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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연금 없는 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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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의 국민연금 의무가입 시행을 두 달 앞둔 1999년 2월 국민 반발과 언론 비판이 쏟아지자 김대중 대통령은 푸념했다. “선정이라고 칭찬은커녕 왜 이렇게 질책을 받는지 모르겠다.” DJ가 맞았다. 20년이 흐른 지금 강남 아줌마들의 최고 재테크 수단이 국민연금이라는 말이 있다. 서울의 강남구 송파구 노원구 서초구 순으로 임의가입자가 많다. 주부 학생 군인 등 임의가입자는 10년전 3만 명이 안 됐으나 지금은 34만 명에 육박한다. 국민연금이야말로 넣은 돈의 최대 2.5배를 돌려받는, 가장 남는 장사라는 걸 사람들이 깨닫는 데 시간이 좀 걸렸을 뿐이다.

연금이 영어로 ‘펜션(pension)’이다. 숙박시설의 일종인 그 ‘펜션’과 같다. 유럽인들이 은퇴 후 고향에 펜션을 차려 생활비로 충당한 데서 유래한 용어로 노후 보장이란 의미가 서로 통한다. 호주의 컨설팅업체인 머서가 세계 37개국의 연금제도를 비교해 11년째 발표하고 있는 ‘글로벌 연금지수(MMGPI)’ 순위를 보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네덜란드가 1위이다. 네덜란드는 노인 빈곤율이 1.4%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덴마크(2위) 핀란드(4위) 스웨덴(5위) 노르웨이(6위) 등 북유럽 국가들이 하나같이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이들의 윤택한 노후는 젊은 날 많이 부담했던 세금 덕분이긴 하다. 이 평가에서 한국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인도네시아보다 낮은 29위다.

통계청 집계 결과 부산의 40~64세 중장년층의 국민연금 혹은 퇴직연금 가입률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낮게 나왔다. 연금 미가입률 전국 평균이 26.8%인데 부산은 28.8%나 된다. 기대수명이 90세라면 60세부터 30년간 필요 자금이 6억~7억 원이라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국민연금도 퇴직연금도 없는 사람이 부산에는 10명 중 3명꼴이라는 얘기다.

은행의 자산관리사들은 노후를 위해 연금의 3층탑을 쌓으라고 흔히 조언한다. 국민연금은 기본이고 직장생활을 끝내고 받는 퇴직금을 일시불이 아닌 연금으로 돌리는 퇴직연금과 개인적으로 적립하는 사적 연금이 그것이다. 사적 연금은 세제 혜택이 많아 연말이면 직장인들의 소득공제 수단으로 가입을 권유받는 상품이기도 하다. 연금은 들 때는 상당한 부담이지만 받을 땐 이만큼 든든한 게 없다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이런 장점을 알면서도 연금 가입 여유가 없는 이가 너무 많다. 평생 쫓기듯 살면서 지금 당장이 더 급해 미래마저 안정의 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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