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아침숲길] ‘꽃다발 같은 것’에 연연하지 않는 /손증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0-17 19:50:22
  •  |   본지 2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나무도 아름드리쯤 되면 사람이다/안으로 생각의 결 다진 것도 그렇고/거느린 그늘이며 바람 그 넉넉한 품 또한//격으로 치자면 소나무가 되어야 한다/곧고 푸르른 혼 천년을 받치고 서 있는/의연한 조선 선비 닮은 저 산비탈 소나무//함부로 뻗지 않는 가지 끝 소슬한 하늘/무슨 말로 그 깊이 헤아려 섬길 것인가/나무도 아름드리쯤 되면 고고한 사람이다’(박시교 시인의 ‘나무에 대하여’ 전문).

박시교 시인은 ‘나무도 아름드리쯤 되면 고고한 사람이’라고 하네요. 그러면서 시인은 나무 중에 넉넉한 품을 가진 ‘소나무가 되어야 한다’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이며, 오랜 세월을 통해 전통 목조문화재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다양하고도 폭넓게 이용한 나무가 바로 소나무입니다. 소나무는 ‘솔’과 ‘나무’ 두 낱말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솔은 원래 ‘수리’ 즉 우두머리를 뜻하는 옛말에 어원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다시 ‘수리’가 ‘술’로 바뀌었고 이 말이 다시 ‘술’과 ‘나무’가 합성될 때 모음조화 현상으로 ‘술’이 ‘솔’로 바뀌게 되어 솔나무가 됩니다. 솔나무가 소나무가 된 것은 ‘음운탈락현상’이 일어난 것이죠.

‘수리’란 말 속에 상(上), 고(高), 원(元)의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소나무는 우두머리 나무 즉 나무 중 가장 으뜸인 나무가 되는 것입니다. 애국가 2절에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라는 가사가 나옵니다. ‘바람서리에도 변하지 않는’ 소나무의 기상이 한민족의 기상이라는 거지요. 흰 눈이 내리는 겨울에도 푸름을 유지하는 소나무를 우리는 경외하는 눈으로 바라보며 숭앙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또 오랫동안 우리 지폐 중 가장 고액권이었던 만 원짜리 지폐를 펴보면 일월오봉도에 적송 두 그루가 늠름하게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우리의 문명과 문화가 소나무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발달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소나무는 육송과 해송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해안가에 분포하는 해송은 수피(樹皮)가 검은 갈색으로 흑송이라 하기도 하고 솔잎이 곰의 털같이 억세서 곰솔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해안지역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해송은 육송보다 검고 잎도 바닷가의 거친 환경에 적응하여 훨씬 강합니다. 부산에서 유명한 해송은 수영 사적 공원에 있는 수령 약 400년이 된 해송입니다. 높이 22m, 둘레 4.5m이고, 가지 길이는 동쪽 8m, 서쪽 11m, 남쪽 9.6m, 북쪽 12.1m입니다. 땅에서부터 가지가 갈라지는 부분까지 12m에 이르며, 껍데기는 거북의 등처럼 갈라져 있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이곳에 경상좌수영(左水營)이 있었는데, 당시 군사들은 부산 좌수영성지 해송이 자신을 보호해 주고 지켜 주는 군신목(軍神木)으로 여겼다고 합니다. 오랜 세월 동안 조상들의 관심과 보살핌 가운데 살아온 나무로 민속적·문화적 자료로서의 보존 가치가 높아 1982년 11월 4일 천연기념물 제270호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습니다.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향토문화전자대전)

우리가 일반적으로 소나무라 부르는 것은 육송을 말합니다. 황장목이라고도 불리는 한국 제일의 소나무 금강송도 육송입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꾸불꾸불한 일반 소나무와는 달리 줄기가 곧바르며, 마디가 길고 껍데기가 유별나게 붉습니다. 이 소나무는 금강산의 이름을 따서 학자들이 금강소나무(金剛松), 혹은 줄여서 ‘금강송’이라 이름을 붙였습니다. 금강송의 푸른 결기를 느끼게 하는 시조가 있어서 소개합니다.

‘군말이나 수사 따위 버린 지 오래인 듯/뼛속까지 곧게 섰는 서슬 푸른 직립들/하늘의 깊이를 잴 뿐 곁을 두지 않는다//꽃다발 같은 것은 너럭바위나 받는 것/눈꽃 그 가벼움의 무거움을 안 뒤부터/설봉의 흰 이마들과 오직 깊게 마주 설뿐//조락 이후 충천하는 개골의 결기 같은/팔을 다 잘라낸 후 건져 올린 골법 같은/붉은 저! 금강 직필들! 허공이 움찔 솟는다’(정수자 ‘금강송’ 전문).

가슴이 시원해지지 않나요? 하늘 높이 치솟은 금강송의 위용을 ‘군말이나 수사 따위 버린 지 오래인’ ‘금강 직필들!’로 노래하고 있군요. 서슬 푸른 금강송의 내면을 분명한 이미지로 그려낸 절창입니다.

