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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진 칼럼] 감동스러운 도시건축을 만나고 싶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0-10 19:41:48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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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사람이 도시를 만들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도시가 사람을 만들어갈지 모른다. 욕심껏 가득 채우는 개발의 끝은 어디일까.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사람은 도시에 예속될 수밖에 없다. 수백 m가 넘는 세 동의 건물이 해운대 모래사장 옆에 불쑥 솟아올랐다. 쓱 보면 대단해 보이기도 하지만 바다와 파도, 구름과 모래로 대변되는 해운대와는 그리 어울려 보이진 않는다. 엘시티는 현대 건축물로 정의된다. 여기서의 ‘현대’가 가지는 뜻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컨템퍼러리, 즉 동시대의 것으로 정의되기에 ‘현대’를 세련된, 멋진, 강한 등의 의미로만 이해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요즘 부산에 지어지는 현대 건축물들은 모두 비슷한 모습일까. 세련된, 멋진, 강한 것만이 현대인의 모든 삶을 대변하지 못하듯, 철골에 유리로 뒤덮은 수직 건축물 역시 현대도시 부산을 상징할 순 없다.

뜨거웠던 지난여름, 애리조나의 사막 가운데에서 미국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의 탤리에신 웨스트(Taliesin West)와 그의 건축철학을 따랐던 사람들이 실험 중인 애크로산티(Acrosanti)를 만났다. 그들은 왜 평균 40도가 넘는 그곳에서 뜨거운 태양과 씨름하고 있을까. 한 건물은 80년이 되었고 다른 한 건물은 50년이 되어가는데, 그곳을 지키는 사람들은 지금도 여전히 자연과 인간 간 지속 가능한 관계 찾기의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달 개최되었던 2019 부산건축제의 주제가 ‘건축, 소소함의 발견’이었다. 매우 신선했다. 일상 속 건축으로부터 작지만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공유해 보자는 것이 전시의 취지였다. 전시물도 작은 집, 골목길, 피란수도 시절의 근대건축, 오래된 아파트 등 일상 속 건축이 대부분이었다. ‘도시건축(urban architecture)’이란 말이 있다. 단순히 도시에 있는 건축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 적합한 건축물을 뜻한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와 후유증을 품어 해결하고, 시민이 즐거워하고 모여들어 활력 있는 도시의 근원이 되며, 건축 행위가 자연 파괴가 아닌 공생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그런 건축을 말한다.

부산의 도시건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필자는 세 가지로 정의하고 싶다. 첫째는 부산의 지형지세와 어울리고 지역 분위기에 조화되는 ‘지역 밀착적인’ 건축이다. 둘째는 부산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 건축물로 인해 시민이 행복해하는 ‘사람 지향적인’ 건축이다. 셋째는 일조와 바람, 습도 등을 고려하여, 건물로 인해 발생하는 악영향을 줄이려 노력하는 ‘기후 적응적인’ 건축이다. 요약해 보면 부산이 추구해야 할 도시건축은 지역에 대한 부담은 적고(low impact) 자연환경과의 접촉은 빈번한(high contact) 그런 건축이 아닐까 싶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부산이 지역 밀착적인 건축을 갖기 위해서는 지형에 순응하는 건축, 즉 고밀일지라도 저층으로 지어 원지형의 형상 파괴를 최소화하는 방법 찾기에 먼저 몰두해야 한다. 부산의 모든 구릉지와 산복도로가 초고층 아파트로 채워져 가는 지금의 실상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 못하고 그냥 두고 볼 수밖에 없다면 연이어 발생하는 온갖 후유증에 대한 무기력 증세는 조만간 손을 쓸 수도 없는 눈덩어리로 불어 다가올 것이다. 사람 지향적인 건축의 추구는 시민의 라이프 스타일을 배려함과 동시에 자연, 특히 바다와 연결된 감성을 지닌 건축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해야 한다. 바다 풍경을 독식하며 바다를 가로막는 병풍 같은 건축은 이제 지양되어야 한다. 기후 적응적인 건축은 바람을 예로 들 수 있다. 부산에서의 바람은 태풍이란 이름으로 가끔 무서울 때도 있지만, 산들산들 불어 드는 미풍과 훈풍으로 대변된다. 그래서 부산은 여느 도시보다 바람의 혜택이 큰 도시이고, 시원하고 쾌적한 날씨는 부산의 최고 매력으로 꼽힌다.

그런데 우리는 자리를 가리지 않고 높은 아파트를 마구 짓고 있다. 바람이 지나는 자리를 그런 건물들이 차지해 버린다. 배려 없이 지어진 건물들은 바다에서 구릉을 넘어 들어오는 바람, 산에서 불어 내려오는 바람, 강에서 계곡을 따라 불어 들어오는 바람을 겨울에는 추운 골바람과 건물풍으로, 여름에는 도시에 갇힌 오염된 뜨거운 바람으로 바꾸어 버리고 있다. 볼썽사나운 구릉 위 건물들은 바다에서 도시로 넘어가는 구름들마저 정체시켜 쾌청했던 지역을 제습기가 필수품이 되어야 하는 습하고 눅눅한 곳으로 만들어 버리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의 건설은 부산의 강점을 죽이는 행위이고, 다음 세대에게는 부산을 평범한 도시, 아니 환경문제로 가득한 평범 이하의 도시로 몰아가는 행위이다.

멈추면 좋겠다. 멈추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대응의 여지를 보여주는 실험이라도 하면 좋겠다. 그 실험은 부산의 지형지세를 존중하고, 부산 사람들의 마음을 배려하여 이웃과 함께 살아가고, 태양과 바람을 맘껏 활용하여 시원하고 따뜻한, 결과적으로 부산의 풍경과 어울리고 부산의 자연을 지켜주는 건축의 추구를 말한다. 물론 관이 시작해야 한다.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시작하면 좋겠다. 그래서 올해 부산건축제의 주제도 그리 선택된 것이 아니었던가. 지난날 발표된 부산건축선언이나 특별히 만든 총괄건축가 자리도 그 때문이지 않은가. 과장된 말이나 표시만 내는 적당의 것이 아니라 기세를 몰아 제대로 실험하고 실천해야 한다. 매일같이 급변하고 있는 부산의 모습을 보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아 보이진 않는다.

실험할 돈이 없다면, 지역에서 건설사업으로 돈을 많이 번 공기업과 건설사들을 모아보기 바란다. 그들에게 재개발과 재건축으로 돈 버는 일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부산의 진정한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자고, 부산의 도시 실험에 적극적인 동참을 권해보면 어떨까. 부산의 도시 실험을 가로막는 관행, 제도, 돈 등 모든 핑곗거리를 걷어내야 한다. 다음 세대가 살아갈 부산의 미래를 위해, 부산의 도시건축을 끊임없이 실험하여 지역 밀착적인, 사람 지향적인, 기후 적응적인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내고 또 그 모델을 확산해야 한다.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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