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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에세이] 나는 스포츠가치실천주의자 /송강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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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11-06 19:07:15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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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고 조직에 충성한다”는 소신 발언으로 스타 검사 반열에 오른 윤석열 검찰총장. 정치권은 물론 언론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관련 수사를 진행하는 그를 ‘검찰주의자’ ‘헌법주의자’라고 부르는 장면을 보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 사춘기 에도 하지 않았던 고민을 하게 되었다.

50대 중반. 내가 누구인지 알겠다고 덤비는 모양새가 우스꽝스럽긴 했지만,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심정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곰곰이 되돌아보았다. 크게 축구선수, 교수, 학회장 그리고 아침이슬처럼 사라진 체육인재육성재단의 이사장이자 체육 행정가로의 삶으로 압축되었다. 천생 체육인으로 살아온 삶을 돌이켜보면서 스포츠에 구속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스포츠 가치’에 미친 사람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필자는 이 지면에 ‘이젠 스포츠 가치 3.0 실천 시대다’라는 내용을 기고한 적이 있다. 스포츠에는 페어플레이, 스포츠맨십, 공정성 등 우리가 익히 아는 가치가 숨어있는데, 이들 가치를 경기장에서만 지키지 말고 우리 일상 속에서 실천하자는 것이 핵심 주장이었다.

스포츠 가치를 일상생활에서 실천하자고 주장하는 이유는 스포츠 가치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진단에 기인한다. 승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승리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멋진 가치가 스포츠 가치에 내재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경기 결과에만 매달리면서 소중한 가치가 매몰되고 기괴한 모습만 남아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어른들은 오직 선수의 기술 습득과 승리에만 집착했다. 국제대회에 나가 금메달을 따며 국위 선양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우리는 세계 톱 10 안에 들어가는 스포츠 강국이 되었지만, 스포츠 가치 실천이 없는 스포츠 강국은 팥소 없는 찐빵이나 다름없다.

필자는 스포츠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선 스포츠 가치를 제대로 알고 일상생활에서 실천의 모습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생각이다. 고심 끝에 ‘스포츠가치실천주의자’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스포츠가치실천주의자란 스포츠맨십, 페어플레이, 협동심, 배려 등 스포츠의 고귀한 가치를 평소 생활 속에서 가르치고 실천하는 사람이라 지칭하려고 한다. 헌법주의자가 헌법 정신에 담긴 공정성과 원칙에 따라 법을 집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스포츠가치실천주의자는 스포츠의 핵심 가치인 페어플레이, 배려, 협동심 등을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데 앞장서자는 것이다.

스포츠 강국에서 스포츠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스포츠 가치가 삶의 현장에서 실천의 모양으로 나타나야 한다. 스포츠 가치를 아는 데만 그쳐서는 안 된다. 스포츠의 핵심가치는 스포츠 가치를 아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실천하는 데 있다.

나는 오늘 지면을 통해 ‘스포츠가치실천주의자’라고 커밍아웃하고자 한다. 스포츠가치실천주의자라고 규정하는 순간 스스로 구속하는 족쇄가 될 수도 있다. 상당한 강심장이거나 뻔뻔스럽지 않는 한 스스로 규정하고 구속할 필요가 있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이는 내가 선택한 길이 맞는 길이라는 확신이 있고 최근까지 체육계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문제점을 보면서 새로 판을 짜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솔직히 글을 쓰는 순간에도 고민 중이다. 윤동주 시인처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할’ 자신이 없다. 하지만 체육인 중 누군가는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를 알고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자는 열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고, 쉰 살에 자신의 사명을 알았고, 일흔 살에는 마음이 원하는 대로 행동해도 법도에서 벗어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공자가 쉰 살에 자신의 사명을 알았다고 고백한 것처럼 50대 중반을 넘어가는 오늘 나는 나의 사명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앞으로 여생 동안 스포츠의 고귀한 가치인 페어플레이, 용기, 존중, 배려, 투지, 인내력, 성실, 정직 등을 솔선수범할 뿐만 아니라 제자들과 주변 사람에게도 전달하고 함께 실천하자고 설득하며 살아갈 것이다. 일흔 살쯤엔 마음이 원하는 대로 행동해도 스포츠 가치에서 벗어나지 않는 삶을 살길 소망해 본다.

동서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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