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했던 일이 터졌다. 폐사율이 최대 100%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어제 경기도 파주의 한 양돈농가에서 국내 처음으로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 중국 등의 아시아 국가에 이어 올해 5월 북한에도 ASF가 발병하자 우리 정부는 국내 전파 차단에 힘을 기울였지만, 결국 북한과 가까운 곳에서 발생하고 말았다. ASF는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지만, 돼지는 한 번 감염되면 폐사하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더구나 백신이나 치료 약도 개발되지 않은 상태라 ‘돼지 흑사병’으로 불린다.
지금 최우선 과제는 질병이 국내 다른 곳으로 퍼지지 않도록 조기 차단하는 일이다. 이낙연 총리의 언급처럼, 매뉴얼에 따라 신속히 대응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앞서 발병국의 사례를 볼 때 이 질병은 확산 속도가 아주 빠르기 때문에 강력한 초동 대응조치가 급선무다. 그나마 파주 발병 농가의 어린 돼지가 아닌 어미 돼지에서 폐사가 일어난 것은 질병 발생 초기임을 말해주는 것이라니 다행스럽다. 그런 만큼 이 단계에서 차단 방역의 고삐를 확실하게 조이는 게 최대 관건이다.
아울러 발생 원인을 정확히 밝히는 게 필요하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그렇다. 특히 파주 발병 농가의 환경이 ASF를 일으키는 조건과는 부합하지 않는다니 의문이 더 커진다. 즉, 오염된 ‘남은 음식물’의 돼지 급여나 농장 관계자의 발병국 방문 그리고 야생 멧돼지 출입 등이 발생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파주 농장에서는 그 어떤 경우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근래 태풍 등에 의해 북한 멧돼지가 떠내려와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지만, 정밀 역학조사로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만일 이 질병이 확산하면 전국 6000여 양돈농가가 엄청난 타격을 입고, 이들의 1200만 사육 돼지도 위험에 빠진다. ASF가 창궐한 중국만 해도 올 들어 전체 돼지의 20% 가량이 살처분됐고, 돼지고깃값은 40% 넘게 뛰었다. 베트남에서도 올해 2월 첫 발병 이후 47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고 한다. 돼지고기 주요 소비국인 우리나라로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정부 각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의 체계적인 대응과 국민 협조로 초기 방역에 성공해야 이런 불행한 사태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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