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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다시 김용균 /이노성

임기 반환점 돈 文 대통령…성장률 하락세 지속되고, 비정규직 늘어 민심 싸늘

취임 초심 되찾아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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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반이 지났다. ‘아직 반밖에?’라는 한숨도 들린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얘기다. 풀어야 할 숙제는 산더미다. 경제의 먹구름은 더 짙어졌고 나쁜 일자리(비정규직)는 늘었다. 국정이 흔들리면 보수도 불행해진다. 청년 실업률이 진보층에서만 높은 게 아니다.

문 대통령의 초심인 취임사를 들춰봤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이 가득 찼던 그 시기다. ‘권력기관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고 ‘안보 위기도 해결’하겠다던 청사진은 아직 미완성이다.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하겠다는 약속은 ‘조국 사태’로 빛이 바랬다.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던 공약은 백지화됐다.

무엇보다 경제가 난국이다. 경제성장률은 취임 첫 해 3.2%에서 지난해 2.7%로 떨어지더니 올해는 1%대가 유력하다. 금융위기를 제외하고 2%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는 점에서 참담한 성적표다. 0%대 저물가는 디플레이션 우려도 더한다. 비수도권은 더 힘들다. 부산에 둥지를 튼 외국계 기업은 2017년 631개에서 지난해 597개로 5.4% 줄었다. 같은 기간 전국 외국계 기업은 1.5% 늘었다. ‘부자 도시’였던 울산의 재정 자립도는 지난해 49.56%로 급락했다.

가장 아픈 대목은 일자리와 고용 불안이다. 지표상 호전된 고용률과 실업률은 실상 재정을 투입해 만든 단기 노인 일자리의 착시효과다.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확장 편성한 내년 예산안은 야당 반대에 부딪힌 상태다.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도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한국갤럽(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취임 초기 84%에서 한때 39%까지 급전직하했다. ‘촛불혁명’이라는 대의에 올라 타 ‘적폐 청산’의 칼을 휘두를 때는 환호성이 울리다가 ‘마이너스 성장’과 ‘소득주도 성장’ 논란에 휩싸였을 땐 민심이 흔들렸다. ‘공정의 아이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이 국정과제 1호인 ‘공정’에 생채기를 낸 것도 아이러니다.

임기 반환점을 돈 문 대통령은 어디서 다시 출발해야 할까. 2017년으로 돌아가보자. 문 대통령은 취임 사흘째 첫 외부 일정으로 인천공항을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매년 계약 만료를 걱정하던 비정규직에게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공공부문을 ‘마중물’로 민간부문의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약속에 ‘알바가 첫 직장’인 청년도 환호했다.

30개월이 지난 현재 상황은 갈등의 연속이다. 인천공항공사가 비정규직을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를 통해 간접고용하자 ‘중규직’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재계약 부담은 사라졌지만 처우는 별로 나아진 게 없어서다. 도로공사가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정규직화를 거부하자 민간부문은 정부의 정규직화 의지가 사라졌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그새 비정규직은 줄기는커녕 급증했다. 지난해 661만4000명(8월 기준)이던 비정규직이 올해 748만1000명으로 87만 명 늘었다. 야당은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문재인 정부 들어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있다고 공격했다. 통계청은 숨어 있던 비정규직이 추가로 포착돼 지난해와 직접 비교하긴 어렵다고 반박했다. 국제노동기구(ILO) 권고에 따라 추가 질문을 했더니 ‘비정규직임을 깨달은’ 노동자가 35만~50만 명에 이른다는 거다. 아무리 그래도 87만 명 중 최대 50만 명을 뺀 37만 명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노동계에서는 여전히 누락된 비정규직이 많다고 본다. ‘긱 이코노미’(임시직 중심 경제) 등장으로 급증하는 플랫폼 노동자가 대표적이다. 보수언론은 ‘프로젝트별로 수수료를 받으며 두세 개의 직업을 갖는 일이 세계적 추세’라며 정부에 노동의 유연화에 나서라고 윽박지른다.

여야가 통계 해석을 두고 싸우는 사이 ‘위험의 외주화’는 진행형이다. 태안화력발전소의 김용균과 시멘트공장의 박경훈이 스러졌다. 김용균 덕분에 28년 만에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도 누더기다. 노동계는 “너무 많은 예외조항 때문에 정작 ‘김용균’들은 보호할 수 없다”고 한숨 쉰다. 정부의 노동정책 우경화에 민주노총은 일찌감치 사회적 대화 불참을 선언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쌓인 숙제의 무게에 비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발걸음이 너무 더디다”고 비판했다.

한국갤럽의 11월 1주 차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45%로 ‘잘 못하고 있다 (47%)’보다 낮았다. 부정평가 항목 1위가 경제·민생 해결 부족이었다. 성장을 토대로 좋은 일자리가 창출되지 못했음을 꾸짖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다시 임기 출발점인 인천공항으로 가야 한다. 그곳에서 취임사의 초심이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원인을 성찰해야 한다. 남 탓 할 시간이 없다. 불과 5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은 정부의 유능함을 평가받는 심판대다.

편집부국장 ns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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