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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의 끼니] 짜장면과 라면 그리고 염치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0-02 19:36:23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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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압수수색팀이 식사를 하지 않으면 가족들도 식사를 할 수 없다’고 하면서 식사를 권유하여 함께 한식을 주문하여 식사를 하고, 압수수색팀의 식사 대금은 압수수색팀이 별도로 지불한 바 있다.”
배달 음식의 대표 메뉴 짜장면.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짜장면을 시켜먹었다는 논란이 일었다. 국제신문DB
지난달 23일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택을 11시간 동안 압수수색하면서 짜장면을 시켜먹었다는 논란이 일자 검찰이 발표한 해명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또 하나의 해명이 떠올랐다.

세월호가 침몰한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해당 주무부처 장관의 자격으로 전남 진도 체육관을 찾은 교육부 장관은 실종자 가족들이 오열하는 현장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심지어 관료의 상징과도 같은 고급 의자에 앉아 편안하고 여유 있게 잡수셨다. 하필이면 그 장면이 언론사의 카메라에 잡혔다. 충격과 안타까움에 어찌할 바를 몰랐던 국민의 분노는 일제히 ‘컵라면을 먹는 장관’에게 쏟아졌다. 국민의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자 청와대 대변인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라면에 계란을 넣어서 먹은 것도 아니고, 끓여서 먹은 것도 아니다. 쭈그려 앉아서 먹은 건데 팔걸이의자 때문에, 또 그게 사진 찍히고 국민 정서상 문제가 돼서 그런 것이다.”

인간이 먹는 모든 음식은 애초에 생명이 있었다. 남의 생명을 끊음으로써 제 생명을 유지하는 것은 인간의 숙명이다. 그 숙명을 부정하거나 거역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의 염치가 있어야 한다. 염치야말로 남의 생명을 빌려 사는 인간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태도다.

염치의 핵심은 때와 장소를 가리는 분별력이다. 맛은 주관적이지만 먹는다는 행위는 사회적이다. 이 때문에 먹는다는 행위에는 사회적인 통념이 적용된다. 진도 체육관에서 컵라면을 먹던 장관도, 압수수색을 하던 도중에 배달음식을 먹었던 검찰도 이 점을 간과했다. 대중이 분노한 지점은 라면에 계란을 넣었는지 안 넣었는지, 배달 음식이 짜장면인지 한식인지가 아니다. 때와 장소를 가릴 선택권을 가진 자들의 무분별함과 몰염치에 화가 났던 것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사람과 만나 관계를 맺다 보면 파문이 인다. 파문이 일면 물결이 퍼진다. 물결은 때로 사람을 성장시키고 때로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인간은 그렇게 물결을 넘나들며 성장하거나 혹은 무심하게 혹은 악착같이 살아간다. 음식은 물결 사이사이에 있다. 더러는 육신의 허기를 채워주는 목적이 되기도 하고 더러는 욕망을 채워주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음식은 물결 사이에 놓여 있어야 한다. 그것이 음식을 대하는 인간의 최소한의 염치다.

맛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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