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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왕암은 문무대왕 수중릉이 아니다” /장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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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10-24 19:28:18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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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5월 15일 고깃배 한 척이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앞바다에 있는 대왕암에 도착했다. 고깃배에는 신라오악학술조사단원들이 타고 있었다. 첨성대를 실측했던 연제(然齋) 홍사준, 천전리 각석(국보 제147호) 조사를 했던 초우(蕉雨) 황수영, 1971년 도굴되지 않은 무령왕릉 하룻밤 발굴로 세계 고고발굴사에 부끄러운 역사를 남겼다는 멍에를 진 삼불(三佛) 김원룡, 천마총을 발굴했던 동인(東人) 김기웅,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서서’를 펴낸 혜곡(兮谷) 최순우, 구수한 입담으로 유명했던 호불(豪佛) 정영호 등이 위원들이었다.

대왕암 조사는 한국 미술사를 태동시킨 개성학파가 중심이 돼 이뤄졌다. 개성학파는 고유섭 선생을 비롯한 황수영 전 동국대 총장, 진홍섭 전 이화여대 교수, 최순우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일컫는다. 대왕암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고 선생의 숙원사업은 그 제자들에 의해 이뤄진다. 1300년간의 베일을 벗기기 위하여 고깃배에서 내린 김원룡, 김기웅, 정영호 등 3명 고고학자는 속옷 바람으로 대왕암 내부 웅덩이에 들어가 장대를 쑤셔가며 바윗돌 밑을 조사했다. 전 단국대 박물관장 정용호 박사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그날 내가 팬티만 입고 경주 감포 바닷속으로 들어갔어요. 암초들 사이에 거대한 바위가 있었지. 대나무 장대를 쑤셨더니 바윗돌 밑에 큼직한 구멍이 뚫려 있는 거야, 문무왕의 바닷속 왕릉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이었어요.” 사학계의 이목을 동해에 이끈 문무대왕릉의 조영, 화룡호국(化龍護國) 정신 깃든 유례 없는 해중왕릉(海中王陵) 등 호들갑스러운 언론 보도는 1990년대까지 이어진다.

대왕암 본격 탐사는 KBS 역사스페셜 제작팀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 의해 이루어진다. 2001년 3월 31일 대왕암 네 군데 수구(水口)를 모래주머니로 틀어막고 안쪽에 고인 물을 퍼냈다. 지하투과 레이더와 전자 탐사 레이더로 부장품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조사 결과 중앙의 거대한 바위 밑엔 아무것도 묻혀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묻을 수도 없는 구조였다. 중앙에 놓인 개석과 같은 바위는 주변의 암석과 같은 종류의 화강암으로 밝혀졌다. 전 문화재청장 유홍준은 대왕암 조사단의 발표는 사실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일종의 사기극 같은 것이라 했다. 고고학은 실로 무서운 것이다. 고고학은 있는 그대로의 유물만을 보며, 그 유물을 통해 역사의 결론이 도출되게 하는 것이다.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발견해 내려는 일은 고고학자의 업(業)이라 했다.

신라 제31대 신문왕 즉위 한 달 만인 681년 8월 신문왕의 장인 김흠돌과 파진찬 흥원(興元) 대아찬 진공(眞功) 등이 ‘친당 쿠데타’를 일으켰다. 신문왕은 이들을 모두 베어 죽였다. 말단 가담자까지도 철저하게 숙청한 귀족 대학살이었다. 만파식적(萬波息笛) 설화는 통합과 평화의 염원을 담은 것이다. 신라 제30대 문무왕(文武王)은 681년 7월 1일에 돌아가신 것으로 되어있다. 실은 이에 앞서 동해 대왕암 근처 바닷가를 떠나 일본으로 망명했다. 그가 일본 제42대 몬무천황(文武天皇)이다. 고대 동북아시아사를 전공한 고바야시 야스코(小林惠子)의 주장이다. 일본서기, 속일본기를 통틀어 몬무천황의 생년에 관한 서술은 어디에도 없다. 신라 제32대 효소왕의 동복 아우였던 신라 제33대 성덕왕 2년(703년) 신라 사신 김복호가 올린 글과 몬무천황이 내린 조서가 속일본기(續日本記)에 남았다. “효소왕이 지난가을부터 병을 얻어 봄에 돌아가셨습니다. 영원히 뵐 수가 없게 됐습니다.” “짐이 비록 다른 지역에 산다고 하더라도 내가 보호하고 기르는 것은 진실로 사랑하는 아들과 마찬가지다. 이 말을 들으니 매우 슬프다.”

사랑하는 아들처럼 효소왕을 보살폈으며 자식처럼 키웠다는 것은 효소왕이 문무대왕의 장손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표현이 아니었을까? 고대의 한일관계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세계가 펼쳐졌는지도 모른다. 신라 문무대왕이 일본의 몬무천황이라는 일부 사학자의 주장은 확인할 길 없다.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상을 ‘카산드라 신드롬’이라 한다. 그리스 서사시 속에 등장하는 카산드라는 주어진 운명에 체념했지만 위대한 문무대왕의 역사를 그대로 둘 것인가. 대왕암을 재발굴해야 할 때이다.

박물관을찾는사람들 문화유적 답사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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