강하다며 레이더시스템이나 전자화면의 혁신을 언급했다. 그러나 나는 이 전투기가 최초 개발된 1988년 당시를 뚜렷이 기억한다. 마하 2가 넘는 빠른 속도로 나는 전투기의 안정성을 위해 세계 모든 전투기는 무게중심을 기체 앞쪽에 두는데, JAS 그리펜은 뒤에 둔다고 했다. 물리학을 모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무게중심을 뒤에 둔 것은 물리학의 정석을 고의로 깬 파격이었다. 무게중심을 뒤에 두어 공중에서의 회전반경을 줄여, 추격당하다 다른 전투기 뒤로 돌아가 공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무게중심을 뒤에 두어 생기는 기체 불안정 문제는 에릭슨사의 전자시스템으로 해결한다고 했다. 쉽지는 않았던지 개발 초기 두 번이나 추락 사고가 났다.

어떻게 물리학의 정석을 깨는 이런 파격적 사고가 가능했을까? 분명, 문제 중심의 사고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공중전 승리의 핵심은 작은 회전반경이고 이를 위해 무게중심을 뒤에 둬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스웨덴은 이와 같이 문제가 무엇인지에서 출발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사고체계에 유독 뛰어나고 강하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이런 방식의 사고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본인의 아들 중 한 명은 비만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대학을 중퇴하고 완전히 새로운 사탕, 음료수를 만들어 수출까지 한다. 설탕으로 인한 비만이 만병의 근원인데 왜 사람들은 설탕이 많이 든 사탕과 초콜릿을 먹고 음료수를 마시는가? 설탕을 제거하고 몸에 좋은 단백질을 적당량 넣으면 어떻게 될까? 이런 문제의식에서 세계 최초 단백질 과자 Pandy(Protein Candy)가 탄생했다. 그런 아이가 이제는 지구를 살리겠다며 의류산업에 뛰어들었다. 의류 생산에 따른 다량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지구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어떻게 하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까? 버리는 옷을 재활용할 수는 없을까? 그런 기술을 가진 기업은 어디 있을까? 이런 고민의 결과가 버리는 옷에서 완전히 새로운 섬유를 뽑아내 만든 친환경 의류인 Ceibawear다. 아직은 간단한 티셔츠로 시작하지만, 점차 제품 범위를 확대해 의류산업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데 기여하겠단다. 흥미로운 것은 Pandy와 Ceibawear같은 제품이 단지 이익 추구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의 건강이나 지구의 환경과 미래를 생각한 공공성에 있다. 물론 이런 사업이 가격 경쟁력이 약해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계속 공공성을 생각하면 이것에 기초하지 않은 사업은 성공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문제 중심의 사고와 해결 방안은 창의력 및 혁신과 연관이 깊다. 스웨덴이 스위스와 함께 이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게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일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도 이런 창의적 사고와 혁신을 끌어낼 수 있을까? 첫째는 뭐니 뭐니 해도 교육이다. 정답이 있는 많은 사실을 외우는 현재의 교육에서 문제 중심 교육으로 전환해 질문이 있는 교실, 치열하게 토론하는 교실 그리고 자유, 평등, 민주주의, 공공성 등 인류 보편적 가치를 심어주는 교육이 돼야 한다. 오늘과 같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더욱 절실한 전환이고 나라의 명운이 걸린 문제다. 둘째는 이런 창의력이 창업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지원체제와 구조를 공고히 해야 한다. 젊은이들의 아이디어가 사장되지 않도록 학교와 대학에서 기업가 정신을 공부하고 이를 실제로 추진할 토대를 제공해야 한다. 혁신을 기업에만 맡길 게 아니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특히 젊은이에게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편적 가치를 지닌 창의력 강한 젊은이들이 우리의 미래다.

전 경남교육연구 정보원장·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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