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안과전문의 공병우(1906~1995) 박사는 평생을 한글 사랑에 바쳤다. 한글 기계화 운동으로 1949년 한글타자기를 처음 발명한 게 대표적 업적이다. 일본어로 된 의학서적을 번역하던 중 한글타자기 개발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던 거였다. 그 외 시각장애인용 점자타자기, 한글 모노타이프, 한글 워드프로세서 등 16가지 신개발품을 창안해 냈다. 1988년에는 한글문화원을 설립해 글자꼴과 남북한 통일 자판 등의 연구에 힘을 쏟았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도 그에 버금가지 싶다. 지난 10여 년간 전 세계의 한글 오류 수정 캠페인을 펼치고 있어서다. 예컨대 유명 관광지나 우리 독립운동 유적지 등의 한글안내판 표기가 잘못된 걸 시정해왔다. 또 이름난 미술·박물관에 한글안내서를 기증하고 유력 매체에 한국어 홍보 광고도 실었다. 얼마 전에는 해외 공항에 많은 한글표기 오류를 바로잡는 일에 나설 만큼 한글 사랑이 남다르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의 일본어 잔재는 여전하다. 국립국어원이 생활 속 일본어투의 용어를 우리말로 순화하기 위해 2005년 만든 자료집에만 1100여 단어가 실렸다. 그래도 아직 그 뿌리가 깊고 잘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오늘 한글날을 맞아 국어원이 꼭 가려 써야 할 일본어투 50개를 선정 발표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나와바리(구역), 단도리(단속·채비), 땡땡이(물방울), 만땅(가득), 아나고(붕장어), 무데뽀(막무가내), 쇼부(결판), 와사비(고추냉이) 등이 주요 사례로 꼽혔다.
특히 관공서와 공공기관이 더 문제다. 각종 용어 사용과 표기에서 일본어 잔재가 수두룩해서다. 과거보다 다소 나아졌다고는 해도 그리 만족할 수준이 아니다. 최근 국립국어원과 국회사무처, 법제처 등의 3개 기관이 일본식 용어 등을 알기 쉬운 우리말로 바꾸기 위한 공동 연구·교육에 뜻을 모으고 협약을 체결한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을 터다.
어제 한국인터넷진흥원 국정감사 자료에서 드러난 공공기관의 ‘한글 도메인’ 실태도 마찬가지다. 전국 339개 공공기관 중 한글 도메인을 도입한 곳은 51%인 175곳에 그쳐서다. 게다가 이들 공공기관의 한글 도메인 등록 건수는 지난 6월 현재 총 828건으로, 작년 8월의 833건보다 줄었다. 영어 위주의 인터넷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이와 노인 등의 인터넷 접근이 수월하도록 한글 도메인 사용 활성화에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이 그걸 외면하는 꼴이다. 이래서는 공공기관의 이름과 한글이 부끄럽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