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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의 끼니] 베트남의 포와 반미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0-30 20:01:40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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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기원전 4세기부터 다양한 고대 국가가 등장하고 독자적 청동기 문화를 꽃피웠지만, 기원전 111년 중국 한나라에 병합된 뒤 939년까지 1000년 넘게 중국의 지배를 받는다. 베트남을 더러 ‘안남’이라 부르는데 그 이름은 당시 베트남 지역을 통치하려고 중국이 설치한 ‘안남도호부’에서 유래된 것이다. 중국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 왕조를 세운 이후, 잠깐 명나라의 지배를 받고 내부 분열을 겪지만 결국 독자적인 문화를 구축하고 영토를 확장함으로써 역사의 황금기를 맞는다. 오늘날 베트남의 국호인 ‘비엣남(월남)’도 이때 등장한다.
쌀국수 포에는 베트남의 역사와 정서가 녹아 있다.
하지만 1883년 베트남의 전 국토는 다시 프랑스 식민지가 된다. 치열한 독립운동과 8년간 인도차이나 전쟁 끝에 1954년 베트남은 다시 독립을 쟁취한다. 하지만 북위 17도 선을 기준으로 남북으로 나뉘는 분단의 비극을 맞는다. 북베트남을 근거지로 한 공산주의 세력의 확산을 우려한 미국에 의해 베트남은 다시 전쟁을 겪는다. 중국·프랑스와 붙은 독립 전쟁에서 승리한 베트남은 세계 최강대국 미국조차 몰아낸다. 1976년 하노이를 수도로 하는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을 수립하고 오늘에 이르렀다.

무릇 음식은 사람과 문화의 교류를 통해 완성된 결과물이다. 역설적이게도 음식 교류가 가장 급격하고 대규모로 이뤄지는 경우가 침략과 식민 지배 그리고 전쟁이다. 한반도와 마찬가지로 베트남 역시 식민 지배와 전쟁을 여러 차례 겪었다. 그것도 아주 혹독하게. 그때마다 베트남은 승리했고 결국엔 통일을 이루었다. 베트남 음식은 그런 베트남의 의지를 닮았다.

쌀국수 ‘포(Pho)’가 대표적이다. 중국 영향을 받아 오래전부터 국수를 먹어 왔던 베트남은 쌀국수를 주로 닭 육수에 말아 먹었다. 하지만 베트남을 지배했던 프랑스인들은 기존 쌀국수 제조 방식에 자신들 요리법을 접목한다. 하노이 최초 외국인 수석 주방장인 프랑스인 콜루는 프랑스식 소고기 육수인 ‘포토퍼(pot-au-feu)’를 이용한 쌀국수를 고안했다. 이때부터 포의 육수는 그 재료가 소, 돼지, 닭, 생선 등 그 무엇이든 상관없이 놀라울 정도로 깔끔하고 세련된 맛을 내게 된다.

포와 함께 베트남을 대표하는 음식 ‘반미(Banh Mi)’ 역시 마찬가지다. 반미는 밀가루로 만든 빵을 의미한다. 프랑스인이 바게트 사이에 햄과 채소를 끼워 샌드위치처럼 만드는 것을 본 베트남인은 이를 응용했다. 버터 대신 돼지 간으로 만든 파테를 바르고 베트남식 햄과 각종 향신채를 끼워 독자적인 맛을 창조했다. 반미는 프랑스식 바게트 샌드위치와는 전혀 다른 특유의 풍미를 갖고 있으며 재료에 따라 수만 가지 조합이 가능하다. 포와 반미는 오늘날 베트남을 넘어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음식이다. 누구도 그 음식이 베트남 전통 음식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육수를 내는 방식이, 바게트를 사용하는 것이 비록 식민 지배의 흔적이었다 할지언정 오늘날 베트남과 전 세계에서 먹는 포와 반미는 베트남이 키운 다양한 식재료와 베트남인의 치열한 삶이 낳은 결과물이다. 베트남은 바로 이 점에서 강한 자부심을 느끼며 포와 반미는 의심할 바 없는 베트남 전통 음식임을 확신한다. 그들에게 피지배 역사는 상처를 넘어 현재의 자산이다. 맛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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