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조속한 비핵화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그는 “나는 당신이 있어야 할 곳에 데려다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며 “당신은 빨리 행동해야 하며 (비핵화)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 보자”며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의도도 내비쳤다. 북한은 앞서 미국으로부터 다음 달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공개한 바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이를 재확인한 셈이다. 이에 따라 북미가 다음 달 협상자리에 마주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새로운 계산법’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올 연말까지 수용 가능한 새로운 계산법(협상 타결 방안)을 제시하라고 미국에 요구했다. 하노이 회담 당시 미국은 북한에 핵은 물론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생화학무기까지 포함한 모든 대량살상무기의 폐기를 주문해 협상이 결렬됐다. 이런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북미는 먼저 비핵화 내용과 시한부터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생화학무기 포함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재발돼선 곤란하다.

그런 다음 시한 내 완료할 수 있는 실행 로드맵을 짜야 한다. 합리적인 로드맵 작성의 관건은 상호주의다. 상호주의는 비핵화 진전 정도에 상응하는 제재 해제나 체제 보장을 맞교환하는 방식이다. 종전처럼 한쪽이 ‘선 비핵화’ 내지 ‘선 제재 해제(체제 보장)’ 등 일방주의를 고집할 경우 협상은 또 결렬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최근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가 의제에 올라야 비핵화 협상에 임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조사로 궁지에 몰린 상태다. 재선에 성공하려면 북핵 해결이란 외교적 성과가 필요하다. 김 위원장 또한 체제를 안정시키려면 미국의 제재를 풀어 경제난을 해소해야 한다. 북미 정상의 절실한 이해관계가 맞물린 지금이 협상 타결의 적기다. 이번에도 협상이 결렬된다면 모면할 수 없는 파국만이 기다릴 뿐이다. “불바다” “파멸” 운운했던 2017년의 극한적 적대를 되돌아 보라. 그 적대의 재연 여부는 북미 정상의 선택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