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감성터치] 시간 도둑 /최정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2-22 19:01:17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모든 날이 좋았다.” 드라마 ‘도깨비’에 나오는 대사다.

‘모든 순간은 눈부셨다, 지금 이곳, 영원했으면 해, 오십 년 전, 매 순간, 오늘은 잔칫날, 내일은 외로운 검객의 다음 날, 작곡을 시작한 후 십 년이 넘은 후의 모차르트 작품이 지금도 연주된다’. 송년회에서 듣고 메모한 시간에 관한 말이다. 김광석이 부른 ‘서른 즈음에’는 청춘을 노래한다. 화양연화의 시간, 청춘의 시간은 한순간도 머물지 않는다,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자꾸만 멀어져 가며 흘러가는 것은 시간이다.

이것은 모든 것을 잡아먹는다. 새들, 짐승들, 나무들, 꽃들, 무쇠를 갉아 먹고, 강철을 깨부순다. 단단한 돌을 가루로 만들고, 왕들을 죽이며 마을을 폐허로 만든다. 태산마저 무너뜨린다. 이것은 무엇일까? 톨킨의 ‘호빗’에 나온 수수께끼이다. 답은 시간이다. 인간은 시간 속에 살고 죽는다. 시간 없이는 삶도 죽음도 없다. 시간은 거대한 낫을 든 노인으로 형상화된다. 생명을 싹트게 하는 것도 시간이고 생명을 자라게 하는 것도 시간이고 생명을 거두어 가는 것도 시간이다. 프란시스코 고야의 ‘자식을 삼키는 크로노스’라는 그로테스크한 그림은 그리스 신화에 바탕을 둔 시간의 은유다.

크로노스(시간)는 거인족 ‘티탄’이다. 아버지 우라노스(하늘의 신)와 어머니 게이아(땅의 신)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들이 태어나면 왕위를 빼앗기리라! 이 예언을 들은 크로노스는 아내 레아가 아이를 낳는 족족 삼켜버린다. 헤스티아, 데메테르, 헤라, 하데스, 포세이돈은 크로노스의 배 속에 삼켜진다. 아내 레아는 막내아들 제우스를 낳아 크레타섬에 숨기고 남편에게 돌을 삼키게 한다. 청년이 된 제우스는 돌아와 아버지 크로노스와 싸워 이기고, 크로노스가 삼킨 형과 누나를 토하게 하고 신들의 왕이 된다.

시간은 수수께끼의 단골손님이다. 아침에는 네 발, 낮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인 것은? 스핑크스가 낸 수수께끼의 답은 사람이다. 사람 일생을 기어 다니는 시간, 걸어 다니는 시간, 지팡이 짚고 다니는 시간으로 삼등분했다. 이 수수께끼를 맞추고 스핑크스를 죽인 사람은 오이디푸스다. 시간은 진실을 드러낸다. 아들이 태어나면 아버지를 죽이고 왕위를 차지하리라. 테베의 왕 라이오스는 이런 신탁을 받는다. 왕은 양치기에게 아들을 죽이라 명령하지만, 양치기는 아이를 숲에 버린다. 오이디푸스는 이웃 나라 왕자로 자란다. 오이디푸스는 아버지인 줄 모르고 노인을 죽이고, 어머니인 줄 모르고 이오카스테와 결혼해 왕이 되고, 딸 안티고네를 낳는다. 테베에 닥친 지독한 가뭄을 계기로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되고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게 된 뒤 그는 두 눈을 찌른 장님이 된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이야기’는 자신이 모르는 부조리한 운명에 휘둘리는 인간에게 자신의 정체성과 인간 존재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요구한다.