팔이 안으로만 굽는 탓일까요? 요즘 우리 사회는 진영 간 지나친 갈등으로 너무 시끄럽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꽃다발 같은 것’에 연연하지 않는 ‘푸른 결기’가 필요합니다. 금강송과 같은 그런 사람이 더욱 그리운 아침입니다.

시조시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재수 금품수수 의혹 증거인멸 前 보좌진 4명 유죄…1명 법정구속
  2. 24시간 쫓고 쫓긴 ‘부캉이 퇴거’ 작전…주말 그물로 재시도(종합)
  3. 3위용 드러낸 기장촬영소…부산 대작영화 길 열렸다
  4. 4檢, 횡령 혐의 사상구 새마을금고 이사장 9개월 만에 ‘늑장 기소’
  5. 5서울대 경영동아리 출신 카르텔, 미공개 정보로 200억 부당이득
  6. 6北지뢰 1발 추가 발견…대북 방송 재개 등 상응조치 촉각(종합)
  7. 7충북 11.9% vs 부산 2.3%…반도체가 가른 경제성장률(종합)
  8. 8첫 공소청 인사…부산광역청장에 이종혁 고검장
  9. 9부산서 키운 대서양연어 첫 출하…“수입산 대체”
  10. 10“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1. 1北지뢰 1발 추가 발견…대북 방송 재개 등 상응조치 촉각(종합)
  2. 2“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3. 3새 광역단체장 재산 1위 김상욱 50억…전재수 6억(종합)
  4. 4[속보] 김여정, ‘DMZ 북한 지뢰’ 발표 전면부인…“서울의 자작광대극”
  5. 5예상보다 무뎠던 검증 칼날…TP원장 후보 기술고도화 초점
  6. 6軍 “향후 발생 상황 모든 책임 전적으로 北에…책임있는 조치 강력 촉구”
  7. 7유엔사 “DMZ 지뢰 폭발, 정전협정 위반 판단”
  8. 8“北 김주애 후계 내정자 입지 강화…키 160cm·몸무게 50kg 이상”
  9. 9‘핵잠수함 특별법’ 국무회의 통과(종합)
  10. 10與 “미래기금으로 지방정부 지원 축소될 일 없어”
  1. 1서울대 경영동아리 출신 카르텔, 미공개 정보로 200억 부당이득
  2. 2충북 11.9% vs 부산 2.3%…반도체가 가른 경제성장률(종합)
  3. 3부산지역 건축물 노후화 심각… 63.3%가 지은 지 30년 이상
  4. 4삼정기업·삼정이앤시 회생계획 법원 인가…정상화 첫발(종합)
  5. 5亞·유럽게임 대거 참가…지스타 판 커진다
  6. 6부전~마산 복선 전철 터널 붕괴 원인 조사 기간 7주간 연장
  7. 7공정위, 5개 항공사의 부산~괌 노선 공급 좌석 축소 요구 거부
  8. 8정부 '발전 5사 통합준비委' 발족…내년 10월 단일법인 출범
  9. 9도토리 숲 언덕서 ‘휴식 한 모금’…바리스타과 겸임교수 깊은 손맛
  10. 10해양·AI 중심 ‘플라이아시아’ 내달 개최
  1. 1전재수 금품수수 의혹 증거인멸 前 보좌진 4명 유죄…1명 법정구속
  2. 24시간 쫓고 쫓긴 ‘부캉이 퇴거’ 작전…주말 그물로 재시도(종합)
  3. 3檢, 횡령 혐의 사상구 새마을금고 이사장 9개월 만에 ‘늑장 기소’
  4. 4첫 공소청 인사…부산광역청장에 이종혁 고검장
  5. 5부산서 키운 대서양연어 첫 출하…“수입산 대체”
  6. 6영도구 문화도시 사업, 간부간 소송다툼도 확인
  7. 7혈세 쓴 도시재생 거점시설 2년간 텅텅
  8. 8부산·울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6명뿐
  9. 9교실로 들어온 ‘북극항로’…지구본 만들며 배워가요
  10. 10윤산터널 돌발상황, AI 실시간 감지
  1. 1역시 안세영…AG 2번째 ‘금빛포효’(종합)
  2. 2공격에 쏟아붓다가 골문 열린 모레노호
  3. 3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중국에 역전승 거두고 결승 진출
  4. 4일본 대회운영 왜 이러나…한국 육상 남자 400m 계주, 판정 논란 딛고 동메달 지켰다
  5. 5고성군, 통영시 거제시와 손잡고 2029년 도민체전 공동개최
  6. 6한동희 시즌 23호 홈런 '쾅'…롯데, 키움에 4-2 역전승
  7. 7큰 日날 뻔한 韓야구…日 아마추어 상대로 3-1 설욕전
  8. 8큰 日낸 女핸드볼…결승서 일본 꺾고 8년 만에 우승
  9. 9중국에 두 번 진 이민성호, 이번엔 벼른다
  10. 10‘세계 최강’ 안세영, 배드민턴 女단식 금메달…아시안게임 첫 2연패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AI 패권
병역 혜택, 야구는 빼자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지휘부도 인력도 없이 졸속 출범하는 공소청·중수청
정부, 지뢰 도발에 단호하고 강력한 상응조치 취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인공지능(AI)과 인류 멸종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