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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독일계 DNA’가 가덕도서 발견된 까닭 /김재현

장항유적서 유전자 검출, 충북에선 고대 백인 유골

주변국에는 나온 적 없어…한국인 이미 오래전부터 ‘혼성체 민족’ 아니었을까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1-01 19:23:27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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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발굴된 충북 제천 황석리 고인돌의 주인공 인골은 그간 생각지도 못했던 엄청난 주장의 근거를 제시하는 계기를 낳게 된다. 당시 인골을 분석한 결과 현재 한국인과 형질적으로 너무나 다르다는 결론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고고학자 김병모 씨는 황석리 지석묘(고인돌) 남자 주인공을 북유럽인, 즉 백인이라고 주장하기까지 이른다(경향신문 2003년 6월 30일 자 보도). 그렇다 보니 우리나라 청동기시대 지배층에 백인이 존재했다는 이야기가 돼 버렸고 나아가 한반도인은 서양인 형질을 포함한 사람일 것이라는 이야기로까지 확대된다.

그 주장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우선 당시 ‘현대 한국인’ 평균 키가 161.2㎝였는데 청동기시대 황석리 인골은 약 170㎝로 월등하며, 결정적으로 위에서 보는 머리 모양이 현대 한국인이 둥근 형태인 단두(短頭)인 데 비해 당시로서는 특이한 초장두(超長頭)의 긴 머리, 즉 이마 쪽과 뒤통수가 길게 늘어지는 타원형이었다. 그러나 이는 한국인 인골 데이터가 부족했던 과거 상황이었으며, 신석기나 삼한 시대 남성 키가 165㎝에 이르는 것과 비교했을 때, 황석리 남성이 168.4㎝인 것은 크게 차이 나는 것도 아니었다. 머리 모양 또한 우리나라 신석기시대 사람이 대체로 장두라고 하는 타원형에서 시대를 지나면서 중간형 중두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지금 우리와 같은 단두 형태로 변화해 간 것을 보면 딱히 특이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주변국 중국은 지역적 차이가 크며, 일본은 한반도의 도래인과 관련해 시기적 차이를 보이는데 비해 한국인은 시간이 흐르면서 형질적으로 고착되지 않고 꾸준히 변화해왔다는 것이 특이한 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인은 오랜 세월 환경과 주변 영향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결과라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이며, 결국 같은 동양인이면서도 넓적한 얼굴에 편평한 광대뼈, 큰 머리통에 높은 키를 가지게 된 이유도 여기 있을지 모른다.

우리가 주변 다른 나라 사람과 꽤 다르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사건은 또 있었다. 2011년 모습을 드러낸 부산 가덕도 장항유적이다. 해변 모래층에 위치하는 장항유적은 신석기시대 묘지로 쓰이던 곳이다. 그곳에선 기원전 5000년의 신석기시대 인골이 50여 개체나 대량 출토됐는데(국제신문 2011년 10월 18일 자 보도), 한국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 부산에서 일어난 것이다. 인골 상태는 매우 양호해 기원전 5000년의 인골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많은 의문을 잠재우기라도 하려는 듯 어떤 인골은 신석기시대 대표 토기인 빗살무늬토기를 안고, “이래도 신석기시대가 아니란 말이냐”는 듯 발굴됐다.

묻힌 자세도 차렷한 듯 곧은 신전장(伸展葬) 말고도 팔·다리를 심하게 굽히고 온몸을 잔뜩 움츠린 굴장(屈葬)도 함께 나와 같은 지역에 두 방식으로 매장된 인골들이 확인됐다. 이 굴장은 가덕도 장항유적에서 처음 확인된 이른바 ‘가덕도식 굴장’으로 알려졌다. 장항유적은 다른 의문도 낳았다. DNA 분석에서 H형 모계유전자가 발견된 것이다. 이는 주로 유럽계 모계유전자로 알려진 것인데, 특히 독일인에서 많이 확인되는 유형으로 중앙대 분자유전학 전공 이광호 교수가 밝혔다. H형 모계유전자가 왜 장항유적에서 나타난 걸까. 2만~4만 년 전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유럽계 H형 모계유전자가 중간의 어떤 지역과도 연계되지 않고 느닷없이 한반도에서 출현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그러다 보니 ‘장항유적의 신석기인은 유럽 독일계 백인들인가’ ‘지금 우리도 유럽 독일계 피를 가진 백인 후예는 아닌가’ 하는 식의 의문 아닌 의문이 다시 제기됐다. 그러나 여기서도 짚고 가야 할 것은 같은 동양인에게서 쉽사리 발견되지 않는 H형 유전자가 한국인, 가덕도 장항 신석기 사람들에게서는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체 인골 DNA에서 확인되는 것은 아니었고, 황석리 경우처럼 주변국인 중국 몽골 일본과 중앙아시아 고대 신석기시대 사람에게서 정말 H형 유전자가 확인되지 않는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정말로 주변국들에선 찾을 수 없는 H형 유전자를 한국인이 신석기시대부터 갖고 있었다면, 그 유전자 자체의 기여도는 미미할지 몰라도 우리는 다른 어떤 아시아 주변국보다 일찍 준비된 하이브리드(혼성체, 혼합)를 장착하고 있었던 것이 된다. 그 때문에 이미 구석기시대부터 주변국에는 없는 유럽형 주먹도끼를 우리만 갖고 있었고, 신석기시대에는 중국·일본과 구별되는 우리만의 빗살무늬토기를 가진 것은 아닐까. 백의민족, 단일민족 같은 단어들이 얽매고 있던 편협의 울타리를 무너뜨리자.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하이브리드(Hybrid) 민족이었을지 누가 알겠는가. 중요한 건 그에 대한 자만심이 아닌 자부심일 것이다. 새해부턴 우리 모두 하이브리드 마인드(Hybrid Mind)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동아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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