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외국어대학교 일본어창의융합학부에서 불거진 학부 발전기금 관련 부정사용 등의 의혹 사건이 점입가경이다. 이 학부 교수 간 다툼으로 징계 사태가 빚어진 데다, 학부에서 모은 기금의 유용 의혹에 대한 진정이 제기되면서 경찰 수사로까지 번졌다. 더욱이 일부 교수가 이 기금으로 학기마다 학부 학생 2명, 모두 14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가 되돌려 받았다는 내용도 드러난 상황이니, 보통 심각한 사안이 아니다.

경찰에 진정을 낸 이 학부 모 교수의 주장은 충격적이다. 일부 교수가 장학금 250만 원씩을 받은 학생들에게 수고비 2만 원을 뺀 248만 원을 특정 계좌로 다시 입금하도록 요구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도 장학금이 그렇게 반환됐다고 한다. 교수들이 해외 취업 등에 결정권을 갖고 있는 만큼, 학생이 그런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을 거라는 추정도 학교 내부에서 나왔다. 결국 겉으로는 장학금을 준다며 대내외에 생색을 내고, 뒤돌아서서는 도로 받아간 격이니 참으로 기가 막힌다.

물론 정확한 경위 등이 규명되어야 한다. 해당 교수들은 ‘학생들이 학교 발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장학금을 학부에 기부했다’는 취지로 해명한다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납득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모르겠다. 이 기금은 학부 교수들이 2007년부터 매달 월급에서 1만, 2만 원을 떼낸 것 외 졸업생과 일본 관련 기업의 후원까지 합쳐진 것이라, 장학금 돌려받기를 둘러싼 의혹이 더할 수밖에 없다. 원래 이 학부 소속이던 총장이 장기 병가를 냈다가 최근 사퇴한 행보도 석연찮다.

대학본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기금에서 지급된 장학금은 8000만 원이고, 이 돈이 입금된 통장의 잔고는 5600만여 원이다. 출금된 2400만여 원은 학과 컴퓨터 구입, 학생 단체여행 및 일본어시험 접수 비용 등에 쓰인 걸로 알려졌는데, 실제 어디에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 명확하게 밝혀져야 마땅하다. 대학사회가 투명하고 공정해야 함은 기본인데, 장학금과 공적 기금이 부정 의혹으로 얼룩져서는 신뢰를 받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