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에 ‘스마트화’ 바람이 강하게 분다. 지난 6일 미래물류기술포럼 10주년 기념 국제세미나가 열려 해운·항만·교통·철도 등 물류 관계자가 대거 모여 스마트 모빌리티(smart mobility)의 미래에 대한 열띤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바이오헬스·제조·도시·금융과 함께 ‘모빌리티·물류’를 혁신사업으로, ‘농수산식품’ 산업을 식량안보 및 미래전략 산업으로 선정했다. 해양수산 일부 분야가 살짝 빠져 아쉽기는 했으나, 주요 테마는 모두 들어간 셈이다.
지난달 말에는 ‘세계 해양 대통령’이라 칭하는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에 임기택 현 총장이 연임에 성공하는 낭보가 들어왔다. 아시아인 최초로 연임에 성공한 쾌거다. 평소 ‘스마트 해양’을 강조하던 임 총장이 IMO에서 스마트·친환경 해운 전략을 수립하는 등 해양의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을 위해 적극 노력한 점이 높게 평가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차원 종합전략도 적극 추진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충남도청에서 “정부는 해양수산 신산업 혁신전략으로 글로벌 해양부국을 실현해내겠다”고 밝혔다. 다음 날 해양수산부가 ‘해양수산 스마트화 전략’을 공식 발표했다. 문성혁 장관 취임 이후 시동을 건 해양수산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첫 대책으로 ‘스마트 해양수산 선도국가 도약’이라는 비전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 전략의 목표로는 2030년까지 자율운항선박 세계시장 50% 점유, 스마트양식 50% 보급, 사물인터넷 기반 항만 대기질 측정망 1000개소 구축, 해양재해 예측 소요시간 단축(12→4시간), 해양수산 통합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을 설정했다. 해운·항만, 수산, 해양공간(환경·재해·안전) 등 3대 분야를 중심으로 9대 핵심과제 및 25개 세부 추진과제를 제시한 것도 눈길을 끈다.
해양수산 스마트화는 정말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해양수산 스마트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구체적 전략 수립에서 집행까지 수많은 예측 불허의 난관이 있다.
먼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철저한 연구·검토가 병행돼야 한다. 기술 개발에만 초점을 맞춘 계획은 해양수산 현장에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해양수산 종사자의 고령화까지 고려하면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 기술은 생산성을 높이기는커녕 현장에 불행을 가져올 수도 있다.
산업혁명 이후 공장에 전기가 도입됐을 당시 전기를 이용하는 방식은 증기기관에 의해 공장시설이 작동하는 방식과 똑같았다. 증기기관으로 생산하는 공장에서는 커다란 증기장치가 공장 가운데에 놓여 있고, 모든 시설과 장비는 이 증기장치와 연결돼 있었다. 전기가 보급됐어도 이런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 공장에 전기가 들어와서도 약 20년 동안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은 것은 이로 인한 것이었다.
비즈니스 모델만 바꾼다고 되는 게 아니다. 아마존의 성공과 이토이즈(eToys)의 몰락을 보면 혁신과 고객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아마존은 책을 팔고, 이토이즈는 장난감을 파는 방식을 도입했다. 아마존은 세계 최대 기업 중 하나로 성장했고, 이토이즈는 4년 만에 파산했다. 이토이즈가 파산한 데는 2000년 크리스마스 시즌이 문제였다. 당시 이토이즈로 몰려든 엄청난 주문을 제대로 배송하지 못한 것이 다음 해 파산으로 이끈 것이다. 반면 아마존은 인터넷 판매로 판매방식에 혁신을 도입한 데 이어 끊임없이 고객가치 창출과 수익모델 창안을 위한 혁신을 거듭했다.
해양수산 환경 변화와 ‘궁합’도 맞아야 한다. 올바른 해법이라도 어떤 환경에서는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수직적 통합은 IBM의 성공을 이끌었지만, 시스코와 델의 성공에는 아웃소싱 전략이 통했다. 날개와 깃털은 새의 비행을 가능하게 하지만, 인간에게는 불행한 사고로 끝나고 만다. 해수부의 이번 전략이 성공한 사례의 특성을 모방하는 날개와 깃털 사고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해양수산에 풍부한 경험과 겹겹이 축적된 상처에 기반한 메커니즘이 작동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똑똑한 인재’보다 ‘적합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인텔과 SAP가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중소기업에 제공하기 위해 공동 설립한 벤처기업 판데식(Pandesic)은 4년 만에 문을 닫았다. 두 회사에서 선발한 최고 엘리트가 경영했는데도 말이다. 이런 종류의 문제에 대처해본 경험이 전무한 것이 실패 원인으로 지적된다. 해양수산 스마트화 전략 성공을 위해서도 똑똑하고 성공적인 사람보다 해양수산 현장에 연관된 경험을 많이 해본 사람이 필요하다.
평택대 국제물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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