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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터치] 청춘에 무늬 진 부마항쟁 /김나현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0-13 19:33:49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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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10월호에 ‘부마민주항쟁 40주년’이 특집으로 실렸다. 그중 사진으로 만나는 ‘1979년 10월 그날의 부마항쟁’은 가슴 벌떡거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당시 시위대 행진 모습이며 시위 군중과 섞여버린 전투경찰, 공수부대가 부산대 정문을 막고 주둔한 모습, 언론사와 부산시청 앞에 주둔한 계엄군과 탱크….

부마항쟁이란 말을 들으면 기억이 단숨에 40년을 거슬러 오른다. 남의 일이 아니었기에 귀가 솔깃해진다. 겪은 자와 그렇지 않은 자가 이 일을 보는 관심도는 여실히 다를 것이다. 직장에서 거리에서 생생하게 보고 겪은 실화라 결코 무관심할 수 없는, 생에 큰 획으로 남은 사건이다.

당시 경남 마산시 창동 1번지로 기억되는 직장에 근무하고 있었다. 국민은행 마산지점으로 경남은행 본점과 붙어 있었고, 주변에 금융기관이 집중해 있었다. 어느 날 직장 앞으로 대여섯 명씩 어깨동무한 젊은이가 도로를 가득 메우고 행진했다. 경남대 학생 행렬은 꽤 길게 이어졌다. 뭔가 큰일이 났다는 걸 짐작하게 했다. 그날이 1979년 10월 18일로, 부산대 학생들이 10월 16일 항쟁을 시작한 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이번 특집을 보고 안 중요한 사실이다.

그 이틀쯤 뒤 출근하는데 은행 문 앞에서 군인이 출입을 저지했다. 직원이라고 하자 신분증을 확인하고서야 들여보내 주었다. 며칠간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들은 직장 문 앞을 지키고, 일하는 사무실을 지켰다. 그것이 지키는 건지, 감시하는 건지 떨떠름했다.

점심시간에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그들은 가져온 도시락을 쪼그리고 앉아 먹었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건, 졸병으로 보이는 병사가 도시락이 모자라 굶고 있는데 따뜻한 밥을 먹으며 미안했던 일이다. 주방 아주머니가 와서 밥 먹으라고 해도 괜찮다던, 내 또래 병사에게도 부마항쟁은 그 시기 굵직한 기억으로 남았다.

‘다이내믹 부산’을 읽고서야 마산과 창원 일원에 내린 조치는 계엄령이 아니라 위수령(衛戍令)이란 걸 알았다. 위수령이란, 육군 부대가 계속 한 지역에 주둔하며 그 지역의 경비와 질서 유지, 군기의 감시와 군에 딸린 건축물이나 시설물 따위를 보호할 것을 규정한 대통령령이란 것도 알게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군이 직장 경비를 서고, 시설물 따위를 보호할 것까지야 있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감시받는 느낌이 강해서 일하기에 불편했던 거로 기억된다.

그때 항쟁 여파로 찻길이 막혀 밤에 먼 길을 걸어서 퇴근했고, 거리에 나가 시민 속에 섞여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분위기를 살폈다. 주변의 어떤 이는 그 10월 항쟁 당시 부산에서 헌병으로 복무했는데 몇 명을 잡아들였다느니 해서, 여건에 따라 시국을 겪는 사정이 이처럼 손바닥 앞뒷면처럼 다를 수 있다는 것도 새삼스럽게 느꼈다.

부마민주항쟁뿐만 아니라 3·15 의거 발원지이기도 한 마산 창동은 숱한 기억을 재생시킨다. 창동은 상업과 문화가 번창한 중심가로 젊은이가 모여드는 생기 찬 거리였다. 은행 옆 곰 다방에서 남편을 처음 만났고, 제 아버지 양복을 입고 나왔다는 경남대생과 미팅했으며, 입대한다고 고향에서 인사차 찾아온 애송이 첫사랑을 만났다. 유명한 마산어시장과 부림시장, 오동동이 접해 있어 편리한 점도 많았다. 어시장에서 회식했으며, 퇴근길에는 인근 부림시장에서 옷을 사고 먹을거리를 샀다. 구매를 미끼 삼아 상인에게 예·적금을 홍보하고 유치하기도 했다. 알고 보니 생일이 같았던 옆 건물 남자와 소개팅을 약속한 다방에 부끄러워 들어가지 못했던 기억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추억 물씬한 그곳에서 만난 민주항쟁은 청춘의 나이테에 또렷한 무늬로 새겨졌다. 화려했던 창동도 이제 옛 모습을 달리하고, 푸르른 이십 대도 세월에 묻어 흘러가 버렸다.

부마민주항쟁 최초 발생일인 10월 16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는 소식이다. ‘세상을 바꾼 부산시민 여러분이 역사의 주인공입니다’라는 ‘다이내믹 부산’의 구호가 벅차다.

수필가·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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