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강동진 칼럼] 부산의 원도심, ‘문화도시’와 어울리지 않는가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1-07 18:55:02
  •  |  본지 3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이 칼럼의 제목만 보면 의문투성이다. 부산의 원도심이 정확히 어디인지, 문화도시가 도대체 무엇인지, 또한 왜 원도심과 문화도시가 어울려야 하는지 등 모든 것이 불분명하다. 짧은 글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난제 아닌 난제 앞에서 글을 시작한다.
그림 서상균
항구도시들에 있어 바다는 생명과 같은 곳이다. 대다수 항구도시의 형성은 바다에서 시작되었다. 바다와 접하지 않았다면 그 도시의 현재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것이고, 도시 역사 또한 달라졌을 것이다. 그만큼 항구도시들은 바다와 상호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 사실은 항구도시의 내륙에 일반적으로 위치하는 도심의 입지를 이해하게 한다. 해양을 중심으로 발달해 온 대부분의 항구도시는 해양과 연결된 곳에 도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 도시는 도심과 항구가 공간적으로 통합되어 있고 또 하나의 기능으로 작동한다. 부산도 내륙의 도심과 항구가 단일 공간으로 작동했던 전형적인 항구도시로 정의된다. 그래서 부산은 원도심을 논의할 때 반드시 항구를 포함하여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항구도시의 원도심에 대한 정의를 이해했으니, 본격적으로 부산 원도심의 실상을 살펴볼 차례다. 부산항의 매축은 1902년부터 시작되었다. 연이어 경부선이 개통되면서 원도심 형성이 본격화되었다. 그러나 철도에 이어 중앙로, 충장로 등 여러 도로가 차례로 더해지면서 원도심을 구성하는 도심과 항구는 공간적으로 기능적으로 또한 경관적으로 분리되고 말았다. 항구 존재의 핵심 이유가 ‘물류 운송’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하겠지만, 시민의 마음까지 단절되는 결과를 가져왔으니 불행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심에서 지척에 항구를 두고 있었음에도 항구를 인식하지 못한 채, 100여 년의 시간을 그냥 보내버린 것이다.

사실 항구를 포함한 부산의 원도심에는 17세기 이후 초량왜관에서 움트기 시작한 글로벌 문화, 물류항구이자 또한 대한민국 수산업의 메카로 이름나며 확보된 산업문화, 한국전쟁을 거치며 형성된 피란시절의 근대문화, 1950년대 이후 대한민국의 부활을 책임졌던 국재(國財) 재건의 경제문화, 19세기 말 개항기부터 누적되어 온 영화, 음악, 문학 등을 중심으로 하는 예술문화 등 다양한 문화가 켜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1990년대 도심 쇠퇴가 본격화되면서 그나마 작동하던 문화의 켜들이 급속도로 힘을 잃어버렸고, 이를 살려 보려는 각고의 노력도 파편화되어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재래물류항구(북항)의 신항 이전 추진은 원도심 변화에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도심과 항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하나로 모으질 못했고, 관리주체 또한 달랐기에 또다시 10여 년을 보내 버리고 말았다.

시대가 급변하고 있다. 원도심 속의 분리된 항구와 도심을 하나로 뭉쳐보려는 노력이 여기저기에서 시작되고 있다. 근자에 들어 도시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은 하드웨어보다는 시민의 삶과 연계되어 태동되는 소프트웨어, 즉 ‘문화’가 더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그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를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요즘 우리는 ‘네트워킹’에 주목하고 있다. 공간적 차원에서의 연계와 연결을 넘어, 더 나아가 통합과 복합 그리고 융합이라는 질적 차원에서의 네트워킹에 관심 갖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은 수평 보행권을 확보하기 위해 건널목을 만들고, 녹지와 공원을 연결하는 그린웨이를 조성하고, 입체 브리지와 덱을 설치하는 등 단절된 물리적 공간의 네트워킹에 머물고 있다.

풍경과 시선, 역사와 스토리 등 무형의 가치는 연결하지 못한 채 네트워킹이란 이름만을 위안으로 삼고 있는 것이 우리의 솔직한 현실이다.

