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가을밤을 밝힌 ‘촛불’은 초유의 국정 농단 사건의 진실을 밝혔고,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사적 위기를 극복해 냈다. 문재인 정권은 이 촛불로 치장했다. 청와대 안에는 대형 촛불 집회 그림도 걸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내내 촛불 민심의 의미를 되새겼다. “아무 사심 없이 오직 촛불 민심만 생각한다”고 했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는 촛불로 탄생한 정부의 소명”이라고도 강조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017년 취임사에서 “문재인 정부 공직자들은 촛불 혁명의 명령을 받드는 도구들”이라고 규정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아 “내년 총선은 ‘이명박근혜’ 시대로 돌아가느냐, 촛불 혁명을 완성하느냐를 가르는 선거”라고 했다. 하지만 요즘 여권에서 촛불이 사라졌다. 대통령은 물론 소위 친문(친문재인)계 권력자의 입에서도 촛불을 듣기가 영 어려워졌다. ‘조국 의혹’이 터져 나오던 한 달 사이 거짓말처럼 촛불이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광장의 촛불은 다시 타오르고 있다. 여권에서만 뜸해졌을 뿐 2년여 만에 촛불은 대학가를 흔들고 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학생들은 19일 촛불을 들었다. 서울대와 고려대는 네 번째, 연세대는 첫 번째 촛불이다. 대학생들의 연대 촛불 이야기도 들린다.
이들 학생은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반대하기 위해 촛불을 들었다고 했다. 위선과 부정이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한 문 대통령도 비판받아야 한다고 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때의 주장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이 촛불에 여권의 대선 후보급 정도로 인식되는 사람은 “뒤에서 자유한국당 패거리의 손길이 어른어른하는 그런 것이라고 본다” “진짜 순수하게 집회하러 모인 대학생이 많은지, 구경하러 온 자한당(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이 많은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깎아내렸다.
조 장관 반대 여론은 임명 이후 더욱 커져 60%에 육박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연일 최저치를 경신 중이다. 절반이 훨씬 넘는 국민이 ‘가짜뉴스’에 현혹된 우매한 국민인가. 이것은 민심이다. ‘2016년 촛불’과 ‘2019년 촛불’은 같다. ‘조로남불’ ‘내로남불’의 냉소가 커지는 것은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국민과의 괴리, 불통은 어김없이 정권의 위기로 이어졌다.
서울정치부장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