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이 사상 최초로 대한해협을 헤엄쳐 건넌 때는 1980년 8월 11일이다. 밤 12시께 부산 다대포에서 출발한 그는 배 3척의 호위 속에 이들 선박이 쳐 놓은 쇠그물 안에서 헤엄쳐 나갔다. 그물 크기는 가로·세로 각각 5, 10m에 깊이 2.5m. 야간에 불빛을 보고 모여드는 물고기떼 그리고 산란기를 맞아 더 난폭해진 식인상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렇게 헤엄친 조오련은 13시간16분 만에 대마도 북서쪽 소자키 등대에 닿았다.
그 이듬해 서·남해안에는 상어 비상이 걸렸다. 충남 보령군 앞바다에서 해녀 한 명이 식인상어에 목숨을 잃은 데다, 전북 군산과 제주 해역 등지에서도 상어가 5차례 출몰해서다. 이에 당국은 해안 감시초소를 늘리고 쾌속정으로 순찰을 강화하고 나섰다. 또 해녀들은 ‘물질’을 할 때 몸에 긴 천을 달고 움직였다. 상어는 공격대상의 주위를 돌다가 자기보다 몸이 길다 싶으면 달아나는 습성을 이용한 것이다.
한동안 뜸하던 상어는 1990년대 들어 보령·태안 해안 등 곳곳에 다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인명피해가 여러 차례 발생하고 어민들의 조업이 위축되는 등 상어 공포가 재연됐다. 불안감이 확산되자 해경 당국은 헬기와 경비정까지 동원해 식인상어 포획작전에 나섰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상어는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온수성이라, 주로 열대 및 아열대 지방에 많은 걸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전례를 보면 한반도 해역은 이미 상어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는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오른 탓이다. 우리 연근해의 수온이 20도를 웃돌면서 상어가 활동하기 알맞게 된 것이다. 고등어·오징어 등의 먹잇감이 수온 변화에 따라 북상하는 것과도 관련이 깊다. 그렇다 보니, 2009년에는 동·서해안과 경남 거제 앞바다 등에서 상어가 잇따라 출몰했고, 영화 ‘조스’의 주인공이자 식인상어로 악명 높은 백상아리도 모습을 드러내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백상아리 다음으로 위험한 청새리상어의 사체가 지난달 29일 부산항 북항의 8부두 앞 바다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길이 2m에 무게 100∼120㎏으로 추정되는 것이다. 2개월 전 해운대 인근 해상에서 공격성이 없는 악상어가 그물에 걸린 적은 있지만, 부산 연안에서 사람을 공격하는 상어의 사체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식인상어가 우리 해역에서 활동하는 영역이 그만큼 더 넓어졌다는 방증일 터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해양환경 변화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