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작년 초 부산 공직사회도 의외의 폭로 한 건에 술렁였다. 부산에 본사를 둔 대표적 금융공기업의 당시 이사장이 미투 가해자로 지목되어서다. 해당 여성이 주장하는 피해 내용보다 정작 관심을 끈 것은 불륜 행각 그 자체였다. 밀회 기간 대부분이 그의 직전 보직이었던 부산시 경제부시장 재직기였고, 해외출장은 물론 업무시간에도 부적절한 만남이 이어졌다고 했다. 경제부시장이라는 직책이 그렇게 남의 이목에서 벗어나 딴짓(?) 할 수 있는 자리인지 많은 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전국 8대 특별·광역시 중에서 경제부시장직이 있는 곳은 부산 인천 울산 대구 광주 5곳이다. 광주가 2010년 1월 제일 먼저 도입했고 부산은 같은 해 7월 허남식 시장의 민선 5기 출범과 함께 신설됐다. 경남도는 작년에 경제부지사직이 생겼다. 그전까지 경제 파트는 정무부시장 업무였다. 부산시는 경제부시장직을 만들면서 “신경제 창출 업무를 총괄 추진해 크고 강한 부산을 건설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그 목적이 성공적으로 달성됐는지는 의문이다. 초대 이기우 부시장은 총선 출마를 위해 중도 사퇴했고, 5대 김기영 부시장은 23년 만의 지방정권 교체로 취임한 지 반년도 안 돼 물러났다. 그 바통을 이어받은 이가 뇌물수수 혐의로 현재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유재수 씨다.
유 씨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재직 당시 비리 혐의와 관련해 경제부시장 취임 초부터 구설에 올랐지만 부산시는 오히려 언론을 공격하며 그를 엄호했다. 최근 검찰 수사를 보면 의혹 대부분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은 데도 말이다. 오거돈 시장이 “이유를 막론하고 송구하다”며 처음으로 공개 사과했지만 감동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 정부의 막후 실세가 유 씨를 연고도 없는 부산에 내려보내는 데 역할을 했다는 야당 의원의 폭로가 있고 보니 부산시가 들러리만 서다 곤욕을 치른다는 뒷말이 나온다.
서울시에는 경제부시장직이 없다. 돈과 자원, 인재가 모두 몰리는 수도권 일극 집중의 나라이다 보니 경제가 서울시정의 화두가 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부산시같은 지방정부에는 중앙과의 가교가 되어줄 인물이 필요하다. 빈사 상태에 빠진 지역경제를 살리고자 하는 절박함 때문이다. 부산시 역대 경제부시장 6명 중 3명이 경제 관련 부처 출신이다. 하지만 이런 절실함이 어떤 이에겐 경력 관리의 디딤돌밖에 안 되고, 그렇게 내려온 인사가 오히려 시정의 힘을 빼놓는 현실을 우리는 지금 보고 있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