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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부산발 ‘유니콘 기업’ 탄생 조건 /박기식

혁신적 발상에 IT 입히고 글로벌 시장 겨냥 필요해

금융 당국은 인프라 구축, 든든한 자금 지원도 해야…창업 기관은 연계 협력을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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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12-31 19:08:11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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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니콘(Unicorn·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 기업 ‘배달의 민족’이 독일의 딜리버리 히어로(DH)에 인수됐다. 국내 배달앱 2위 ‘요기요’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DH가 기업 가치 40억 달러(4조7500억 원)에 이르는 ‘배달의 민족’ 운영사 ‘우아한 형제들’의 지분 87%를 전격 인수한 것이다. 왜 거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까지 DH가 인수에 나서게 되었을까. 배달앱 비즈니스 모델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DH사가 ‘우아한 형제들’과 50 대 50의 지분으로 ‘우아DH 아시아’를 싱가포르에 설립해 동남아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후속 보도가 이런 분석을 뒷받침했다.

국내 11개 유니콘 기업 중 하나인 ‘우아한 형제들’의 이번 쾌거는 글로벌 시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부산의 스타트업·벤처 기업들도 좁은 국내시장을 벗어나 세계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 사례이기도 하다. 미국·유럽의 경우 유니콘→ 데카콘(100억 달러 이상)→ 헥토콘(1000억 달러 이상) 기업들이 세를 늘려가며 쾌속 질주 중이다. 우리나라의 유니콘 기업은 11곳으로 독일과 함께 세계 공동 5위다.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건 틀림없지만 본사를 모두 서울에 둔 점은 아쉽다. 경제의 일극집중 현상이 적나라하게 들어난 셈이다.

최근 부산시도 ‘창업도시 부산’을 기치로 내걸고 창업생태계 개선과 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시행 중이다. 과연 부산발 유니콘 기업 1호가 빨리 나오려면 어떤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까. 5가지가 중요하다. 우선 창업의 주체인 기업들이 스케일 업(Scale-up) 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배달의 민족’도 ‘어디서라도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창의적 발상에 IT 기술을 접목해 성공했다. 데이터화(IoT)→ 정보화(클라우드/빅데이터)→ 지능화(AI)→ 스마트화(융·복합)로 이어지는 프로세스를 구현하거나 단축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구현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의미다.

창업기업의 활동 무대와 눈높이 역시 글로벌 시장을 향해야 한다. 부산발 신기술·신상품을 개발해 중국·일본·아세안은 물론 유럽·미주 전역으로 판로를 확장하고 글로벌 밸류 체인에서 시장 선도 역할과 기업가치 확대의 선순환을 모색해야 할 때다. ‘배달의 민족’은 외국 자본에 의해 글로벌 시장 진출이 시도되는 사례다. 부산은 역사적으로 개방과 신문물의 적응에 익숙한 글로벌 적응 DNA를 가지고 있는 만큼 글로벌 창업 열기를 재점화시켜야 할 시점이다. 부산의 스타트업 ‘ND Soft’가 실시간 번역 소프트웨어 하나로 중국으로부터 거액의 투자 계약을 체결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창업하는 이른바 ‘본 글로벌(Born Global)’ 스타트업도 더 많이 나와야 한다.

스타트업에 대한 금융지원 인프라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창업 기업의 75%가 5년 차 전후 들어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건너는 과정에서 소멸한다. 도산의 가장 큰 이유가 자금 부족이다. 잘나가던 기업이 ‘흑자도산’하는 것도 바로 자금 문제다. 따라서 스타트업의 성장 가속과 후속 투자 연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원활한 자금 지원 채널이 완비되어야 한다. 더 많은 토종 AC·VC들이 활동하도록 지원을 강화하고 외국 금융기관의 부산 유치 노력도 필요하다. 2020년 상반기 ‘부산국제금융진흥원’ 출범이 예정된 가운데 최근 이스라엘 정부펀드 ‘요즈마’ 가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입주를 타진한다는 소식은 이런 점에서 고무적이다.

신규 창업뿐 아니라 재창업 지원 사업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창업 실패자를 인생 낙오자로 경시하는 사회 일각의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 여러 번 실패를 거듭하여 경험과 체력을 키운 창업가가 오히려 더욱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근 부산경제진흥원이 시행한 ‘스타트업 실패 사례 공모 경진 대회’에서는 많은 실패가 접수됐다. 점차 이런 인식의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 하겠다.

부산 창업생태계는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는데 하드웨어적인 인프라 보강에 비해 소프트적인 부분은 좀 더 개선의 여지가 있다. 창업기관들 간의 연계·통합과 데이터베이스 공유를 통해 창업기업이 보다 체계적으로 육성될 수 있도록 여건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부산경제진흥원이 창업 데이터베이스 개발이나 창업기업 이력 관리에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새해에는 부산발 유니콘 기업 출현을 시야에 넣으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과 해외 펀딩 지원에서 구체적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부산경제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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