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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스포츠 에세이] 탁구대 건너 오가는 평화의 메시지 /현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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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11-27 18:48:10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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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다. ‘이스턴 챔피언스컵 2019(EASTERN CHAMPIONS CUP)’에 참가하기 위해서 지난 24일 이곳에 도착했다. 이 대회는 중국 일본 한국 북한 러시아 5개국의 수도인 베이징 도쿄 서울 평양 모스크바에 소속된 선수들로만 구성된 팀이 참가했다. 도시 대항전 형식으로 열리는 이번 대회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열전을 펼치게 된다.

나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서울팀 총감독을 맡아 마사회 소속 선수 2명과 함께 합류했다. 이 대회에 참가한 5개국은 우리나라의 역사에 의미가 있고 현재도 밀접하게 연결된 나라다. 이 대회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특히 북한이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식 대회가 아닌 친선교류전에 참가했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있다.

이번 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연해주 정부는 동북아 5개국 대표 도시와 오랜 기간 긴밀히 접촉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현재 여러모로 어렵고 힘든 국제 정세 속에서도 한국 선수단이 교류를 요청한 친선대회에 참가했다는 점에서 이 대회가 갖는 의미가 특별하다.

지난 26일에는 여자부에서 남북 대결이 있었다. 경기는 MBC가 생중계했다. 남북 경기를 보기 위해 북쪽에서도 많은 관계자와 교민이 경기장을 찾았고 한국 교민과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 등 남쪽에서도 많은 분이 관전하면서 선수들을 응원했다. 두 팀은 누구 하나 부족함이 없게 최선을 다했고 멋진 경기 내용으로 관중들에게 보답했다. 옆에서 관전하던 서울시 관계자는 탁구가 이렇게 재미있는 경기였는지 처음 알았다고 할 정도로 두 팀은 자신의 기량을 아낌없이 발휘했다.

3시간30분의 치열한 공방전 끝에 평양의 4.25팀이 서울 팀을 3 대 2로 이겼다. 그곳에서 응원하던 남과 북의 모든 관중은 기립박수로 두 팀의 투혼과 멋진 경기를 격려했다. 이 경기를 지켜보는 내내 북한 사람들의 분위기가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온도 차를 느꼈다. 조금 접촉을 피한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경기가 시작되고 30분이 지났을 때 카카오톡으로 사진 한 장을 받았다. 같은 시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32 하계올림픽 서울-평양 공동 유치 공감 포럼’에서 박원순 서울 시장의 인사말이 진행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었다. 행사장 정면의 대형 화면에는 인사말을 하는 박 시장과 함께 블라디보스토크의 남북 탁구 대결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나는 또 한 번의 자부심을 느꼈다. 이렇듯 정치가 남북의 관계를 어떤 방법으로도 풀어내지 못할 때 조그마한 탁구공은 꽉 닫힌 북한 사람들의 마음을 자꾸만 두드리며 같이 일을 해 보자고 말을 걸기 때문이다. 스포츠를 통해 일하시는 많은 분께 남과 북의 관계 개선은 지속 가능한 일이라고, 그러니 그 일을 멈추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경기가 끝날 때쯤 나는 좋은 소식을 하나 더 듣게 되었다. 이번 대회를 일회성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 지속적인 행사로 열겠다는 것이었다. 스포츠는 이렇듯 금메달을 따는 것보다도 더 높은 가치와 의미가 있다. 2032 하계올림픽 서울-평양 공동 개최가 꼭 이루어지기를 스포츠인의 한 사람으로 진정으로 바란다. 아울러 스포츠 교류가 남과 북의 스포츠 발전뿐 아니라 그 외의 다양한 분야에서도 관계 개선을 끌어내기를 간절히 바란다. 서울-평양 여자부 경기에서는 서울팀이 평양팀에 2-3으로 석패했지만 성적이 중요한 건 아니다. 27일에는 남자부 남북 대결이 있었다. 서울과 평양 승부와 관계없이 나는 힘찬 박수를 보냈다. 또 이 대회가 열릴 수 있게 노력하신 모든 분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힘찬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한국마사회 탁구단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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