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심장협회는 최근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 1위 병은 호흡기가 아닌 심혈관계 질환이라는 내용이다. 기관지염 비염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이 미세먼지로부터 가장 취약한 병으로 알려졌지만 이런 상식과는 달리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에 더욱더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미세먼지에 의한 심혈관계 질환 유발 과정은 이렇다. 매연 등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폐포 내 산화 스트레스(산화와 항산화 물질 사이의 균형이 파괴돼 산화 비율이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현상) 및 염증 반응이 증가한다. 이로 인해 혈관 내피세포 기능이 악화하고, 혈관이 수축하며, 혈전 생성으로 이어진다. 이는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한다. 영국 연구진의 논문도 미국심장협회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심혈관계 질환이 없는 40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미세먼지에 노출될 때 환자의 좌심실과 우심실이 커졌다. 심실 크기 증가는 심부전의 조기 신호로 볼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지에 발표된 ‘미세먼지·황사 건강피해 예방 및 권고 지침-심혈관 질환’ 보고서를 보면 미세먼지는 심부전에 의한 사망률을 30~40%까지 증가시키고, 심근경색 등 허혈성 심질환 및 허혈성 뇌졸중에 의한 사망률도 높게는 80%까지 올린다. 물론 숨을 쉬는 기관인 호흡기가 미세먼지에 제일 먼저 그리고 많이 고통받겠지만 아무래도 심혈관계 질환이 사망과 직결되는 병이니 ‘가장 치명적인 질환’이 된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부산은 지난해 기준 심장 질환(허혈성 및 기타 심장 질환은 별도) 연령표준화 사망률이 인구 10만 명당 40.8명으로 특별·광역시 중 1위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32.3명)보다 무려 8.5명이나 많고, 중국발 미세먼지 노출이 훨씬 심한 수도권인 서울(28.0명)과 인천(34.2명)보다 많게는 10명이나 넘는 수치다. 전국에서 부산지역의 초미세먼지(지난해 기준 26㎛/㎥로 8대 특·광역시 중 최고)가 매년 1위여서 심혈관계 질환 사망자도 가장 많다고 연결시키는 게 지나친 비약은 아닐 듯싶다. 부산 내에서도 지역별로 보면 서부산권의 심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동부산권보다 대체로 높다. 서부산권인 사상구(40.4명) 사하구(41.3명) 강서구(43.2명) 서구(51.0명) 등 서부산은 동부산(해운대·남구 40.0명, 기장군 32.8명 등)보다 사망률이 높았다. 서부산권은 동부산권보다 3차 의료기관인 대학병원이 밀집해 응급치료체계가 잘 갖춰졌고, 접근 또한 훨씬 용이한 데도 아이러니한 결과를 보여주는 셈이다.
공교롭게도 서부산권은 미세먼지 농도가 최악이다. 대표적인 지역이 사상과 사하 공단지대다. 지난 10년 데이터를 분석하니 사하구 장림동과 사상구 학장동은 미세먼지가 ‘재앙’ 수준이었다. 학장동에서 미세먼지(PM10) 측정을 시작한 2010년 이래 줄곧 장림동(지난해 기준 48㎛/㎥)과 학장동(47㎛/㎥)은 1, 2위를 놓치지 않았다. 초미세먼지(PM2.5)도 마찬가지다. 초미세먼지 측정이 시작된 2015년부터 이 두 동네는 엎치락뒤치락 수위를 차지하는 오명을 썼다. 환경부가 정한 환경기준(연평균 PM10 50㎛/㎥, PM2.5 15㎛/㎥)에 늘 육박하는 수치다.
사정이 이런데도 미세먼지, 이로 인한 심혈관계 질환 사망자 줄이기 위한 부산시의 움직임은 사실상 무대책에 가깝다. 내년에 시는 미세먼지 대응에 1716억 원을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대기질 개선은 올해 대비 예산 증가폭이 가장 높은 사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 보급이나 국비 매칭 사업인 경유차 교체 보조금 지급 사업이 대부분이다. 물론 부산 전체에 적용할 이런 전반 대책도 필요하겠지만 이제는 지역별 맞춤대책이 설계·실행돼야 할 시점이다. ‘원래 공장지대니까 공기가 안 좋은 건 당연하다’ ‘뾰족한 대책이 있겠느냐’며 매너리즘에 빠진 건 아닌지 시는 반성해야 한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시민이 행복한 정부를 표방하며 취임 직후 ‘시민 명령 1호’로 ‘안전’을 공표하기까지 했다. 미세먼지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
사회1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