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유아에게 쉬고 놀 권리를 줘라”고 우리에게 권고했다. 한국의 유아들이 경쟁적 조기교육에 크게 시달린다는 얘기다. 작금의 현실이 외국인들의 눈에도 위태롭게 보였나 보다. 취학 전부터 ‘우리 아이 뒤질세라’ 어학공부니 영재교육이니 하며 자녀를 옭아매는 부모들. 그래서 나이 어린 아이들은 자꾸자꾸 아파만 간다. 이렇게 크다 보니 우리 아이들의 행복지수는 OECD 회원국 중 늘 꼴찌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경고해 왔다. 유아에게 조기교육과 과잉학습은 뇌기능을 손상시킨다고 말이다. 대뇌피질이 무리하게 자극받아 학습장애를 초래한다. 특히 대뇌변연계가 다쳐 감정 조절이 어려워진다. 코르티솔 호르몬도 과다 분비한다. 요즘 어린이들이 정서불안과 폭력성을 빈번히 보이는 이유다.
유아에게 독이 되는 게 또 하나 있다. 바로 스마트폰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유아동(3~9세)의 스마트폰 중독률은 2015년 12.4%, 2016년 17.9%, 2017년 19.1%, 2018년 20.7%로 꾸준히 늘고 있어 우려스럽다.
특히 유아의 스마트폰 중독률은 다른 연령대에 비교하면 그 증가폭이 가장 높다. 십중 팔구는 부모 탓이라 볼 수 있다. 자신이 바쁘거나 쉬기 위해 아이의 고사리 손에 스마트폰을 쥐어준다. 스마트폰은 울던 아이도 그치게 한다. 아이는 다채로운 유아용 앱에 신나게 집중한다. 부모도 그 틈에 자신의 시간을 즐긴다. 그러는 동안 아이의 심신은 서서히 망가져 간다.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장애(ADHD)가 그 대표적 증상이다. 게임중독 틱장애 발달장애까지 생긴다. 스마트폰은 특히 3세 이하 유아의 뇌를 더 심각하게 손상시킨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부모들은 스마트폰 앱이 자녀의 두뇌 계발에 유익할 거라 믿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많이 접하는 아이일수록 오히려 표현력이나 어휘력 등의 언어 능력이 더 떨어진다는 보고가 많다. “스마트폰 등 미디어 사용은 아이들의 난폭성과 비만을 키우고, 놀기 싫어하는 아이로 만들어 결국 심신이 무기력한 성인이 된다”는 미국소아과학회의 경고도 주목해야 한다.
그렇다면 부모에게도 유아에게도 가장 훌륭한 양육과 교육은 무엇일까. 그것은 유아의 발달 과업에 따르는 것이다. 그들의 발달 과업은 뭘까. 당연히 잘 놀고 잘 쉬는 것이다. 아이들의 놀이는 다분히 본능적이고 자발적이며 즐거운 활동이다.
하지만 그저 놀기만 하는 게 아니다. 놀면서 자연스레 두뇌 계발 학습도 이뤄진다. 아이가 어릴수록 자연환경에서 뛰어 노는 유산소운동이 좋다. 숲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그저 우두커니 앉아 쉬는 것도 탁월한 마음 성장 공부이다. 큰돈 들이지 않고 놀고 쉴 기회만 줘도 몸 공부, 머리 공부, 마음 공부가 저절로 되는데 이보다 좋은 전인교육이 또 어디에 있는가.
최근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만 3∼5세 공통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을 ‘놀이와 쉼’에 중점을 뒀다. 유아들이 충분히 놀고 쉬면서 행복감을 키우고 심신이 건강하게 발육하도록 돕기 위함이다. 지난달 광주광역시에서는 ‘아동의 놀 권리 조례’를 제정했다. 아동의 놀 권리를 위한 예산 확보, 전문위원회 설치, 시설과 프로그램 확충에 힘쓸 계획이다. 경북 구미, 충북 제천, 경기 시흥 등 다른 지자체도 관련 조례를 준비하고 있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시작부터 전력 질주하다가는 완주는커녕 중간에 쓰러지고 만다. 유아에게 조기교육과 과잉학습은 결코 옳지 않다. 스마트폰의 달콤한 유혹에도 넘어가지 말자. 좀 귀찮아도 벌떡 일어나 아이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자연으로 함께 가자. 그곳에서 아이가 맘껏 놀고 쉬며 웃게 하자.
부산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