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라는 것은 풀과의 전쟁이 아닐까 라는 생각으로 마당에 풀을 뽑으며 다시 이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불과 며칠 전에 땀을 흘리며 모기에 쏘여가며 한바탕 풀을 소탕하고는 깨끗해진 마당을 보며 흐뭇했는데 여름풀은 뽑고 돌아서면 또 자란다고 하더니 그냥 지어낸 말이 아닙니다.

어디에 그 많은 씨앗이 숨겨져 있는 것인지 땅속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가 틈만 나면 세상을 들어 올립니다. 심하게는 흙이 죄다 씨앗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 정도는 아니라도 아마 흙 반 풀씨 반으로 봐도 과한 것은 아닌 듯합니다.

물론 요즘 시골에서도 흙을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골목길이고 마당이고 어쩌자고 모두 시멘트로 발라버려서 흙은 숨을 쉬지도 못 하고 있습니다.

물론 살아가는 데 불편할 수는 있겠으나 온통 시멘트 집에 시멘트 골목에 시멘트 마당이라니 보기만 해도 숨이 ‘턱’하고 막혀 옵니다.

요즘 시골에는 노인이 많고 그 분들은 농사만으로도 이미 엄청나게 힘이 들 것인데 마당을 그냥 흙 마당으로 두면 그것 또한 일을 보태는 것이 될 수밖에 없겠지요. 그렇기에 풀이 절대로 나지 않는 그 방법은 피할 수 없는 유혹일 것입니다.

골목 또한 차들이 쉽게 다닐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면 시멘트 또는 아스팔트 포장은 어쩌면 신의 선물과도 같을 것입니다. 세상이 자연 위주가 아니라 사람·편리를 우선해 돌아 갑니다.

돌아서면 자라는 풀을 뽑아야 하는 일은 정말 힘든 일이며 그냥 두면 더 힘든 것이 세상이 자기들만의 것인 양 자라고 뻗치는 것을 봐 주는 것도 못할 짓입니다.

어디 며칠 다녀오면 자기들만의 세상을 만났다고 아예 신이 나서 모든 빈 틈을 다 점령해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하늘 높은 줄도 모르고 한껏 몸을 키웁니다.

그들만의 약속이라도 되어 있는지 벌레들도 나의 연약한 채소들만 소탕하지 저 에너지 넘치는 풀들은 구멍 하나 내지 않고 그대로 둡니다.

너무 싱싱해서 무서울 지경입니다.

모든 살아 있는 생명이 그렇듯이 풀들도 자기들만의 전략이 있어서 자세히 관찰하면 감동적이고도 재미납니다.

자연에서 살면서 모든 살아 있는 생명을 자세히 보면 오로지 번식이 제일 목표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새들도 오로지 번식을 위해서 집을 짓고 번식이 끝나면 집을 과감히 버립니다. 그 밖에 사마귀 매미 뱀 개구리 등등 내가 아는 거의 모든 것도 그렇습니다.

그들은 번식을 위해서 먹고, 번식을 위해서 짝짓기 하고, 번식을 위해서 사는 것 같습니다. 절대로 학술적인 것이 아니고 나의 관찰과 생각입니다.

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해두기 전략으로 작전을 짜는 것 같습니다.

날씨가 한창 좋아서 마음껏 자라고 꽃피고 씨앗이 여물 때는 그때대로 최대한 많은 씨앗을 땅에 묻어두고 느긋이 내년을 기다리고 물론 한 해에도 몇 번씩 올라오는 놈이 더 많지만…. 날씨나 기온에 따라 몸은 크기를 달리합니다.

물론 우리 집 마당 풀은 수시로 뽑아버리니까 이놈들도 작전을 그것에 맞게 짭니다. 자주 뽑힐 수밖에 없는 풀들은 그 나름의 전략으로 최대한 빨리 씨앗으로 작전을 짜고 조금 손이 덜 미치는 곳의 풀들은 나름 당당한 자신의 삶을 살 궁리로 몸을 키우기도 합니다.

물론 졸지에 뽑히는 것이 다반사이지만 그래도 비교적 한 생을 만족하게 살았다 할 만합니다.

날씨가 추워질 때 뒤늦게 땅을 뚫고 올라온 풀은 바쁩니다. 오로지 번식이 목적인 그것들은 몸을 키우지 않습니다.

몸은 최소한으로만 하고 꽃부터 피우고 씨앗이 여물기에 모든 것을 집중합니다. 놀라운 전략이자 자연의 이치인 것입니다. 그럴 때면 그 작은 풀을 보고 “선생님!”이라고 불러봅니다.

그렇듯 풀 또한 원수도 되었다가 선생님도 되었다가 합니다.

산악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