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상현의 끼니] 기장 멸치액젓과 스팸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9-18 19:50:03
  •  |  본지 2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올 추석에도 어김없이 스팸 선물세트를 받았다. 이제 스팸 선물세트를 주고받는 건 명절의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2018년 스팸 판매액은 4100억 원. 이 가운데 60%가 명절 기간 선물세트 판매에서 올리는 매출이라고 한다. 캔에 든 가공육 따위가 어떻게 명절 선물이 될 수 있느냐고 여전히 흥분하는 이가 있다. 하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시라. 미원, 설탕, 담배가 명절 선물의 대표 주자였던 시절도 있었다.
이 진열대에 ‘엔초비 스팸’을 더하는 건 어떨까?
한국인의 유별난 스팸 사랑은 외국에선 뉴스거리다. LA타임스, BBC, 뉴욕타임스 등 유수 언론이 한국의 스팸 선물 문화를 기사로 다뤘다. 이들 기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처럼 부유한 나라에서 스팸처럼 값싼 식품이 여전히 인기 있는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데 스팸을 폄하하는 한국인도, 스팸의 인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도 간과한 사실이 있다. 음식의 운명은 탄생과 전파보다 어떤 환경에서 정착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스팸의 운명은 2002년부터 달라졌다. CJ제일제당은 김원희 에릭 한예슬 등 당시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배우들을 스팸 광고모델로 기용한다. 그리고 스팸과 쌀밥의 만남을 강조하며 ‘따끈한 밥에 스팸 한 조각’이라는 기막힌 카피를 선보였다. 정확히 이때부터였다. 돼지고기의 부산물로 만든 가공육에 불과했던 스팸은 순식간에 한국 식문화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파고들었다. 밥 김치 스팸이라는 삼위일체는 전국의 수많은 일인가구와 자취생에게 구원의 메시지가 되었다. 그 메시지는 1970, 80년대 최고의 도시락 반찬이었던 ‘분홍 소시지’의 추억을 지워버릴 정도로 강력했다. 그래서 한국인이게 스팸은 더는 캔에 든 값싼 햄이 아니다.
부산다운 관광 기념품을 생각할 때 나는 늘 기장의 멸치액젓과 스팸의 조합을 떠올린다. 이른바 ‘엔초비 스팸’이다. 소금의 사용량을 줄이고 멸치액젓으로 간을 하고 감칠맛과 풍미를 더한 스팸. 오로지 부산에서만 유통되고 부산에 와야만 구매할 수 있는 스팸. 식품 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의 협업으로 탄생한 관광 기념품. 이 정도면 마케팅 차원에서 충분히 승산이 나온다. 현재의 식품가공 기술로 맛은 얼마든지 원하는 수준까지 구현할 수 있다. 스팸 종주국인 미국에서는 진작부터 초리조, 할라피뇨, 데리야키, 갈릭, 블랙페퍼, 포르투갈 소시지, 칠면조, 베이컨 등 다양한 스팸이 인기리 판매 중이다.

관광은 무엇을 파느냐보다 어떻게 파느냐를 고민하는 산업이다. 관광객의 소비 기준은 판타지다. 호기심을 자극하지 못하고 의미만 강조하면 언제나 실패한다. 세계화를 위해 우리 음식을 외국인의 기호에 맞추는 건 전제부터 잘못된 접근이다. 한국음식은 그 맛을 가장 잘 아는 한국인의 기호에 먼저 맞춰야 한다. 우리 내부에서 이슈가 되어야 외부에서도 이슈가 된다. 내년 이맘때는 따끈한 밥에 ‘엔초비 스팸’ 한 조각 올려 먹는 상상을 해본다. 엔초비 스팸이 성공하면 그 다음은 ‘명란 스팸’이 어떨까? 감성이 이성과 논리를 뛰어넘을 때 판타지가 발현된다. 어묵 하나만 바라보고 있기에 부산의 관광시장은 이미 너무 크다. 맛칼럼니스트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부산교통공사부산교통공사

