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리나라에 50억 달러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한 것을 두고 자국 내에서도 무리하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그레이스 멩 민주당 하원의원은 지난 15일 에스퍼 국방장관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우리의 동맹국인 한국이 방위비 분담 협정에서 (올해보다) 500%를 더 지불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며 재고를 촉구했다. 멩 의원은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체결도 지금처럼 1년이 아닌 5년 단위로 할 것을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과 대조적이어서 미국 내 파급효과가 주목된다.

미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도 같은 날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을 주제로 워싱턴DC에서 열린 아시아정책연구소 주최 세미나에 참석해 같은 시각의 발제를 했다. 그는 동맹을 ‘무임승차자’로 간주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점을 주요 문제로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의 국방비 지출 규모나 미 군사장비의 대규모 구매, 경기도 평택에 있는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 건설에 대한 상당한 기여 등을 거론하며 “이런 지출을 무임승차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설명이 필요 없는 자명한 판단이다. 주한미군의 가장 큰 존재 이유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동북아 안보전략에 있다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그를 위해 우리나라는 경북 성주에 미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설치를 허용했다가 아직도 중국의 경제 제재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한국이 미국의 최대 무기 수입국이고, 우리가 캠프 험프리스 건설비의 90% 이상을 댔다는 것 역시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도 한국을 누르면 원하는 게 나오는 자판기인 양 대하니, 동맹관계가 아닌 ‘안보 장사’나 다름없다. 미국은 “동맹 시스템을 (비용 부담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면 동맹구조는 붕괴할 것”이라는 맥스웰 연구원의 경고를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그 조짐은 이미 나타났다. “미군, 갈테면 가라는 자세로 자주국방에 임하라”는 국회의원 47명의 성명이 그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