이제 부산의 원도심, 즉 도심과 항구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 공간 연결에 머무는 하드웨어 중심의 네트워킹을 넘어 소프트웨어와 휴먼웨어 즉 문화와 사람을 중심으로 단절되고 구분된 도심과 항구를 하나로 융합시켜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산만하게 또한 파편적으로 진행돼 가짓수는 많으나 정작 문화에너지가 모이지 않는 도심의 각종 문화사업과 항구의 미래 에너지 간에 연결고리를 만드는 일이다. 그래야만 갇혀 고착돼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도심의 문화에너지가 흐르고 넘쳐 항구로 스며들 것이고, 항구의 옛이야기와 미래의 비전들이 도로와 철도를 넘어 도심으로 밀려올 것이다.

이런 상상을 ‘부산 원도심의 신(新)문화 잇기’라 부르면 어떨까. 신문화 잇기는 무엇보다 먼저 ‘역사와의 관계 잇기’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17세기 초량왜관에서 시작된 원도심의 이야기들이 3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도심과 항구 전역에 걸쳐 그 켜를 셀 수 없을 정도로 층층이 쌓여있기에, 이 켜들이 새롭게 만들어질 원도심 문화의 바탕이자 근거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다음은 ‘시민들과의 관계 잇기’다. 도심과 항구가 함께 다시 살아 움직이려면 다양한 목적을 가진 시민이 이곳을 찾게 해야 한다. 신명 나게 또 여유롭게 원도심을 즐기려는 수많은 사람이 이곳에 머물게 해야 한다. 즉 원도심은 문화를 공감하고 공유하고 싶어 하는 모두에게 열린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조각난 문화들의 관계 잇기’다. 부산 원도심 곳곳에 흩어져 있는 크고 작은 문화를 결합하는 일과 이를 북항 재개발이란 이름으로 진행 중인 항구의 새로운 변화와 연결하자는 것이다. 분명 원도심 전역에 에너지가 넘치는 ‘신문화화(新文化化)’의 계기가 만들어지고 또 펼쳐질 것이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이고, 문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시대라 한다. 누구나 인정하는 자명한 진리이자 명제다. 부산 원도심은 여느 도시와 지역보다 문화를 주제로 미래를 키우고 풀어갈 수 있는 다양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원도심과 문화의 결합 즉 부산 원도심의 문화도시로의 지향은 하드웨어 개발 중심의 한계에 봉착한 부산이 새로운 미래로 도약하는 큰 날개가 되어 줄 것으로 생각한다. 도전 또 도전해야 한다.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마산만 주변 해양쓰레기 174t수거한다
  2. 2난치병 환우에 새 생명을 <221> 파킨슨병 앓는 정성훈 씨
  3. 3[아침숲길] 내가 모르는 나의 장점을 찾는 시간 /박희숙
  4. 4샌더스 결국 하차…미국 대선 트럼프-바이든 양자대결로
  5. 5[강동진 칼럼] 진정으로 변해가는 모두의 시간 되길
  6. 6[도청도설] 막말 고질병
  7. 7축제 취소된 대게 할인 판매
  8. 8원양선원 귀국길 막막…전국원양산업노조 해결책 마련 분주
  9. 9부산시산림조합, 코로나성금 1000만 원 전달
  10. 10롯데 청백전 TV 생중계
  1. 1홍남기 “가족돌봄비용 1인당 50만원으로 2배 확대”
  2. 2연제구, 구민에게 재난기본소득 지급…부산 9번째
  3. 3통합당, 김대호 최고위 만장일치 제명…차명진은 윤리위 회부
  4. 4오세훈 후보 유세 차량에 흉기 든 괴한 달려와…현장 경찰에 제압
  5. 5정의당 창원진해 조광호 후보 사퇴…“황기철 후보에게 힘 싣겠다”
  6. 6내일부터 이틀간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사전투표 실시
  7. 738노스 “북한 최근 미사일 발사 시험 가능성”
  8. 8문 대통령 "우리 치료제와 백신으로 인류의 생명 구할 수 있기를"
  9. 9부산시 제21대 총선 선거인 수 총 295만 8290명…제20대 보다 5329명 늘어
  10. 10김종인 “모든 대학생에게 재난장학금 100만원 지급해야”
  1. 1마산만 주변 해양쓰레기 174t수거한다
  2. 2원양선원 귀국길 막막…전국원양산업노조 해결책 마련 분주
  3. 3글로벌선사 결항에 부산항 물동량 위기
  4. 4바닷속 방치된 굴패각 재활용…친환경 해양생태블록 만든다
  5. 5 기아 텔루라이드, 세계 올해의 車
  6. 6 부산은행 ‘가을야구 정기예금’