 많이 본 뉴스RSS

  1. 1‘포수 FA’ 관심 없던 롯데, 이번엔 쇼핑목록에 담나
  2. 2부산시민공원 주변 재개발 아파트, 층수 낮추고 동수 10개 늘린다
  3. 3부산·경상대 교수들도 미성년 자녀 논문 공저자 끼워넣기
  4. 4 반려동물과 식용동물 이분법?…생명에 어찌 다름이 있을까
  5. 5부산 국회의원 해부 <하> 선거 공약 검증
  6. 6문재인 대통령 “건설·SOC 투자 확대”
  7. 7송도 해안도로 달리는 시내버스 결국 무산
  8. 8부산 극단적 선택 1위 오명 벗었지만…
  9. 9“북항 재개발 수익으로 미군 55보급창 공원화하자”
  10. 10시계바늘 밑 터치스크린…아날로그 융합 스마트워치
  1. 1‘DJ 아들’ 김홍걸 총선 출마 시사… 목포서 ‘DJ 비서실장’ 박지원과 맞붙나
  2. 2정점식 “정동병원서는 정경심 뇌종양 진단서 발급 안 했다고…”
  3. 3법사위 국감, ‘검사 블랙리스트’ 논란 한동훈 반부패부장도 출석
  4. 4장제원, 국정감사서 “좌파 광란의 선동 정점은 대통령” 文 저격
  5. 5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도 45.5%… 조국 사퇴 이후 회복세
  6. 6금태섭, 윤석열에 ‘국회 출석’ 묻고, 한겨레 고소 지적
  7. 7군, 드론탐지레이더 부울경에 시범배치
  8. 8"언론재단 정부광고 대행 수수료 인하 혹은 폐지해야"
  9. 9최인호·김세연·윤준호, 도시재생 정부사업 선정돼
  10. 10힘 받은 황교안, “이낙연 노영민 이해찬 나가라”
  1. 1 산업의 힘, 기계부품
  2. 2평균층수 제한해 스카이라인 보장…경관·공공성 높였다
  3. 31965년 옷 다시 입은 ‘대선소주’
  4. 4시민공원 주변 재개발 아파트, 층수 낮추고 동수 10개 늘린다
  5. 5부산 고액·상습체납자 404명…1인당 평균 7억
  6. 6주가지수- 2019년 10월 17일
  7. 7드론 택배 2025년 상용화…정부 “선제적 규제 혁파”
  8. 8“연구개발 집중 투자는 창업 때부터 가장 중시, 국내외 망라 협업 강화”
  9. 9“부산항 부두 직통관 물동량 검사 비율 1.7% 수준 그쳐”
  10. 10부산 제조업 하반기 고용 절벽…업체 73%가 “안 뽑겠다”
  1. 1“설리 동향보고서 유출, 한 직원이 SNS로 퍼트려…” 처벌은?
  2. 2제28회 경남도 의용소방대 소방기술경연대회 개최
  3. 3통근 버스 졸음운전에 7명 다쳐…경찰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 중”
  4. 4로스쿨 10년 부산 변호사 2.4배 증가…급여 줄고 경쟁 심화
  5. 5'대도' 조세형 "아들에게 얼굴 들 수 없는 아비"…선처 호소
  6. 6'국정농단·경영비리' 롯데 신동빈 징역 2년6개월 집유 확정
  7. 7“뇌종양·뇌경색 진단서 발급한 적 없어” 정동병원, 정경심 추석 입원 병원
  8. 8조국 복직에 서울대 안팎서 '분노의 표창장' 등 패러디
  9. 9장용진 기자 “기자라면 누구나 상대 호감 사려…그런 취지로 한 말”
  10. 10개정 전 지방공무원 여비 지급 규정 두고 해석 분분
  1. 1손흥민 북한선수와 ‘유니폼 교환’ 질문에 “굳이…”
  2. 2‘포수 FA’ 관심 없던 롯데, 이번 쇼핑목록엔 담나
  3. 3류현진, 현역 투표 최고투수 후보 3인에 올라
  4. 4전쟁 같았던 평양 원정…손흥민 “안 다친 게 다행”
  5. 5베이브 루스 500홈런 방망이, 경매 최고가 경신할까
  6. 6
  7. 7
  8. 8
  9. 9
  10. 10
부산 국회의원 해부
선거 공약 검증
부산 국회의원 해부
의정활동 충실도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감동스러운 도시건축을 만나고 싶다
진정한 탈일본을 결단할 때
기고 [전체보기]
장애인복지관이 나아갈 방향 /이성심
부산시 국립특수학교 부지 허가를 /김석주
기자수첩 [전체보기]
문화 축제로 진화하는 BIFF /김민정
시커먼 흙, 시커먼 기억 /배지열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솔로몬 심판’과 오늘 우리의 송사들
귀농 귀어 귀촌에도 균형발전 없는 나라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힐링의 악기 ‘깡깡이’ 해금
조선 시대 선비들의 음악문화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가난, 아이들은 잘못이 없다 /하송이
‘억울함’에 귀 기울이는 자세 /이병욱
도청도설 [전체보기]
레이와의 역설
공적 된 멧돼지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가을과 다섯 수레의 책
조선시대 ‘북캉스’ 풍경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전남 영암 독천리의 ‘갈낙탕’
짜장면과 라면 그리고 염치
사설 [전체보기]
예산 부족 두리발·자비콜 멈춰서게 해선 안 된다
갈수록 암울해지는 경제 전망, 정부 총력 대응 나서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소산소사’의 사회, 고용연장이 해법
중앙정부와 지자체 복지 역할 재정립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절망 속에서 탄생한 명작
패배한 청년의 초상
이홍 칼럼 [전체보기]
정신 줄 놓지 말고 다시 도전하자
감정적 대응은 일본을 웃게 만든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부산 공공기관 혁신 이번엔 제대로 될까
서울 인구 1000만 붕괴의 명암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가을을 여는 모차르트
가을의 문턱에서…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과 삶
양해 바라지 말고 용서 구하자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호생관 최북의 ‘지두해도(指頭蟹圖)’
연객 허필의 ‘묘길상도’
  • 동남권 관문공항 유치기원 시민음악회
  • 골든블루배 골프대회
  • 기장캠핑페스티벌
  • 제21회부산마라톤대회
  • 사하관관사진공모전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