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홈페이지에서 300여 명의 수능 성적이 사전에 유출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겼다. 평가원은 2020학년도 수능 성적을 내일 오전 9시 발표할 예정이다. 그런데 그제 밤 한 수험생 커뮤니티 사이트에 이번 수능 점수와 등급이 담긴 사진이 올라왔다. 이런 내용이 삽시간에 퍼지면서 주요 수험생 커뮤니티 사이트는 수능 성적을 확인했다고 인증하는 글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평가원 홈페이지에 구멍이 뚫린 셈이니 그만큼 보안·관리가 허술했다는 이야기다.
교육부도 어제 뒤늦게 이를 공식 인정했다. ‘수능 성적 통지일에 앞서 모의 테스트 기간인데 실제로 연결됐다’고 평가원이 보고했다는 것이다. 해킹은 아니라지만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음이 드러난 셈이다. 특히 평가원이 이미 지난해 감사원으로부터 보안 관리가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았다는 사실은 예사롭지 않다.
1994학년도에 수능 시험이 도입된 이래 일부 응시생만 성적을 확인하는 ‘성적 유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잦은 대입제도 개편으로 심란한 학부모나 수험생이 느끼는 당혹감이 크다. 교육부와 평가원에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수능 성적을 바탕으로 대학 진학을 결정해야 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동요하고 있다. 유출된 성적을 근거로 표준점수와 등급을 비교해 ‘공식 등급 컷’을 유추하는 일까지 빚어지니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수능은 50여 만 명이 응시하는 국가 최대 규모 시험이다. 무엇보다 신뢰와 공정이 우선이다. 출제 과정부터 성적 공개까지 한 치의 허점도 없어야 한다는 게 신뢰의 바탕이다. 응시생 모두에게 꼭 같은 기회가 주어지고 결과에 승복한다는 것이 공정이다. 그런 믿음이 깨졌으니 평가원이나 교육부는 합당한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른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보안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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