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장재건 칼럼] 각자도생 사회, 우울한 세밑

불신과 무한경쟁 심화 속 제 살 길 스스로 도모 풍조, 더욱더 고착화 양상 보여

정치판마저 극한적 대치, 새해 희망 어디서 찾을까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올 한 해도 2주밖에 남지 않았다. 앞만 보고 달려온 한 해를 되돌아 보는 시기인 만큼 개인이든, 조직이든 나름대로 소회가 있기 마련이다. 여기에다 한 해를 특징 짓는 여러 기관 단체의 조사 결과도 이맘때면 잇따른다. 그해의 트렌드이자, 전년과는 다른 세태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지표인 셈이다. 이런 새로운 트렌드는 때로는 미래 소비자를 겨냥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근년 들어 연말을 장식하는 한 해 트렌드 등 세태 모습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게 많다.

어찌 보면 현실이 날로 팍팍해지니 당연한 일이다. 저마다 별 이룬 것도 없이 세월을 보냈다는 아쉬움의 반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부정적 소회나 아쉬움이 해가 갈수록 더 심해져 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중 대표적인 게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사회적 현상이다. 심화하는 무한경쟁 시대에 제 살 길을 스스로 찾아야 하는 세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길게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오랫동안 우리 사회를 잠식해온 흐름이다. 하지만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불신 풍조가 더욱 확산하면서 올 들어서는 더욱 고착화한 듯하다.

지난달 말 통계청이 전국 13세 이상 3만7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19 사회조사 결과’는 각자도생이란 한마디로 요약된다. ‘우리 사회를 신뢰한다’는 응답자는 50.9%로 ‘믿을 수 없다’는 응답자(49.1%)를 간신히 앞섰다. 이런 사회적 불신감은 계층 이동 기대감 하락으로 이어졌다. 계층 이동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자는 28.9%로, 10년 전 조사(48.3%)에 비해 2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낙심하거나 우울할 때 이야기 상대나, 급전을 빌려야 할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의 수도 과거보다 크게 줄었다.

한 취업 포탈이 최근 성인 9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올해의 사자성어 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전체적으로 1위는 ‘전전반측(輾轉反側·걱정이 많아 잠을 이루지 못함)’이었고, 2위가 ‘노이무공(勞而無功·애만 쓰고 보람이 없다)’, 3위가 각자도생이었다. 전전반측은 구직자 중, 노이무공은 자영업자 중, 각자도생은 직장인 중 각각 1위였다. 밤잠을 못 이루는 구직자나, 헛수고만 하는 상당수 자영업자도 그렇지만 번듯한 직장을 가진 이들마저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순위나 표현만 다를 뿐 사실상 뚜렷한 희망이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기는 매한가지다.

각자도생은 모래알 사회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아무 데도 기댈 게 없으니 제 한 몸 건사하기 바쁘다. 주변을 돌아보기는커녕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만 한다. 공동체라는 개념은 점점 희박해져 가고 있다. 이는 세대 간, 또는 세대 내 갈등과 경쟁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일자리를 둘러싼 20, 30대와 노령 세대 간 갈등은 이미 표면화됐다. 중간에 낀 40대는 한창 일할 나이에 벌써부터 퇴직을 걱정하는 세상이 됐다며 아우성이다.

교수신문이 그제 선정해 발표한 올해의 사자성어 ‘공명지조(共命之鳥)’도 같은 맥락이다. ‘공명조’는 하나의 몸에 머리가 두 개인 상상 속의 새로, 한쪽 머리가 죽으면 다른 머리도 죽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함께 죽는다는 걸 모르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제대로 꼬집은 셈이다. 이 또한 각자도생이 초래한 결과와 비슷한 의미다. 어쩔 수 없이 각자도생의 벼랑 끝 삶에 내몰렸지만, 종국에는 공명조와 같은 파국을 맞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각자도생이란 사자성어는 조선 시대 국운이 위기에 달했을 때마다 등장했다. 임진왜란과 정묘호란 등 난리통을 비롯해 조선 후기 초근목피로 백성이 고통을 받던 때였다. 도탄에 빠진 나라를 책임져야 할 조정은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었고, 누구도 믿을 수 없었던 백성은 각자도생의 길로 내몰렸다. 물론 오늘의 상황을 당시와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차이야 어떻든, 갈등과 절망을 보듬어야 할 통합과 희망의 정치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는 건 별반 다를 바 없다.

교수신문이 선정한 ‘공명지조’의 교훈은 이런 실망감에 대한 경고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비단 교수사회만 가진 생각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해법에 대한 고민은커녕 사생결단식 극한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설사 어느 한쪽이 이긴다 한들 결국은 공멸임을 모른 채 각자도생의 길로 치닫고 있다. 아무리 힘들었다고 해도 누구나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세밑이다. 그 마무리는 새해를 향한 희망을 위한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이전투구를 보며 희망을 노래할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래저래 우울하기 짝이 없는 세밑 풍경이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2. 2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3. 3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4. 4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5. 5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6. 6‘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7. 7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8. 8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9. 9부산으로 이주하고, 먼 여행 떠나고…두 여자 그림이 달라졌다
  10. 10“한국 핵 잠수함·전작권 전환, 美 민주 승리로 제약 커질 듯”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3. 3홍익표 정무수석 사의 표명…후임에 최인호 HUG 사장 거론
  4. 4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5. 5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6. 6[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소폭 반등한 41%…민주36%·국힘 28%
  7. 7김민석, 신천지 논란 재차 사과…“상처 입은 모든 분께 죄송”
  8. 8'조작기소 특검법' 오늘 與 주도 국회 본회의 처리 전망
  9. 9곽규택 “산은, 대한항공이 통합 LCC 부산 설립 거부시 호반지원해야”
  10. 10양당 모두 400억 토해낼 위기..선거법 개정 화두로
  1. 1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2. 2‘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3. 3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4. 4팔란티어 AI와 함께 만든다…부산 신발업체 창신 ‘혁신 점프’
  5. 5비수도권 미분양 적체…LH 매입 신청 86% 탈락
  6. 6비에 화약 젖을라 손길 분주…400m 대형 불꽃 ‘카운트다운’
  7. 7부산 외국인 관광객 400만시대 성큼... 카드소비 1조 돌파
  8. 82005 APEC 이벤트서 대표축제로…100만 인파관리 ‘근육’ 키웠다
  9. 9수능날 증시 10시 개장…애프터마켓 오후 5~8시
  10. 10한 달 새 금융사 37곳 47만 건 해킹…털린 돈도 10억
  1. 1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2. 2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3. 3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4. 4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5. 5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6. 6황령산 봉수대 영문 안내판 설치키로
  7. 7[속보]혼자걷던 여성 5차례나 범죄대상 물색, 성폭행 혐의 30대 男 징역 4년 선고
  8. 8문 전 대통령 거제생가 복원, 진통 끝 시의회 통과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6일
  10. 10왼쪽 팔·다리 못 써 휠체어 의존…홀로 병마와 싸우는 60대
  1. 1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2. 2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3. 3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4. 4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5. 5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6. 6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7. 7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8. 8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9. 9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10. 10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부산 관광 다음 키워드는 ‘건축관광’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공공재
선출 권력 통제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능인선원, 체불임금마저 대여금으로 처리하려 하다니
미 민주당 상·하원 장악…통상·안보 전략 재점검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낯설고도 궁금했던 부산과의 첫 만남
일상으로의 초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오래된 건축이 만드는 새로운 연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