노동이 시간을 파는 것이라는 점에서 시간은 돈으로 환산된다. 능력이나 직업에 따라 시간의 값은 차등화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시간은 값이라기보다 가치다. 빌릴 수도 빌려줄 수도 저축할 수도 없다. 오로지 그때그때 가장 잘 사용할 뿐이다. 이대로 멈추었으면 싶은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빨리 지나가 버렸으면 싶은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사람이 체감하는 시간의 역설적 상대성이다. 삶이 순식간에 지나간다면, 삶이 재미있다는 것. 삶이 느리게 지나가기를 바란다면, 삶이 좀 재미없고 불편해도 참을 수 있어야 한다.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바늘이다. 노래와 함께 떠오르는 미하엘 엔데의 동화 ‘모모’에는 시간에 쫓겨 사는 사람들, 시간을 모으고 뺏고 저장하는 시람들이 나온다. 시간을 잘 활용하고 남부러운 삶을 살지만 행복하지 않다. 가슴이 두근대는 꿈이 없기 때문이다. 가슴 두근거리는 꿈이 있는가? 그렇다면 아무도 당신의 시간을 훔쳐 가지 못한다. 온전히 당신의 시간을 살고 있으므로.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시간도둑에게 털리고 있는 것이다. 시시각각. 빈털터리 허깨비가 되는 줄도 모르고.

시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3. 3“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4. 4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5. 5‘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6. 6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7. 7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8. 8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9. 9[근교산&그너머] <1480> 창원 무학산 둘레길 2코스
  10. 10전재수 전 보좌진 4명 ‘증거인멸’ 유죄(종합)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3. 3국정원 “우크라가 北포로 송환 비공개 먼저 요청”(종합)
  4. 4‘김종서함’ 울산 진수식 찾은 이재명 대통령 “자주국방이 주권”
  5. 5靑 정책실장에 하준경 수석, 지방시대위원장에 박정현
  6. 6이 대통령 "전작권 환수로 자주국방 마침표"
  7. 7李대통령 지지율 직전과 같은 43%…민주 35%·국힘 25%
  8. 8[속보] 민주, "전두환 내란 아니다" 국힘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 제출
  9. 9여야 “軍, 북한에 강력 대응” 촉구
  10. 10[속보]119센터가 이송병원 지정…‘응급실 뺑뺑이 방지법’ 국회 통과
  1. 1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2. 2“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3. 3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4. 4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5. 5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6. 6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7. 7“부캉이 테마공원 만들자”…동구는 조형물 설치 검토
  8. 8부산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 25% 첫 돌파…2050년엔 43%
  9. 9해운 대기업 부산 이전 효과 내려면…“산업 생태계 구축돼야”
  10. 10“부산테크노파크 원장에 심재운 후보자 적격”
  1. 1‘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2. 2전재수 전 보좌진 4명 ‘증거인멸’ 유죄(종합)
  3. 3부산예술대학교 내년 2월 폐교…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재정난 원인
  4. 4朴시정 선거악재 우려 ‘생곡 용역’ 중단…백지화 소문 키워
  5. 5“110억 투입 부산 의료버스, 플랫폼업체에 예산 1/3 지급”
  6. 6[한 손 뉴스]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들, 올 연말 중국으로 떠난다(종합)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일
  8. 8‘부캉이’ 내일 다시 바다로…길이 50m 그물로 외해 유도
  9. 9바리케이드 걷힌 소녀상…2년여 만에 시민 품으로(종합)
  10. 104년 방치 창원 짚트랙, 새 체험시설 만든다
  1. 1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2. 2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3. 3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4. 4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5. 5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속사권총 우승…한국 25번째 金
  6. 6독립운동가 후손 재일교포 허미미, AG 여자 유도 57㎏급 금메달
  7. 7윤규성, 태권도 품새 금메달…한국 남자 개인전 3연패
  8. 8역시 안세영…AG 2번째 ‘금빛포효’(종합)
  9. 99회 4실점 진땀…롯데, 키움에 가까스로 승리
  10. 10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중국에 역전승 거두고 결승 진출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AI 패권
병역 혜택, 야구는 빼자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지휘부도 인력도 없이 졸속 출범하는 공소청·중수청
정부, 지뢰 도발에 단호하고 강력한 상응조치 취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인공지능(AI)과 인류 멸종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