  7. 7 부산관광공사 랜선여행 이벤트
  8. 8‘코로나 폭락’에 상장사 358곳 자사주 매입
  9. 9금융·증시 동향
  10. 10가족돌봄비용 1인당 50만원으로 확대, 유통업체 교통유발부담금 30% 경감
  1. 1온라인 개학 첫날 부산 쌍방향 수업 40%에 달해
  2. 2낙동강 횡단 엄궁대교 입찰 재추진
  3. 3코로나19 완치 판정 받은 80대, 퇴원 후 사망
  4. 4부산 해외입국자 1명 코로나19 추가 확진 “완치자 재증상 없다”
  5. 5오늘 중3·고3부터 온라인 개학…이달 내 초중고 모두 원격수업시작
  6. 6대전 지하철 역무원, 코로나19 완치 판정 후 재확진
  7. 7‘음주 바꿔치기’ 래퍼 노엘, 첫 재판…장제원 “아버지로서 마음 아프다”
  8. 8사하구 하단동 하수도 공사현장에서 노동자 가스중독…소방 “추가 구조 작업 진행 중”
  9. 9여자화장실 불법촬영한 지하철 역무원, 휴대전화 속 음란물 다수 확인
  10. 10하수도 공사 중 유독가스로 3명 숨져…동료 찾으러간 작업자도
  1. 1롯데 청백전 TV 생중계
  2. 2‘전설’ 루 게릭 배트, 12억 원에 팔렸다
  3. 3유럽축구 재개 움직임…분데스리가 내달 ‘무관중’ 준비
  4. 4손흥민도 200억 뚝…축구선수 몸값 12조원 증발
  5. 5호나우지뉴 19억 보석금 내고 석방
  6. 6만수르 제친 최고 부자 구단주는?
  7. 7주말 개막하는 대만 야구…관중석엔 마네킹 응원단
  8. 8IOC “도쿄올림픽 예선 내년 6월 29일까지 마무리”
  9. 9허리 세운 거인, 올 시즌 필승조 ‘이상무’
  10. 10성장통 겪은 한동희 “거인 핫코너 올해는 내가 주인”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독일 통일과정 7대 과오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다시 읽어보는 한 ‘분단인’의 삶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진정으로 변해가는 모두의 시간 되길
그럼에도 봄은 오고 있다
기고 [전체보기]
‘지역별고용조사’에 협조를 부탁드리며 /마경필
코로나19를 넘어 성장하자, 우리 공동체! /배정이
기자수첩 [전체보기]
대학 온라인 강의 미봉책 멈추길 /최지수
억측과 갈등만 낳는 낙동강청 /임동우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히포크라테스의 거울
개혁을 위한 아카데미상은 없지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단절은 또 다른 생성을 낳는다
귀하디귀한 악기 ‘편경’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부산시 곳간이 더 걱정되는 이유 /이석주
인내의 시간, 염치를 갖자 /송진영
도청도설 [전체보기]
막말 고질병
3무 선거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
여든 살 어머니의 만학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도다리쑥국
아시정구지의 추억
사설 [전체보기]
첫날 곳곳 혼선 온라인 수업 서둘러 보완하길
행락 인파·부활절 예배 등 이번 주말 협조 중요하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국민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인구 절벽 시대, 복지 대타협 급하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허황된 중국경사론
“한미동맹, 이상없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전쟁의 얼굴
호의가 낳은 명작
이홍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의 도전과 한국인의 응전
한국 경제 회복탄력성이 관건이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장기전 불가피한 코로나
코로나가 지구촌에 던진 경고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사계’ 연주의 전설, 이 무지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어느 멋진 날의 와인을 기대하며
와인의 르네상스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소치 허련이 그린 도깨비 그림
우봉 조희룡의 매화서옥도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하프마라톤대회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