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경자년은 쥐띠 해이다. 쥐가 십이지 상징 동물 중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것에 대해서 다소 고개가 갸우뚱할 수도 있다. 우리가 가지는 쥐에 대한 생각은 영리하고 부지런하고 재빠르다는 긍정적 면과 하찮고 미천하고 재앙이 일어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부정적인 면이 혼재한다. 세계는 우리나라가 대외원조를 기반으로 성장하여 이제는 대외원조를 하는 국가로 완전히 변신한 모범적 성공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우리 국민의 영민함 부지런함 재빠름이 바탕이 되어 이루어진 기적이 아닐 수 없다. 다시 말해 쥐의 좋은 점을 우리가 발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2020년에는 새로운 기적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하여 본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와 달리 우리나라 지역은 갈수록 어려움에 빠져들고 있다. 인구절벽에 따른 고령화와 지역소멸론, 산업이탈과 일자리 축소, 교육과 문화 환경의 붕괴와 젊은 층 이탈, 부동산을 중심으로 하는 자산 가치 급감 등 지역이 처한 위기 상황은 수없이 많다.

이러한 문제를 우리보다 수십 년 이르게 직면한 일본은 몇 가지 지역 유지 모델을 가지고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노력 중이다. 예를 들면 지역특화산업 개발형, 타 지역 산업 유치형, 공항 유치 등과 같은 공공재 주도형, 관광형, 대도시 주변의 베드타운형, 교육 중심 도시형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가만히 보면 먹을 파이는 변하는 게 없는데 서로 가져가겠다고 싸우는 약탈적 모형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 지속 가능한 지역으로 남기 위해서 못할 일도 없다.

최근 글로벌 수산해양교육사업을 대표하는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와 수산해양특화 대학인 부경대가 공동 협력해 시행한 글로벌 수산발전 역량강화 교육사업이 10년이 되는 시점에서 중단되면서 지금까지 쌓아온 세계적 네트워크와 운영 노하우가 하루아침에 날아가는 위기에 처했다.

코이카-부경대 수산발전역량교육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아시아 11국, 아프리카 15개국, 중남미 6개국, 중동 4개국 등 42개국에서 온 인재를 길러내어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글로벌 수산교육의 메카로서 자리매김을 하여왔다. 졸업생 대부분이 자국의 고급공무원으로 자리 잡으면서 우리나라 해양수산외교의 중요한 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 그리고 이들 졸업생이 귀국하여 사막 지역에서 수산물 양식에 성공하는 등 자국의 경제 산업 발전에 큰 역할을 하면서 OECD 회원국인 우리나라의 책무이기도 한, 개발도상국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성과를 직접 보여 주었다.

하지만 최근 코이카의 글로벌인재양성사업은 글로벌 수산과 해양 교육을 배제하면서 수도권 중심 대학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는 과정만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아프리카와 같은 국가에 ICT 정책 역량 강화, 공공관리 및 행정개혁, 항공 분야 역량 강화, 양성평등 역량 강화 등과 같은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시급을 요구하는지 의문이다. FAO산하 세계수산대학 설립을 한국이 아닌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유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한편 UN대학 내에 지속 가능한 해양수산자원관리 과정 개설 등 세계적으로 글로벌수산해양전문가 양성 과정에 대한 필요성은 계속 제기된다.

세계를, 커다란 하나의 아파트에 살고 있는 국가들의 집합이라고 상상해 보자. 이곳에 부유한 나라와 빈곤한 나라가 같이 살고 있다. 잘사는 국가는 그렇지 못한 나라에 어떤 방식이라도 도움을 주어야 한다. 예전의 원조는 자국의 경제발전과 연계한 분야, 예컨대 무역편의성을 위한 항만 건설, 산업단지 조성과 같은 프로젝트형 원조였다면 오늘날 원조는 기술 이전과 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인재 양성형 원조로 스스로 자립 가능한 휴먼 기반 사업으로 변하고 있다.

부산 역시도 수도권이 아닌 지역이다. 앞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유형 중 공항 유치와 같은 공공재 주도형, 해양수산을 중심으로 하는 관광과 지역특화산업 발전형으로 살아남기를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해양수산에 특화된 교육도시형을 포기하는 순간 아프리카, 중동, 남미, 아시아 등 세계에서 젊은 인재의 유입은 없을 것이다.

국제해양수산도시를 표방하는 부산으로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다. 코이카도 우리나라 ODA(공적개발원조) 교육 사업에서 수산과 공업을 기반으로 발전한 대한민국의 기적을 ‘이제는 나누는 것’이 수산해양교육이 함께하는 굵은 역사를 만들어 갈 기회임을 잊지 않기 바란다.

부경대 해양수산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