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지난 주말 단행한 4급 이상 고위직 승진·전보 인사 내용을 뜯어보면 우려의 시선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오거돈 시장 취임 초부터 불거졌던 조직 내부보다는 외부 사람 중심의 시정 운영 방침이 이번 연말 인사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탓이다. 이러니 시 공무원들의 사기는 저하되고 일할 의욕마저 끊겨 공직사회가 제대로 돌아갈지 걱정이다.

시는 오는 1월 1일 자로 3급 2명과 4급 32명의 직위승진과 38명의 전보·파견 인사를 했다. 여기서 3급 이상 실·국장의 보직 이동은 퇴직자 발생에 따른 공석 직위 위주로 최소화하고, 4급 이상 과장급도 필요 직위 위주로 이동 폭이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조직의 활력과 발전적인 경쟁 심리를 유도하는 내부 승진 인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핵심 요직인 기획조정실장(2급)에 행정안전부 인사가 내정되고 유일한 여성 공무원 3급 보직인 여성가족국장을 개방형 공모로 전환하는 바람에 줄줄이 이어졌을 승진 요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앞서 오 시장은 현재 비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기획재정부 출신의 유재수 씨를 경제부시장에 앉혀 호된 비난을 사고도, 그 후임으로 또다시 기재부 출신 여당 수석전문위원을 임명해 논란을 자초했다. 별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외부 인사인 시민행복소통본부장(3급)이 정책수석보좌관(2급)으로 승진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시 건축정책위원회의 총괄건축가가 서울에 거주하면서 시청 출근은 주 2회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보니 그의 부재 시 건축정책을 총괄할 부위원장이 내정됐다는 것도 모양새가 웃긴다.

이 같은 논란이 끊이지 않자 오 시장은 지난 18일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려 “(부산시)공무원의 마음이 떠나고 있다는 외부 지적, 내부에서도 느껴지는 서운함은 가장 아픈 상처”라며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지나친 외부 사람 중심의 시정 운영으로 시청의 핵심 축인 공조직이 원활하게 움직이지 않게 된다는 것이 문제다. 이를 지켜보는 시민의 마음은 더 불편하고 아프다. 그렇더라도 공무원들은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