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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민주주의 가치에 중심 둔 교육개혁 /심성보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2-24 19:14:42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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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교육개혁의 세계적 흐름은 크게 두 경향을 보인다. 그 하나는 시장 논리에 기반을 둔 신자유주의적 접근이고, 다른 하나는 공교육에 대한 국가의 공적 투자를 강화하는 접근이다.

전자는 민영화, 탈규제, 자유화 등 신자유주의 정책, 즉 시장 원리에 바탕을 두었다. 그동안 세계의 주류적 동향은 사회주의 몰락과 함께 대부분 나라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학교에 적용하는 것이 시대의 대세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을 선택한 나라는 지금 최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영미권 나라 대부분의 교육이 다 그러하다. 전 세계를 휩쓴 시장주의 ‘세계교육개혁운동(Global Education Reform Movement)’은 ‘GERM(세균)’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피사(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 과학 분야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였으나 아이들은 높은 불안과 낮은 행복감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피사가 최고의 실천 사례를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세계화시킨 첨병이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피사가 주도한 글로벌 교육체제는 수학과 과학 등 표준화 방식을 통해 학교를 경제적 효율성 기제와 긴밀하게 연관시켜 개인의 성장, 학생의 독립적 사고와 시민적 참여를 희생시켰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OECD 교육국장 안드레아스 슐라이허도 무한질주하는 한국의 입시위주 교육을 깊이 우려하며 근본적 궤도 수정을 권고했다.

이러한 권고는 공공성, 민주적 결정, 균등한 교육재정, 양질의 인프라, 전인적 교육과정을 강조하는 북유럽 국가의 교육개혁 흐름과 맞물려 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보스턴 대학 앤디 하그리브스와 데니스 셜리도 ‘학교교육 제4의 길’에서 교육개혁의 새로운 방향으로 ‘제4의 길’을 제시한 바 있다. 제1의 길은 국가의 지원이 풍부하고 교사의 자율성이 넘치지만 지역마다 교육 편차가 커 상호 연관성이 부족하였다. 또한 제2의 길은 시장주의 경쟁이 강하게 도입되고 교육의 표준화를 추구하면서 교사의 책무성을 강화하는 방식을 추구하였다. 그래서 대안으로 등장한 제3의 길은 시장주의의 장점과 국가의 풍부한 지원을 결합해 교사의 자율성과 책무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그 성공은 미미했다. 그래서 나타난 것이 제4의 길이다.

제4의 교육개혁은 이전의 낡은 길이 더는 효력을 발휘하지 않기에 개인 성공을 넘어 공동선과 인간애가 넘치는 세상을 이루고자 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 경로를 제시한다. 모든 아이의 내면에 숨어 있는 잠재력을 적극 발견하고 학생을 승자와 패자로 가르지 않는 포용적 교육 전략이다. 교사들을 통해 개혁의 길로 쉼 없이 몰아가거나 교사를 정부 시책의 말단 전달자로 삼거나 교사의 동기를 소진시키면서 개혁의 소용돌이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육개혁 주체로서 열정 있는 교사의 자발성과 주체성을 매우 강조한다. 이는 우리나라 지역교육청을 중심으로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혁신학교운동’과 맥을 같이한다. 또 제4의 길은 지역사회운동과 함께 민·관·학 사이 평등하고 상호소통이 활발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면서 교육개혁을 추진한다. 이 또한 최근 우리나라에서 활발하게 일어나는 ‘마을교육공동체운동’과 유사하다.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에도 우리 국가교육체제는 여전히 교육의 비인간화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근대교육 100년의 성장은 산업화의 기적을 이루어내는 등 해방의 잠재력을 보였지만, 식민화의 가능성을 동시에 초래하였다. 근대교육의 발전과 팽창은 교육의 기회균등을 도모하는 공교육의 이상을 구현하고자 하였지만, 불평등과 양극화를 초래했다. 근대교육의 물꼬를 튼 진보의 개척자로 여겼던 학교가 퇴보의 화신이 된 것이다.

산업화, 도시화, 근대화를 통해 이룩한 공교육의 찬란한 성취가 역설적으로 부메랑이 되어 아이들의 삶과 행복을 박탈한 결과를 낳았다. 따라서 이제부터 위험사회를 극복하는 ‘성찰적 근대화’를 위해 전인적 성장, 공공성, 민주주의의 가치에 중심을 두고 교육개혁을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부산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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