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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소리] 너희 젊음도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우동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2-24 19:09:32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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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실내에만 들어가면 손등부터 시작해 발목과 종아리가 막 가렵다. 벌레에 물렸나 했더니 피부가 발갛게 일어나는 게 딱 두드러기다. 요즘엔 조금만 아파도 온종일 걱정이다. 연말이라 병원에 갈 시간도 없어 부랴부랴 증상을 검색하니 ‘한랭 두드러기’와 흡사하다. 겨울철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주로 생기는 증상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따뜻한 댓글에 조금 마음이 놓인다.

늙음을 ‘신체의 반응’을 기준으로 측정한다면 나도 확실히 늙음의 대열에 올라섰다.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면 흰 머리도 하나씩 보이고, 소주를 좀 마시면 이젠 다음 날 오후까지 짙은 숙취로 괴롭다. 안 그래도 서러운 12월. 더는 연말이 설레지 않는 내게 다가온 하나의 칼럼이 있었다. 늙음과 젊음 그리고 투표권에 관한 ‘1등 신문’의 글이다. 18세 투표권이 주어지면 교실이 정치판이 되고, 세금을 내본 적 없는 이들은 ‘포퓰리즘에 대한 항체’가 없다는 분석이었다.

사실, 어디 교실만 정치판이겠나. 택시를 타도 정치판이고, 식당만 가도 정치판인 것을.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정치판 아닌 곳이 있다면, 그곳엔 강한 사회적 억압이 가해졌거나 이곳만큼은 깨끗이 지켜냈다는 기성세대의 오만한 착각이 작동한 것일 테다. 이번 겨우내 한랭 두드러기로 고생하듯 신체 모든 면역 항체는 노화에 따라 점점 감소한다. ‘포퓰리즘에 대한 면역 항체’라고 다를까.

구호는 ‘빨갱이 소탕’. 국회로 난입. 다른 시민을 향한 무차별 욕설과 폭력. 빵 굽는 작은 마을의 작은 구유.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가장 낮은 모습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이 ‘하나님도 나한테 까불면 죽는다’는 이곳에 과연 마음 놓고 오실 수 있을까. 그러니까 내 말은 아랫세대의 포퓰리즘을 걱정하는 만큼 윗세대의 면역 항체에 대한 염려도 살뜰히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나이는 통과한 시간의 지표다. 통과한 시간은 자연환경의 다양한 변수를 경험한 사례가 되고 그들의 사례를 통해 집단의 실수를 방지해갔다. 나이로 성숙과 미숙을 가르는 건 농경시대에야 유효한 기준이었다.

꼰대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앞선 경험을 전수해 같은 ‘실수를 방지’하기보다 동일한 ‘처세’를 요구할 때 비로소 우리는 꼰대가 된다. 단순히 잔소리 많은 나이 든 남자를 꼬집는 말이 아니라 자신이 상사에게 썼던 과거 처세술을 그대로 ‘요즘 애들’에게 요구할 때 문제가 된다. 그리 어렵지 않은 감각이다. 하나만 명심하면 된다. 그들이 우리의 과거를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속도로 오늘을 함께 산다는 인식이다. 나의 과거와 그들의 오늘을 등치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의 오늘과 그들의 오늘을 등치시켜야 한다. 우리는 경험의 지혜를 본래 사용하던 방식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앞선 경험에서 추출해야 하는 건 ‘결핍’이다. 결핍을 느꼈던 사람만이, 구조에 가려 보이지 않는 개개인의 결핍을 캐치할 수 있다.

“나는 젊어보았다”는 문장은 충분한 힘을 지녔다. 젊어보았기에 젊은 시절의 불안을 공감할 수 있다.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칼럼은 ‘은교’의 대사를 인용해 젊은 날의 미숙함을 타박했지만, 현실은 반대로 작동된다. “우리의 늙음이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너희의 젊음도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어리다는 이유로 발언이 제한되고, 주장이 폄하되고, 민주화·경제성장 시기가 아니라는 이유로 수많은 학자금·주택 대출금을 부담하는 세대에 너희의 젊음은 너희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라는 부끄러운 반성을 겸허히 뱉어야 한다.

몇 년째 온 나라가 4차 산업혁명으로 들끓는다. 4차 산업혁명과 신세계를 말하며 ‘과거의 규제 탈피’ ‘노동시장 유연화’를 외치던 사람들이 이젠 진짜 발언권을 가진 ‘시민’의 기준을 설정하려 든다. 정작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상상력과 현실감각은 아직 1차 산업혁명 시대에 머물러 있으니 이러다 ‘사짜’ 산업혁명이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다. “나도 젊어봤단다.” 젊어 보았기에 우리는 그들이 어떤 자리를 필요로 할지 어떤 불안을 안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꼰대와 어른의 차이는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청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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